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6년 전 오늘 - 축산 소식74] 상서로운 흰 사슴 출현에도 하례(賀禮)를 받지 않은 세조(世祖)
[556년 전 오늘 - 축산 소식74] 상서로운 흰 사슴 출현에도 하례(賀禮)를 받지 않은 세조(世祖)
  • 남인식 편집위원
  • 승인 2018.10.26 13: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 18-90호, 양력 : 10월 26일, 음력 : 9월 18일
[팜인사이트= 남인식 편집위원] 조선 왕조 실록에 흰색 동물의 출현은 여러 차례 기록이 나타나 있습니다. 그중에서 가장 많은 기록이 나타난 동물은 흰 말(白馬)로 100여 차례 언급이 되어 있으며, 다음으로 흰 꿩(白雉), 흰 까마귀(白烏), 흰 사슴(白鹿), 흰 매(白鷹) 순이며, 이외에도 흰 소(白牛), 흰 노루(白獐), 흰 까치(白鵲), 흰 여우(白狐), 흰 기러기(白雁), 흰 토끼(白免)등에 대한 기사들도 나타나 있습니다.

삼국시대 이래 흰색 동물의 출현은 상서로운 일로 여겨져 신라(新羅) 대에는 임금이 흰 꿩을 바친 관리에게 곡식을 하사하였으며, 백제(百濟) 대에도 흰 사슴을 바치자 역시 곡식을 하사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고려시대에도 흰 꿩, 흰 까치, 흰 황새, 흰 노루 등을 바친 기록이 있습니다.

이러한 인식은 조선시대에도 이어져 흰 동물이 출현하면 임금에게 진상(進上)한 기록이 많으며, 특히 초기에는 거의 2년마다 한 번씩 나타나 세종(世宗) 대에는 20여회 이상, 세조(世祖) 대에는 10여 차례 이상 실록에 나타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흰 동물들에 대한 임금의 반응들은 신중하여 태종(太宗)은 강원도 관찰사가 흰 꿩(白雉)을 바치자 ‘이러한 것은 산군(山郡)에 있는 것으로 상서로운 것이 아니다.’라고 언급하였으며, 세종도 흰 동물을 바칠 때 마다 이를 거절하며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또한 예종(睿宗) 대에는 흰 까마귀가 궁궐 후원(後苑)에 날아오자 ‘이는 반드시 나의 과덕(寡德)한 소치이므로, 깊이 스스로 꾸짖으며, 체옥(滯獄)한 자가 많음을 염려하여 가벼운 죄수는 사(赦)하고자 한다.’라고 하였습니다. 다만 이 같은 임금의 태도는 후에 신하들의 간언(諫言)으로 하례(賀禮)를 한 것으로 바뀌기도 하였습니다.

한편, 흰 동물 중에 흰 사슴(白鹿)은 신이(神異)한 동물로 여겨져, 삼국시대에도 흰 사슴을 잡아 임금에게 진상했다는 기록이 있으며, 상상의 동물인 신수(神獸)들 중에 기린(麒麟)의 몸, 봉황(鳳凰)의 머리 뒤쪽, 용(龍)의 뿔이 사슴을 닮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사슴의 뿔은 나무 가지 형태로 자라나 장수(長壽)와 왕권(王權)을 상징하였는데, 이런 이유로 십장생(十長生)의 하나로 장생도(長生圖)의 소재로 즐겨 그려졌으며, 신라 금관의 형태가 사슴의 뿔과 유사하게 만들어 진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외에도 사슴을 뜻하는 한자어 록(鹿)이 권좌에 비유되는 록(祿)과 발음이 같아 벼슬이나 권세를 상징하였으며, 관리들에게 주는 돈이나 곡식 등을 녹봉(祿俸)이라 하여 관리들을 상징하는 의미로 쓰이기도 하였습니다.

556년전 오늘의 기록에는 백관(百官)이 전문(箋文)을 올려서 흰 사슴(白鹿)이 나타난 것을 하례(賀禮)하였으나 임금이 받지 아니하였습니다.

 

■세조실록 29권, 세조 8년 9월 18일 기유 기사 1462년 명 천순(天順) 6년

백관이 전문을 올려 흰 사슴이 나타난 것을 하례하였으나 받지 않다. (전문의 내용)

백관(百官)이 전문(箋文)을 올려서 흰 사슴(白鹿)이 나타난 것을 하례(賀禮)하니, 임금이 하례를 받지 아니하였다. 그 전문(箋文)에 이르기를,

"성인(聖人)이 왕위(王位)를 이어서 교화(敎化)가 널리 퍼지니, 아름다운 빛이 쌓이고 신령(神靈)한 물건이 거듭 이릅니다. 보고 들음이 미치는 곳에서는 함께 뛰고 춤을 춥니다. 공손히 생각하건대, 은택(恩澤)은 만 백성에 젖었고 어지심은 금수(禽獸)에게까지 미쳤습니다. 기기(跂跂)의 신령한 짐승은 은하수에서 씻어 내었고, 들쑥(野苹)에서 유유(呦呦)의 소리는 서첩(瑞牒)에 밝게 빛납니다. 이는 화협한 기운의 소치(所致)이니 진실로 장수하실 징조입니다. 엎드려 생각하건대, 신은 외람되게 용렬한 자질(資質)로써 태평(太平)한 시대를 만나 영유(靈囿)에 추창함을 얻어서 세상에 드문 아름다운 상서를 보게 되었으니, 그윽이 화봉(華封)을 본받아 하늘같이 긴 수(壽)를 축수합니다."

하였다. 예조(禮曹)에서 제도(諸道)로 하여금 하전(賀箋)을 올리게 하도록 청하니, 윤허하지 아니하였다.

【태백산사고본】 10책 29권 12장 A면【국편영인본】 7책 550면

【주】 기기(跂跂) : 짐승의 걷는 모양

       유유(呦呦) : 사슴의 우는 소리.

       영유(靈囿) : 주(周)나라 문왕(文王)이 새와 짐승을 기르던 동산.

       화봉(華封) : 화봉 삼축(華封三祝)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