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차 한우파동_프롤로그
제4차 한우파동_프롤로그
  • 김재민 기자
  • 승인 2023.03.03 11:27
  • 호수 5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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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인사이트=김재민 기자] 지금 한우업계는 제4차 한우파동 초입에 와 있다.

1984년 이후 총 세 번의 한우파동을 겪었다. 1차 한우파동은 1984년~1987년에 있었고, 2차는 1996년~2000년, 3차는 2011~2014년이었으며, 2023년 현재 한우파동 초입에 서있다.

한우농가 중 이 네 번의 한우파동을 다 겪은 원로도 있을 것이고, 1990년대 한우사육에 뛰어 들었다면 3번째 한우파동을 겪게 되는 것이다.

예견된 한우파동을 왜 대비하지 못하고 그대로 맞이하게 되었을까? 개인의 탐욕, 정부의 무관심, 예기치 못한 코로나19. 변명거리는 많지만, 그 모든 것이 4차 한우 파동 초입에서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런데도 이번 한우파동의 시작과 함께 우리는 왜 한우파동을 맞이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잠시 들여다보고자 한다. 더불어 최근의 한우가격 동향, 정부의 한우가격 안정대책 등을 살펴보고, 불황기 한우농가들이 어떻게 한우사육에 접근해야 하는 지 등의 이야기를 담아 낸다.

 

정부의 역할

경제활동에서 정부의 역할 중 하나가 시장의 실패를 막는 일이다.

특히 플레이어가 많고 예측할 수 없는 변수가 많은 농업은 많은 리스크를 감내해야 하는 산업이다.

그럼에도 농업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은 농업은 근원산업으로 농업을 포기하는 순간 인류는 생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선진국들은 농업에서 발생가능한 여러 위험들을 회필할 수 있도록 하였고, 더불어 시장의 실패를 막기 위해 여러 대책을 미리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재해나 질병 등에 따른 위험에 대해서는 정부의 보조프로그램, 보험 등을 운영하고 있지만 가격 변동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역할을 하지 않고 있어 가격 변동 때마다 일희일비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실제로 최근 한우 가격이 폭락하고, 쌀가격이 폭락하면서 농민들은 아우성치는데 뚜렷한 정부의 역할은 보이지 않는다.

전체 농가의 50% 이상이 종사하고 있는 쌀의 경우 지난해 대규모 시장 격리에 나섰다고 성과를 홍보하고 있고 실제 소폭 가격을 올려놓는 데 성공했지만, 수확기에 이미 헐값에 쌀을 판매해 버린 농가는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한우는 지난해 11월 큰 폭의 가격 하락 이후 최대 성수기인 설을 앞둔 기간에도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으며 이러한 불황이 최소 3년은 갈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손에 잡히는 대책을 선보이지 않고 있다.

쌀이야 가격에 따라 다음 번 수확기 생산량을 조절해 대응할 수 있지만, 연속해서 사육되는 축산업 그중에서도 번식 특성으로 인해 수급 조절에 걸리는 시간이 3~4년이 소요되는 한우는 그 시간을 버텨낼 수 있는 경영 안전망은 무엇보다 필요하다.

시장 가격 농가의 소득 직결

시장 가격에 농가의 소득이 좌우되기 때문에 수급 조절에 실패하는 순간 3~4년간 농가들의 경제 상황은 나락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전국한우협회는 2018년부터 선제적 수급 조절 필요성을 제기하며 자조금을 통한 암송아지 비육 사업을 조기에 실시하려 하였다.

또, 수급 조절 사업이 실패할 것에 대비하여 송아지안정제를 손보자는 주장을 2016년부터 해왔다.

특히 비육용 소는 10년 주기 비프싸이클이 반복해 일어난다는 이론이 국내외적으로 확립해 있고 실제로1~3차 한우파동을 겪으면서 선제적 수급조절사업 필요성에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하지만 막상 수급조절사업이 시행되어야 하는 시기 농식품부는 자조금사업 승인권을 활용하여 사업을 방해하였고, 적기에 수급조절이 이뤄지지 못하면서 한우 가격을 연착륙시키는 데 실패해 농가들은 4차 한우 파동을 감내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리게 되었다.

정부의 방해

한우농가들이 추진한 수급조절 사업에 대해서 농림축산식품부 공무원들은

“한우 송아지 가격이 좋아서 농가들이 수급조절사업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다.”

"수급조절로 인해 가뜩이나 높은 송아지 가격이 폭등할 것이다"라며 부정적 입장만 내 놓으며 사업 추진을 방해할 뿐 더 좋은 대안을 내 놓거나, 농가들의 수급조절사업 참여를 유도하는 정책을 개발하고 적용하는 데는 등한시 한 것이 지금의 한우 가격 폭락의 원인이라 하겠다.

더불어 가격 폭락기 번식농가들의 경영안정을 위해 도입된 송아지안정제의 정상화도 계속 미루면서 농가들의 최소한의 버팀목조차 마련하지 않은 것도 농식품부의 직무 유기라 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5년여를 허송세월한 끝에 지난 1월 설을 앞두고 두 명의 한우농가가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일이 일어나고 말았다.

지금은 제4차 한우파동의 초입기이다. 경기침체와 암울한 소 값 전망 속에 얼마나 많은 농가가 경영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잘못된 선택을 할지 장담할 수 없다.

지금이라도 농식품부는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고, 한우 농가들의 경영안정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소비촉진은 기본... 시급한 경영안정망

많은 한우 관련 단체들은 한우 소비를 촉진하고, 사육두수를 조절하는 데 의견을 모으고 있는데, 현재 제일 시급한 일은 농가들의 소득을 조금이라도 보전하여 이 어려운 시기를 버텨낼 수 있도록 하는 일이다.

이미 농가들은 가격이 하락하자 소 사육 숫자를 줄이는 쪽으로 의사결정을 하였다. 지금은 수급 조절이 아니라 농가들이 너무 산업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 그럼에도 정부는 14만두의 소를 감축하겠다는 대책을 발표하였다.

소를 줄이면 2~3년 뒤 한우 가격은 조금식 상승하여 6~7년 뒤에는 소가 모자라 가격이 다시 뛰는 일이 벌어질 것이다.

하지만 현재 한우농가들이 3년 뒤까지 버텨낼 자본이 축적되어 있는가를 살펴야 한다. 특히 번식농가들은 가격 하락에 따른 리스크를 회피할 방법이 없다. 이들을 위해 2020~2021년 재난 지원금, 소상공인지원금과 같은 형태의 보조금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새로운 대책을 세우는 일은 매우 어려운 만큼 기존 제도인 송아지안정제를 개편하여 늦어도 하반기부터는 기존 가입 농가들이 송아지 한 마리를 출하할 때 얼마간의 안정 기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하고, 올해 추가 가입을 받아 내년부터 모든 번식농가들이 송아지안정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본 기사는 농장에서 식탁까지 2023년 1~2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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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방 2023-03-03 22:25:10
정부잘못보다 농가잘못이다 가격이좋으니 너도나도 마리숫자 늘어나게 농장확장하니 망하려고 제촉한탓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