[511년 전 오늘 - 축산 소식73] 나라에 공을 세운 공신(功臣)들은 임금과 함께 가축의 피를 마셨다
[511년 전 오늘 - 축산 소식73] 나라에 공을 세운 공신(功臣)들은 임금과 함께 가축의 피를 마셨다
  • 남인식 편집위원
  • 승인 2018.10.25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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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8-89호, 양력 : 10월 24일, 음력 : 9월 16일

[팜인사이트= 남인식 편집위원] 조선시대 국가나 왕실을 위하여 공을 세운 사람을 공신(功臣)이라 하였는데, 이들은 개국 이외에도 반정 또는 군사반란 진압, 역모사건 평정 등 커다란 정치적, 군사적 사태 후에 많이 책봉되었습니다.

실록에는 총 28차례에 걸쳐 공신을 책봉한 것으로 기록되어있는데, 정치, 군사적으로 큰 사건 해결에 공을 세운 공신들은 훈봉공신(勳封功臣)이라 하였으며, 이들은 정식으로 공신호(功臣號)를 받고 등급을 받은 정공신(正功臣)과 공신호만을 받은 원종공신(原從功臣)이 있었습니다. 또한 훈봉공신 이외에 당대의 정치와 유학을 대표하는 종묘배향(宗廟配享) 공신과 문묘배향(文廟配享)공신도 공신으로 불리었습니다.

이들 공신들에게는 국왕이 공훈의 내용, 포상 및 훈계의 내용 등을 적은 비단 바탕의 두루마리로 만들어진 공신교서를 내려 주었으며, 교서 외에도 공신의 충절을 영원히 기리며 기억하기 위한 비단 바탕에 채색 초상화를 그려 나누어 주었습니다.

한편, 공신들은 상호 간에 배신하지 않겠다고 천지신명 앞에서 맹서하는 의식을 임금과 함께 시행하였는데 이를 공신회맹제(功臣會盟祭)라 하였으며, 경복궁 북쪽에 정사각형의 단을 쌓은 제단인 북단(北壇)에서 천지신명을 상징하는 신주를 모셔서 지낸 것으로 나타나 있습니다.

특히 회맹제를 지내기 하루 전에는 희생(犧牲)으로 쓰일 가축인 소, 양, 돼지를 끌고 와 재인(宰人)이 잡아 제사의 고기를 준비하였으며, 당일에는 의식이 시작되기 3각(刻, 45분)전에 소,닭, 돼지를 직접 잡아서 모래가 담긴 그릇인 혈반(血盤)에 피를 받았습니다.

이 혈반에 담긴 피는 임금이 술잔을 천지신명의 신주 앞에 올리고 절을 한 후에 공신들과 함께 모두 꿇어앉아 임금을 필두로 공신들이 차례로 피를 마시는 의식인 삽혈(歃血)의식을 행하였는데, 실제 피를 마시는 것은 아니고 입 주위에 피를 발라 마시는 시늉만 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삽혈을 마치면 독서문관(讀誓文官)이 맹서문을 읽었고, 맹서문을 회맹단 북쪽에 파 놓았던 구덩이에 희생물과 함께 묻은 후 절을 하고 퇴장하는 절차로 회맹제를 진행하였습니다.

511년 전 오늘의 실록에는 회맹제(會盟祭)와 중국에 대해 지내던 망궐례(望闕禮) 시행에 대한 논의가 있었습니다.

 

■중종실록 4권, 중종 2년 9월 17일 정사 기사 1507년 명 정덕(正德) 2년

대간이 합사하여 회맹제를 행하도록 청하다

대간이 합사하여 아뢰기를,

"직에 나아가라고 명하셨으나 아뢴 바의 일이 심히 중대하니, 반드시 청(請)을 얻은 후에야 직에 나아가겠습니다. 만약 청을 얻지 못하고서 직에 나아가면 언로(言路)에 방해될까 염려됩니다. 또 25일 회맹제(會盟祭) 때문에 망궐례(望闕禮)를 정지하는 것에 있어서는, 전에는 배릉(拜陵)·알성(謁聖)하는 예절도 오히려 다 정지하였는데, 이 회맹제만은 행하는 것이 그 사체(事體)에 어떻겠습니까? 더구나 성절 망궐례(聖節望闕禮)는 1년에 한 번 지내는 제일가는 일인데, 그것을 경솔히 폐지해서야 되겠습니까? 대체로, 귀신을 믿는 것은 《춘추(春秋)》에도 그르다고 하였는데, 회맹제 때문에 이 대례(大禮)를 폐지하겠습니까?"

하니, 전교하기를,

"근일 아뢴 바의 일들은 다 들어 주지 못하겠다. 또 이미 공신이 있으면 회맹제는 예에 따라 마땅히 거행하는 것이 옳다. 더구나 예조에서 전례에 의하여 계청한 것인데 말해 무엇하겠는가. 이런 까닭으로 윤허하지 않는다."

하매, 대간은 드디어 사직하고 물러났다.

【태백산사고본】 2책 4권 16장

【주】회맹제(會盟祭) : 짐승을 잡아 천제(天祭)를 지내고 그 피를 나누어 마시며 맹세하던 일.

      망궐례(望闕禮) : 정조(正朝),동지(冬至)등 절일(節日)이나 성절(聖節)·천추절(千秋節)등 경일(慶日)에 우리 나라 임금이  중국조정을 향하여 절하던 예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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