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칼럼] "예고된 한우가격 폭락 정부 책임 크다"
[편집자 칼럼] "예고된 한우가격 폭락 정부 책임 크다"
  • 김재민
  • 승인 2023.02.03 16: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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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자조금 승인권 남용...농가 중심 선제적 수급조절 사업 방해
송아지안정제 개편 계속 미뤄 농가 경영안정 프로그램 가동도 안돼

경제활동에서 정부의 역할 중 하나가 시장의 실패를 막는 일이다.

특히 플레이어가 많고 예측 가능하지 못할 변수가 많은 농업 부문은 선진국 대부분이 시장의 실패를 막기 위해 여러 대책을 미리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재해나 질병 등에 따른 위험에 대해서는 보험 등을 운영하고 있지만 가격 변동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역할을 하지 않고 있어 가격 변동 때마다 일희일비 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실제로 최근 한우 가격이 폭락하고, 쌀가격이 폭락하면서 농민들은 아우성치는데 뚜렷한 정부의 역할은 보이지 않는다.

전체 농가의 50% 이상이 종사하고 있는 쌀의 경우 지난해 대규모 시장 격리에 나섰다고 성과를 홍보하고 있고 실제 소폭 가격을 올려놓는 데 성공했지만, 수확기에 이미 헐값에 쌀을 판매해 버린 농가는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한우는 지난해 11월 큰 폭의 가격 하락 이후 최대 성수기인 설을 앞둔 기간에도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으며 이러한 불황이 최소 3년은 갈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지금까지 정부는 한우산업에 대한 종합적인 대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

쌀이야 가격에 따라 다음 번 수확기 생산량을 조절해 대응할 수 있지만, 연속해서 사육되는 축산업 그 중에서도 번식 특성으로 인해 수급 조절에 걸리는 시간이 3~4년이 소요되는 한우는 그 시간을 버텨낼 수 있는 경영 안전망은 무엇보다 필요하다.

시장 가격에 농가의 소득이 좌우되기 때문에 수급 조절에 실패하는 순간 3~4년간 농가들의 경제 상황은 나락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전국한우협회는 2018년부터 선제적 수급 조절 필요성을 제기하며 자조금을 통한 암송아지 비육 사업을 조기에 실시하려 하였던 것이고, 수급 조절이 실패할 것에 대비하여 송아지안정제를 손보자는 주장을 2016년부터 해왔다.

특히 비육용 소는 10년 주기 비프싸이클이 반복해 일어난다는 이론이 국내외적으로 확립해 있고 실제로 1984~1987년 1차 한우파동, 1996~2001년 2차 한우파동, 2011~2015년 3차 한우파동을 겪으면서 선제적 수급조절사업 필요성에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하지만 막상 수급조절사업이 시행되어야 하는 시기 농식품부는 자조금사업 승인권을 활용하여 사업을 방해하였고 적기에 수급조절이 이뤄지지 못하면서 한우 가격을 연착륙시키는 데 실패해 농가들은 4차 한우 파동을 감내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리게 되었다.

 

한우농가들이 추진한 수급조절 사업에 대해서 농림축산식품부 공무원들은

“한우 송아지 가격이 좋아서 농가들이 수급조절사업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다”
"송아지 가격만 높여 수급조절을 더 방해할 것이다"라며 부정적 입장만 내 놓으며 사업 추진을 방해할 뿐 더 좋은 대안을 내 놓거나, 농가들의 수급조절사업 참여를 유도하는 정책을 개발하고 적용하는 데는 등한시 한 것이 지금의 한우 가격 폭락의 원인이라 하겠다.

더불어 가격 폭락기 번식농가들의 경영안정을 위해 도입된 송아지안정제 최소한의 정상화도 계속 미루면서 농가들의 최소한의 버팀목조차 마련하지 않은 것도 농식품부의 직무 유기라 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5년여를 허송세월한 끝에 지난 1월 설을 앞두고 두 명의 한우농가가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일이 일어나고 말았다.

지금은 제4차 한우파동의 초입기이다. 경기침체와 암울한 소값 전망속에 얼마나 많은 농가가 경영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잘못된 선택을 할지 장담할 수 없다.

지금이라도 농식품부는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고, 한우 농가들의 경영안정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많은 한우 관련 단체들은 한우 소비를 촉진하고, 사육두수를 조절하는 데 의견을 모으고 있는데, 현재 제일 시급한 일은 농가들의 소득을 조금이라도 보전하여 이 어려운 시기를 버텨낼 수 있도록 하는 일이다.

이미 농가들은 가격이 하락하자 소 사육 숫자를 줄이는 쪽으로 의사결정을 하였다. 지금은 수급 조절이 아니라 농가들이 너무 산업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

새로운 대책을 세우는 일은 매우 어려운 만큼 기존 제도인 송아지안정제를 개편하여 늦어도 하반기부터는 번식 농가들이 송아지 한 마리를 출하할 때 얼마간의 안정 기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하며, 더불어 10년뒤 다시 찾아올 한우파동에 대비하기 위해 한우산업의 경영안정을 위한 새로운 대안을 찾아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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