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 가격 폭락 사태 전말은...
계란 가격 폭락 사태 전말은...
  • 김재민
  • 승인 2023.02.08 17: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설 앞두고 이례적 계란 가격 큰 폭 하락
조사해 보니 농식품부 지난해 비밀리에 계란 수매 비축
계란 가격 안정에도 설 앞두고 대규모 방출
대한산란계협회 안두형 회장 기자간담회서 밝혀
자료 : 축산물품질평가원
자료 : 축산물품질평가원

 

산란계 농가들이 최근 설을 앞두고 벌어진 계란 가격 폭락 사태와 관련해 정부의 안이한 시장개입에 따른 것이었다며 울분을 토하고 있다.

최근 사단법인 인가를 받은 대한산란계협회 안두영 회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설 명절을 앞두고 일어난 계란 폭락 사태가 생산자들과는 일절 협의도 없이 정부가 계란을 비밀리에 수매해 저가에 시장에 쏟아부으면서 벌어졌다"고 밝혔다.

좀 더 자세한 속사정을 물어보니 지난해 조류인플루엔자가 발병하자 살처분 등이 일어나면 계란 가격이 폭등해 물가에 영향을 줄 것을 우려해 비밀리에 계란 수매를 했다는 것이다.

이뿐 아니라 한판에 2만 원이 넘는 돈을 주고 스페인에서 계란을 수입하기도 했다. 지금 세계는 조류인플루엔자 확산으로 계란 가격이 폭등한 상황이다. 가까운 일본부터 호주, 뉴질랜드, 미국, 유럽 모두 계란이 부족해 계란 가격이 폭등하면서 인접 국가로부터 계란 밀수가 일어나고, 닭을 직접 키워 계란을 자급하는 소비자가 생길 정도다.

계란이 부족해 가격이 폭등하면 수입을 해왔던 우리 정부로써는 선택지가 사라진 것으로 예전처럼 계란 수입이 쉽지 않자 정부는 상대적으로 싼 국내산 계란을 비밀리에 수매해 만약의 사태를 대비한 것으로 보인다.

수매사업에 참여한 업체는 네 곳으로 정부의 지시에 따라 계란을 비축하였고 그 양이 무려 1,200만 개에 달했다.

그런데 잘된 일인지 못된 일인지 조류인플루엔자는 산발적으로 몇 차례 발병하다 더 이상 확산하지 않았다. 조류인플루엔자 방역 성공으로 과거처럼 대규모 살처분이 없어 계란 공급은 충분했고 계란 가격도 소매가 기준 6,500~7,000원대에서 안정되었다.

그런데 농림축산식품부는 이해 못할 결정을 또다시 하게 된다. 지난해 수매 보관한 계란을 1월 설을 앞두고 일시에 풀어 버린 것이다.

더 보관했다가는 폐기해야 하기에 비용을 아끼려는 고육지책으로 볼 수 있지만, 설은 산란계 농가들의 최대 성수기로 이때 계란을 제값에 팔아 비수기 몇 개월을 버텨야 하는데 정부가 1,200만 개나 되는 계란을 설을 앞두고 일시에 풀어 버린 것이다.

문제는 3년 전 계란 난각에 산란 일자를 표기하는 제도가 시행되어 저장 중이던 계란을 제값에 판매할 수가 없었다는 것이다. 냉장창고에 보관된 계란의 선도는 1개월이 지나도 큰 차이가 없는데 산란 일자가 표기된 관계로 이를 덤핑으로 처리할 수밖에 없었다.

한 알에 30원 한판에 1,000원 정도 할인된 가격에 시장에 계란이 풀리니 계란 유통시장에 대혼란이 발생했다.

한판에 1,000원이나 싼 계란이 돌아다닌다는 소문이 퍼지자 소매점이나 계란 대량 구매처들이 기존 계란을 받지 못하겠다며 저가에 납품을 요구했고 계란 유통시장의 대 혼란이 일어나게 된다. 자연스럽게 계란 도매가격이 급락하게 되었고 곧이어 계란 산지 가격 하락으로 이어졌다. 산란계 농가들은 계란을 1년 중 가장 비싸게 팔아야 하는 시기에 계란 가격이 폭락해 농가마다 설을 앞두고 농가당 수천만 원의 손실을 보게 되었으며, 유통업계는 설이 지난 지금까지 저가 계란이 시장을 교란하면서 좀처럼 정상화 되지 못하고 있다.

계란의 수매도, 계란의 방출도 업계와는 일절 상의 없이 이뤄진 일이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축산법 32조 2에 따라 축산물수급조절위원회를 운영 중이다. 위원회 산하에 품목별 협의회도 운영 중인데 정부는 위원회 등을 통해 주요 축산물의 가격 안정을 위한 의견 교환과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계란 가격 상승이 우려된다면 응당 수급조절협의회를 통해 수매와 방출 등을 결정했어야 했다. 하지만 농림축산식품부는 계란수급조절협의회를 개최한 바 없으며 독단적으로 이 사업을 시행했다.

그리고 지난해 농림축산식품부는 조류인플루엔자 발병 시 3km 이내 농가에 대해 실시하는 예방적 살처분을 더 이상 하지 않겠다고 방역 규칙을 개정한 바 있다. 조류인플루엔자 방역 정책을 수립과 집행이 축산정책국이 아닌 방역국 소관이라 하더라도 제도 변화로 조류인플루엔자로 인한 계란 수급 차질은 과거처럼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것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런데 축산 진흥업무를 담당하는 축산정책국에서 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혈세를 낭비해 가며 스페인산 계란을 수입하고, 비밀리에 계란을 수매 방출함으로써 1년 두 차례 있는 계란 농가들이 돈을 벌 기회를 날려 버린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정부의 예상과 달리 계란 가격이 안정되었기 때문에 정부가 보유하고 있던 계란은 폐기하던가 최소한 시장 가격에 방출해 시장에 주는 충격을 최소화해야 했다. 지난해 정부는 판매가 부진한 수입계란을 일괄적으로 폐기한바 있다.

산란계협회 안두형 회장을 비롯한 지도부는 이번 사태에 대해 정부에 어떤 식으로든 책임을 물겠다는 생각이다.

산업진흥업무를 담당하는 공직자들이 앞뒤 가리지 않고 축산물 가격 낮추기에 혈안이 되어 있는 것은 더는 묵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안두영 산란계협회장은 이번 계란 가격 폭락이 정부의 잘못된 시장개입에 의한 것이라고 밝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