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불경기에도 살아남는 '최고가 한우'의 비결은
[이슈] 불경기에도 살아남는 '최고가 한우'의 비결은
  • 옥미영 기자
  • 승인 2023.02.16 10: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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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g당 3만원 넘는 최고가 한우 “이렇게 키워야”

이정익 과연미트 대표 ‘중매인이 선호하는 한우’ 강의 '화제'

[팜인사이트= 옥미영 기자] 

“무조건 도체중을 높이는 방식으로는 좋은 단가를 받기 어렵습니다. 오히려 도체중 600kg가 넘는 소는 중매인들의 기피 대상입니다.”

음성공판장에서의 하루 낙찰 두수가 1백여두에 달하고, 지난 2년간 실구매량이 1만여두가 넘는 이정익 과연미트 대표(음성공판장 중매인 23번)가 소 값 불황기에도 높은 경락가격을 받는 비결을 설파하고 나서 주목받고 있다.

평소 한우농가들과 활발한 소통을 통해 한우 사육 길라잡이 역할을 자청해온 이 대표의 ‘쪽집게 과외’는 실제 높은 경락 가격으로 현실화하면서 내로라하는 한우 명인들 사이에서도 관심을 모으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더욱이 낙농과 한우농장을 경영했던 집안 내력 등 생산과도 긴밀한 연결고리를 가진 이 대표는 육종이나 사양 전문가가 아님에도 생산단계의 문제점을 짚어내면서 ‘일타강사’로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

지난 23년간(중매인 경력 14년) 경매와 가공, 유통을 책임지며 전국 13만여곳의 거래처에서 얻어낸 살아있는 빅데이터를 현장에 전달하는 이정익 대표의 ‘최고가 한우 비결’을 소개한다.

이번 내용은 지난 2월 6일 TMF사료회사 영바이오(대표이사 최경식) 주최로 열린 ‘음성공판장 중도매인 초청 세미나’에서 발표된 내용이다.

과연미트 이정익 대표가 농가들에게 '최고 경락가 한우의 비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과연미트 이정익 대표가 농가들에게 '최고 경락가 한우의 비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중매인들 450~550kg 지육중량 가장 선호

이정익 대표는 "현재 우리나라에 등급은 있지만 규격은 없다"고 운을 뗐다.

개량의 효과로 평균 도체중은 갈수록 증가하고 있지만 도체를 4분할해 사람이 메고, 운송하는 지육 유통 현실에서 너무 큰 중량은 제약이 되고 있다는게 그의 말이다.

육류 운송업계 역시 인력난이 심각한 상황에서 중매인들이 생각하는 '규격'에서 벗어난 큰 도체는 선택의 기준에서 다소 벗어나 있다.

그렇다면 중매인들이 선호하는 지육중량은 얼마일까.

이 대표는 “중도매인들은 450~550kg의 지육중량을 가장 선호한다”고 전제하면서 “중량보다 더 중요한 건 도체에서 차지하는 등심의 양, 즉 전체적인 부위의 밸런스(균형)”라고 강조했다.

한우 도체에서 뼈와 지방을 모두 뺀 순수 정육률 약 40%에서 등심이 차지하는 비중은 8% 수준인데, 부가가치가 높은 '등심의 수율'이 높은 것이 ‘최고가 한우’의 기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 소의 정확한 데이터, 특히 지육 중량과 정육률, 등심 수율에 대한 정확한 기록과 추이를 분석해 '장기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쉽진 않겠지만)도체중 450kg 수준 일때 등심단면적 120cm2 이상 , 도체중 550kg 일 때 등심단면적 140cm2 이상 소는 높은 가격을 보장 받을 수 있다”면서 “이는 중매인 모두가 선망하는 한우의 가장 이상적인 규격”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1월 17일 음성축산물공판장에 출하된 지육중량 455kg, 등심단면적 150cm2의 지육을 이 대표는 kg당 3만7750원에 구매했다.

평균 경매 단가 대비 kg당 2만원, 마리당 수익이 어림잡아 1천만원 이상 높은 셈이다.

과연미트가 자체 적용하고 있는 육량등급(전체수율은 지방을 걷어낸 소 도체). 중도매인들 대부분이 이같은 수준의 육량기준을 적용한다고 이정익 대표는 설명했다.
과연미트가 자체 적용하고 있는 육량등급(전체수율은 지방을 걷어낸 소 도체). 중도매인들 대부분이 이같은 수준의 육량기준을 적용한다고 이정익 대표는 설명했다.

'거세후 최소 23개월'은 비육을

높은 가격을 받는 또 기준과 관련해 그는 육질과 지방색을 꼽았다.

구매 기준에서 중매인들은 육질 보다 육색과 지방색을 우선시 한다. 마블링이 좋더라도 지방색이 노란색을 띠면 구매 대상에서 제외되며, 마블링이 아무리 좋아도 육색이 밝지 않거나 어두우면 중매인들은 낙찰가를 낮게 매긴다.

이 대표는 “같은 육질 등급에 육색과 지방색이 선명하다면 kg당 단가는 최소 3천원이 상승한다”고 말했다.

육질 등급이 상향 평준화 되면서 육질부분에선 ‘선이 가늘고 꽉찬 미세마블링’ 등 차별화된 근내지방의 상품성 또한 높아지고 있다,

이를 위해 그는 조기 거세를 강조하면서 현실적인 송아지 거세시기 등을 감안하더라도 ‘거세 후 최소 23개월’은 비육해 출하할 것을 거듭 강조했다. 이는 20년 넘는 기간 동안 13만여곳의 한우유통점에서 얻어낸 ‘맛의 빅데이터’를 집약한 결과다.

하지만 실제 우시장에선 살집이 많고 골격이 큰 송아지가 좋은 값에 거래되면서 송아지의 거세시기가 늦은 경우가 많고 최근엔 사료값 상승과 정부의 출하시기 단축 방침까지 겹쳐 ‘덜먹고 덜자란’ 소위 덜 익은 소들의 출하가 많아지고 있다.

이런 경우 마블링이 예쁜 소를 만들 순 있지만 맛이 없는 경우가 많아 거래처 불만의 대상이다.

이 대표는 “소 값이 싼적은 없었다. 소가 좋지 않았을 뿐”이라면서 “조기에 거세해 어려서부터 충분히 먹여 알차게 키워낸 소들은 선이 굵지 않은 잔마블링으로 등심이 꽉 차게 되어 육질과 육량은 물론 맛도 최고의 소가 된다”라고 말했다.

지난 2월 6일 영바이오 주최로 충남 공주의 한 웨딩홀에서 열린 이정익 경매인 초빙 한우사육세미나는 전국의 한우농가 3백여명이 몰려 성황을 이뤘다.
지난 2월 6일 영바이오 주최로 충남 공주의 한 웨딩홀에서 열린 이정익 경매인 초빙 한우세미나에는 전국의 한우농가 3백여명이 몰려 성황을 이뤘다.

 

불황일 때 좋은 소를, 호황일 때 저등급 소를 출하하라 

이정익 대표는 또  “육량 C등급을 겁내지 말라”고 조언했다.

C등급 출현율이 많은 농장일수록 그만큼 고급육을 생산의지가 강하고, 소에게 충실히 많이 먹였다는 것이며 이 때문에 일부 중매인들은 C등급을 되레 선호할 만큼 맛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는 경우가 많다. 같은 육질 등급에서도 C등급이 높은 가격에 경매되는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다.

그는 “사료 급여 프로그램의 수정 또는 보완을 통해 등심과 도체의 불가식 지방을 줄여 수율을 높이는 데 집중하면 향후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출하 시기도 '기준과 전략'을 세울 것을 강조해 눈길을 모았다. 

이 대표는 "좋은 소는 소 값 불황에 출하해도 얼마든지 좋은 가격을 받을 수 있다"면서 "소 값 하락기엔 좋은 소를 내고, 소 값 상승기엔 품질이 떨어지는 소를 내야 최대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좋은 소는 시황에 상관없이 늘 중매인들 선택의 대상이며, 소 값이 좋을 때는 품질이 떨어지는 소도 비싸게 거래되기 때문이다.

 

 한 차에 8마리 출하는 '고정관념' 일 뿐 

"한 차에 반드시 8마리를 출하한다는 고정관념도 버리라"고 했다. 소 개체별로 출하 적기를 맞춰 내는 것도 농장의 이익을 최대화 할 수 있는 한 방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꼭 8마리가 아니고 5~6마리 출하면 어떠냐"라고 되물으며 "8마리 출하를 맞추기 위해 출하적기도 아닌 소를 억지로 함께 내면 한차당 평균 소득만 2~3백만원 내려간다"고 짚어 말했다. 

최근 폭락한 암소 가격에 대해서도 이익을 낼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귀띔했다.

이 대표는 “마블링에 대한 집착으로 골격이 작고 마른 번식 암소에 비육 후기 사료를 먹이면 무조건 겉지방만 끼게 된다”면서 “경산우 암소 비육은 임신 8개월령부터 최소 12개월령까지 단백질 위주의 육성 전기 사료 위주의 급여라면 육량에서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휴가철이나 방학에 출하하는 것은 가급적 자제하란다. 암소의 경우 상당부분이 급식용으로 공급되기 때문인데, 육량이 많은 3등급 암소에 중매인들은 좋은 가격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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