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암소 도축률...한우산업 안정기반 사수해야
치솟는 암소 도축률...한우산업 안정기반 사수해야
  • 옥미영 기자
  • 승인 2023.03.20 1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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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경산우 등 송아지 비육도 늘어 가축 시장 출하물량 ‘뚝’

전문가들 “지금 중요한 건 수급조절 아니라 농가 이탈 방지”

기획연재 시리즈...위기의 한우산업, 해법은 없나[1]
번식농가들의 사육 의지가 급감하며 최근 암소(경산우) 및 송아지 비육이 크게 늘면서 가축시장의 송아지 출장두수가 감소하고 있다(사진은 우시장 모습).
번식농가들의 사육 의지가 급감하며 최근 암소(경산우) 및 송아지 비육이 크게 늘면서 가축시장의 송아지 출장두수가 감소하고 있다(사진은 우시장 모습).

 

[팜인사이트= 옥미영 기자] 

지난해 말 기준 한우 사육두수가 355만 두를 넘어서는 등 정점을 향해 내달리면서 수급 불안정에 따른 가격 하락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화된 도매시장 가격 하락은 국내 경기 침체 등 소비 위축과 맞물려 3월 들어 하락 폭이 더욱 커지고 있다. 더욱이 올해 한우도축두수는 100만 두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며 가격 하락을 둘러싼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역시 곡물 수급과 시황 역시 불안정한 상황이 이어지면서 한우농가의 경영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현재 한우산업의 위기요소는 무엇이며, 이를 극복할 대안은 없는지를 네 차례에 걸쳐 기획, 연재한다.

<1> 치솟는 암소 도축률...한우산업 안정기반 사수해야

<2>한우가격 안정, 할인판매가 최선일까

<3>한우개량, 도체중‧근내지방 위주의 단순식 보완해야

<4>1++등급 신설 20년...마블링스코어 9번에 갇혀있는 소 등급제

도매시장 한우가격 하락으로 한우농가의 사육 심리가 크게 위축되면서 암소의 비육‧출하는 물론 암송아지 비육이 크게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우업계 관계자와 전문가들은 이러한 암소 도축 및 미경산우 비육 추세가 지속할 경우 지난 2012~2015년 솟값 파동기 이후 나타난 큰 소 및 송아지의 수급 불안정 상황이 향후 2~3년 이내에 되풀이될 것이라며 우려섞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도매시장 한우가격, kg당 1만5천 원대로 하락

도매시장 한우 가격은 2월 농림축산식품부와 농협경제지주, 한우자조금의 ‘소프라이즈’ 행사로 최대 50% 수준까지 할인판매가 이어지면서 2월 중순 이후엔 소폭 반등세를 보이며 kg당 1만6900원~1만7천 원대까지 상승했다. 이러한 상승세는 3월 초순까지 이어지다 둘째 주부터 내림세로 접어들면서 둘째 주 가격은 1만5973원으로 kg당 약 1천 원 하락했으며, 셋째 주 평균가격은 1만5800원으로 마무리됐다.

전국의 하나로마트와 대형농축협, 온라인에서의 대대적인 할인판매에도 한우가격이 이처럼 하락세를 쉽게 면치 못하는 데는 공급물량 증가와 불안정한 수요 때문으로 풀이된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올 1월부터 3월 17일까지 한우도축두수는 19만6175두로 지난해 같은 기간 17만3,606두 대비 13.0% 늘었다.

반면, 최근 한우고기 소비는 할인판매에도 불구하고 금리 인상과 각종 공공요금 인상 등 경기 위축으로 좀처럼 크게 진작되지 못하고 있다는 게 한우 유통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암소 도축비율 50% 육박...’2012~’2015년 재연

소비 위축 속에 공급량이 10% 이상 급증하면서 가격 하락을 부추기는 가운데 늘어난 공급량 대부분은 암소 물량이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된다.

전체 물량 가운데 암소가 차지하는 비중은 한우 가격 하락이 시작된 지난해 하반기부터 뚜렷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실제로 솟값 시황이 좋았던 지난 2021년 전체 출하물량 중 암소도축비중은 43.7%에 불과했지만 2022년 하반기 솟값 하락이 본격화되면서 11월엔 47.9%로 4%P 넘게 올랐다.

이 같은 추세는 올해 들어 지속돼 2023년 1월 암소도축비중 역시 47.9%로 암소 출하 강세가 지속되다 2월 46.4%로 다소 주춤해 지는듯 했으나 3월 들어선 다시 48.0%(3월 1일~17일, 도매시장 기준)까지 상승했다.

이 같은 수치는 솟값 폭락으로 암소의 무분별한 홍수 출하가 이뤄졌던 지난 2012~2015년 수치(46.8%~48.7%)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송아지 생산 증가에도 가축시장 물량은 감소

도매시장의 암소 비중 증가는 번식 농가의 사육 심리가 크게 위축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도매시장 가격 하락 영향으로 송아지 가격이 크게 하락하며 수취가격이 줄어든 데다 최근 몇 년간 급격히 오른 사료비 부담 등의 경영 악화요인이 겹치며 송아지 생산을 포기하거나 접는 농가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번식 농가들의 사육 심리 위축 영향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있다.

송아지, 특히 가격 하락 폭이 큰 암송아지의 경우 매매를 통한 이윤이 크질 않자 직접 비육에 나서는 농가들이 늘고 있다. 암송아지의 경우 사료비 부담이 거세우에 비해 적어 지금처럼 사료값 부담이 높은 시기에 번식농가들이 손쉽게 비육에 참여하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알려진다. 

이는 최근 가축 시장 출하물량 감소로 고스란히 나타난다.

지난해 가축 시장에 출하된 6~7개월령 월 평균 송아지 출장 물량은 암송아지의 경우 2,496마리, 수송아지의 경우 9,150마리였으나 올해 들어선 1~2월 평균 거래물량은 암송아지와 수송아지가 각각 2385, 8170두로 송아지 생산 증가에도 출장 물량은 감소하고 있다.

3월 들어선 이 같은 추세가 더욱 공고해지고 있어 향후 송아지 거래 두수는 더욱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 중요한 건 '수급조절' 아닌 한우번식농가의 이탈 방지'

번식 농가들의 채산성 악화로 안정적인 사육기반 유지의 적신호가 곳곳에서 나타나면서 한우업계 전문가들은 한우의 안정적인 생산기반 유지에 힘을 모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번식 농가의 위축된 사육 심리를 그대로 방치할 경우 지난 2012~2015년 무분별한 암소 도축으로 생산기반이 무너져 정상적인 한우 생산 기반을 만드는 데까지 상당한 시일과 노력이 소요됐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우려할만한 수준의 암소도축과 미경산우 비육이 늘고 있는 만큼 정부와 관련 업계는 전방위로 확대‧실시하고 있는 수급 조절 노력을 번식 농가들의 경영 안정을 위한 장치 마련에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농가들은 가격이 하락하자 이미 암소와 암송아지 비육 등 사육 두수를 감소하는 방향으로 의사를 결정한 만큼, 농가들이 산업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하는 데 힘을 쏟는 시점이라는 것을 강조하며 나온 말이다. 

업계 한 전문가는 “송아지안정제 개편을 통해 늦어도 하반기부터는 번식 농가들이 송아지 한 마리를 출하할 때 최소한의 안정금을 지급하는 등 심리적 경영 안정 장치를 가동시키는 것이 시급하다"면서 “아울러 10년 뒤 다시 찾아올 한우 파동에 대비하기 위해 한우산업의 경영 안정을 위한 새로운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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