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썰] aT, 사이버거래소에 안맞는 회계기준 적용 언제까지
[팜썰] aT, 사이버거래소에 안맞는 회계기준 적용 언제까지
  • 김재민
  • 승인 2018.10.26 03: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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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매법인의 가장 주된 기능은 시장에 유동성 공급
외상거래·신용거래 활용해 거래물량과 시장참여자 확보
112억원 미수채권 사이버거래소 연간 거래물량 대비 0.4% 불과
사이버거래소 법인화 통해 유통회사에 걸맞는 회계기준 미련해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미수채권의 적법한 처리를 하지 않은 것과 관련해 관련 직원을 해임한 것과 관련해 내부 반발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aT가 검찰에 고발한 이들 직원들은 대부분은 무혐의 처분을 받았고 그럼에도 aT는 이들을 해임했다. 이 문제는 국정감사 때 논란이 되어 감사원에 이 문제에 대한 감사를 정식 청구하기로 했다.

그렇다면 이 같은 사건이 왜 일어났을까. 미수채권을 적법하게 처리하지 않은 그 직원들은 왜 그런 행동을 했을까? 그 근본 원인을 살펴보고 문제를 지적하려 한다.

■ 사이버거래소는 도매법인...외상·신용거래로 유동성공급 주된 업무

사이버거래소는 농축산물의 거래가 이뤄지는 유통경로이며 일반농수산물도매시장의 도매법인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농안법에 근거한 사이버 도매시장이다.

이러한 유통회사, 유통조직은 거래과정에서 미수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왜냐하면 신용거래나 외상거래 등의 유동성을 공급해야 거래참가자를 많이 확보하고 거래물량을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농수산물도매시장 내의 도매법인들도 중도매인들에게 일정부분 한도를 주어 신용 및 외상거래를 허용하고 있다.

이유인 즉 이들 도매상들은 소매업체와 신용 외상거래를 해 1~2개월의 회수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소매업체가 폐업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는데, 소매업체가 폐업을 하면, 상황에 따라 소매업체에 농산물 공급을 외상으로 많이 준 중도매인까지 덩달아 폐업을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러한 위험을 부담해 가며 유통플레이어에게 유동성을 공급하는 역할을 도매법인이 하고 있는 것이며, 사이버 거래소 또한 당연히 해야할 기능이다.

미수채권이 상시 발생하기 때문에 여기에 연루된 직원을 엄벌할 경우 사실상 사업을 지속할 수 없다. 상시 발생하는 게 미수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를 해결하는 시스템이 필요한데 aT 회계규정에서는 이를 유연하게 대처할 방법은 없다.

미수채권에 관한 규정이 없는 것은 아니다. aT는 농안기금 융자사업을 하고 있어 부실채권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대신 이를 대비해 aT는 담보 설정을 꼭 하고 있다. 돈을 못받게 되면 해당기업의 자산을 경매에 붙여 돈을 회수하는 것이다.

■ 미수채권 규모 연간 사업물량 감안시 미미한 수준 

2017년 국정감사에서 사이버거래소의 미수채권 문제가 도마위에 올랐고 엄청난 회계부정이 일어난 것 마냥 공격을 받는다. 미수금액은 112억원으로 매우 많아보이지만 1년차 손실이 있었던 것은 아니고 3년 치가 누적된 것이다.
 
결정적으로 사이버거래소의 2017년 거래물량은 약 3조원으로 전체 미수채권 금액은 0.4%에 불과하다. 이것도 3년치가 결손처리를 하지 못해 누적된 것이니 연간 단위로 따지면 0.1% 수준이다.

기업이 부실채권을 어느 수준까지 보유하는 것이 재정상태가 양호한지를 나타내는 지표는 모르겠으나 은행은 이를 은행의 건전성 지표로 삼고 있어 은행의 지표를 활용해 사이버거래소의 미수채권이 어느 수준인지 비교해 보고자 한다.

국내 2018년 상반기 국내 은행의 부실채권 비율은 1.06%으로 외환위기 이후 가장 낮은 상태다.  2~3년전 부실채권 비중이 1.6~1.8%임을 감안할 때 aT사이버거래소의 미수채권의 비율 0.4%(이것도 4~5년치임)는 매우 양호하다 할 수 있다.

은행은 대출을 하며 발생하는 부실채권, 미수채권을 해소하기 위해 대손충당금이라는 걸 쌓아 만약의 사태에 대비한다. 여차하면 건전성 확보를 위해 부실채권을 이 충당금을 활용해 털어버리는 것이다. 경영상의 리스크를 완충하는 제도가 마련되었어야 하나 이 또한 마련되지 못했다.

■사이버거래소 aT회계 기준 엄격히 지켰다면...이미 폐쇄했을 조직

aT회계 기준을 준수했다면 사이버거래소는 112억원이라는 미수채권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역으로 너무나 높은 담보조건 등 회계기준으로 인해 사이버거래소를 통한 농산물 거래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플레이어들에게 일정한 유동성을 제공하는 것이 유통업체, 도매법인이 플레이어들에게 제공하는 주된 서비스다. 그러한 유동성을 제공했기 때문에 중간에서 유통마진이라는 수수료를 챙기는 것이 정당한 것이다.

결국 112억원이라는 부실채권이 발생하지 않았다면 좋았겠으나 이 금액은 사이버거래소가 3조원대의 거래물량을 확보하는 투자금액으로 보아도 무방하다.

또 하나 사이버거래소와 같은 유통조직, 사업조직은 공사의 회계기준에 따르도록 하는 것은 사실상 사업을 하지 말라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러한 제도하에서는 당연히 리스크가 없는 학교급식 같은 부분에만 집중하도록 만드는 원인이 된다.

지금 가장 시급한 일은 사이버거래소를 사업조직에서 별도 법인으로 전환해 자회사화 하고 유통회사에 맞는 회계기준을 만들어 적용하는 일이다.

더 나아가 농민단체, 또는 농업생산자 단체에 거래소 지분을 양도해 농민들에게 사이버거래소를 돌려주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사이버거래소 미수채권에 대한 책임을 물어 해임된 직원들은 사이버거래소 거래금액 3조원 달성의 주역들이다. 

거래소를 3조원 물량 달성은 거저된 것이 아니다. 공격적으로 사업을 전개해 시장을 만들어간 직원들의 도전 정신과 진취성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어쩌면 매출 3조원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는 시점에 aT가 해야할 일은 해임이라는 징계처분이 아니라 10여년 만에 사업을 완전히 안착시킨 것에 대한 포상이 되어야 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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