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 지육가격은 약세·부산물 가격은 강세...왜?
돼지, 지육가격은 약세·부산물 가격은 강세...왜?
  • 옥미영 기자
  • 승인 2023.03.06 08: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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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겹살데이 특수에도 돼지 값 맥 못춰...부산물은 전년비 100%↑

[팜인사이트= 옥미영 기자] 

삼겹살데이 20주년을 맞은 올해 한돈업계가 한돈자조금을 활용한 온·오프라인에서의 역대급 할인 등 다양한 이벤트를 마련해 진행했지만 돼지 지육가격이 약세를 면치 못하면서 한돈농가와 업계가 울상에 빠졌다.

경기 불황에 따른 극심한 소비 침체 여파로 삼삼데이 등 이른바 ‘데이 마켓팅’까지 이렇다 할 효과를 얻지 못한 것이 배경으로 파악되고 있는 가운데 삼삼데이 이후의 도매시장 돼지가격은 더욱 불안정할 것이라는 전망이 유통업계를 중심으로 확산되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같이 좀처럼 가격 상승의 변곡점을 찾지 못하는 돼지고기와 달리 두·내장은 마리당 지난해 7,500원 수준에서 최근 가격이 1만5천원으로 100% 넘게 오르면서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경기둔화에 직격탄 맞은 ‘삼겹살'

삼삼데이를 앞둔 2월 셋째주 도매시장 돼지가격(2월 13~17일)은 kg당 4269원으로, 넷째주(2월 20~24일)엔 4313원, 2월 마지막 주엔 4367원에 거래되는 등 대형유통업체의 대규모 물량 매입에도 반등하지 못한 채 4200~4300원대 수준에서 마무리됐다. 이는 전월 평균 4756원 보다 kg당 300~400원 낮은 수준이며, 마리당 생산비(5290원)을 한참 밑도는 수준이다.

돼지 도매시장 가격 약세는 소비 부진이 가장 큰 원인으로 분석된다.

잇따른 기준 금리 인상 속에 가스비·전기세 등 공공 요금발 물가 상승이 크게 오르며 급격히 위축된 소비심리가 축산물 구매에 고스란히 영향을 미쳤다는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경북 안동의 A 육가공업체 관계자는 “삼삼데이 주문량이 예년을 크게 밑돌면서 삼겹살 및 목살의 2월말 재고 물량이 보름치에 달한다”고 말했다.

충북 청주의 도축장 및 육가공업체 B대표는 “주 거래처인 식자재마트의 돼지주문량이 2월들어 일일 두차분에서 한차분으로 절반 이상 줄었다”면서 “소비심리가 얼어붙으며 식재료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축산물 소비를 줄이는 구매경향이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돈까스·순대국 등 ‘한끼 메뉴’의 인기 

이처럼 삼겹과 목심 등 돼지고기 선호부위 소비는 주춤한 반면 등심 및 전·후지, 여기에 순대국에 주로 이용되는 부산물 소비는 크게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육가공업계에 따르면 삼겹과 목심의 소비는 감소해 재고가 늘어나는 추세이지만 돈까스와 탕수육 등 등심 수요는 꾸준해 재고량은 바닥인 상황이다. 특히 순대국에 주요 활용되는 돼지 머리와 내장 부산물 인기가 높아지면서 돼지 마리당 두·내장 가격은 전년 같은 시기 7500원에서 최근 1만5천원으로 100% 올랐다.

이는 최근의 경기 침체로 인해 위축된 소비심리가 고스란히 구매패턴 변화로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외식에서의 돼지고기 소비는 물론 코로나 19로 한때 확산됐던 집밥 트렌드 마저 주춤해지면서 삼겹과 목심 등 주요 부위 소비는 감소하고 있는 반면, 가성비가 높은 돈까스, 순대국 등 ‘1인 디쉬’‘한그릇 식사’는 최근의 경기 불황기와 맞물려 소비가 크게 늘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돼지 전용 도축장의 한 관계자는 “2021년 연말 마리당 가격이 7천~7500원 수준이었던 돼지 두,내장 가격은 소비 증가와 맞물려 지난 1년간 한 달에 1천~2천원씩 오르다 최근 1만5천원까지 상승한 이후에도 강세가 지속되고 있다”며 “경기 불황으로 지갑을 닫는 소비자들이 1만원으로도 충분한 양의 고기 섭취와 안주 대용까지 가능한 한그릇 메뉴를 선호하는 현상이 뚜렷하다”고 말했다.

삼삼데이 이후 돼지가격... ‘선방이냐', '하락이냐’

국내 경기가 유례없는 침체기에 접어들면서 향후 돼지가격 역시 소비 위축으로 인한 가격 약세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올해 삼삼데이의 삼겹살 판매가 당초 기대 수준을 크게 밑돈데다, 본격적인 행락철과 여행수요가 시작되는 4월 초반까지 도매시장 돼지가격은 kg당 4천원대를 지지하기 어렵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육가공업체 C대표는 “경기침체로 인한 소비 둔화가 예상보다 심각한 상황이어서 돼지 한 마리 팔기가 어려운 게 최근의 유통 현실”이라면서 “삼삼데이 이후 이렇다 할 소비변곡점이 없는 3월엔 kg당 4천원 유지도 낙관하기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반면, 공고한 등심 및 돼지 부산물 소비, 3월 학교 급식 재개로 인한 전·후지 수요 증가 여기에 원달러 강세 및 국제 돼지가격 상승으로 인한 수입량 감소 등은 향후 돼지가격을 지지할 긍정 요인으로 꼽힌다.

또다른 육가공업계 한 관계자는 “삼겹 및 목심 등의 수요가 크게 줄었지만 3월 신학기를 맞아 급식용 전·후지 소비 본격화 등으로 하방을 단단히 지탱할 여력이 큰 만큼 3월 도매시장 가격은 하락보다 상승요인이 더 강하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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