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 정육 부위의 환골탈퇴...피자 ·파스타 ·샌드위치 등에 이용
한우 정육 부위의 환골탈퇴...피자 ·파스타 ·샌드위치 등에 이용
  • 옥미영 기자
  • 승인 2023.04.18 14: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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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정육 부위 소비 활성화 방안 현장 세미나
한우협회, 신메뉴로 비선호 정육 소비 활로 찾기 시동

[팜인사이트=옥미영 기자]

한우파동은 1984~1988년/ 1996~2000년/ 2011~2015년 세 차례 발생하였으며, 현재 4차 한우 파동 초입에 있다.

3차 한우 파동은 이전 두 번의 한우 파동과 달리 한우가 산업화 된 이후 발생한 것으로 3차 파동기의 경험을 잘 살린다면 4차 한우 파동을 조기에 수습하고, 5차 한우 파동의 발생 가능성을 낮출 수 있을 것이다.

 

한우 파동으로 얻은 교훈 두 가지

3차 한우파동기 때 얻은 교훈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 선제적 수급조절의 필요성이다. 한우 가격 안정을 위해 실시했던 수급조절 대책의 효과는 2015년 이후 나타나면서, 가격 하락기에 실시하는 프로그램의 효과는 매우 제한적이라는 것을 깨닫고, 이후 선제적으로 수급조절 프로그램을 실시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두 번째, 한우 정육 및 부산물 소비 활성화 방안 필요다.

파동기구이용/스테이크용 부위는 비교적 문제가 없었으나 정육부위와 부산물 소비를 확대하는 것은 한계가 있었으며 한우 가격을 정상화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하였다는 것이다.

사골 등 부산물의 경우 2010년대 후반 HMR 등 간편식이 활성화되며 소비 방안을 어느 정도 찾았으나, 정육 부위 소비 활성화의 경우 아직 방향을 찾지 못하고 있다.

지금 정육 부위 활성화를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가격을 낮춰서 소비를 활성화하는 방법밖에 없다. 이에 농장과 식탁은 샤카스바비큐 차영기 대표와 공동으로 한우 정육 부위 소비 활성화를 위한 방안을 모색하였으며, 이렇게 한우업계 관계자들을 모시고 그간의 고민을 풀어 놓는 행사를 개최하게 되었다.

 

한우 정육 부위란?

한우고기는 앞다리와 뒷다리 몸통 이렇게 세 부위로 나눌 수 있다.

보통 몸통 부위가 수요가 많아 가격이 높고 앞다리와 뒷다리 부위는 수요가 적어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수요의 많고 적음, 가격의 높고 낮음은 한우고기를 어떤 용도로 활용하느냐에 달려 있는데, 고가 부위는 직화구이에 적합한 부위, 저가 부위는 직화구이에 부적합한 부위로 이야기할 수 있으며 이들 부위의 특성은 근내지방 형성이 잘 안 되고, 활동량이 많아 근육이 단단한 부위다.

이들 부위를 한우업계서는 정육부위라 이야기하는데, 정육부위로 주로 불고기나 육개장, 곰탕 같은 국과 탕으로 활용되고 있다.

정육 부위는 사태, 설도, 앞다리, 목심, 우둔, 양지 등을 일컫는 가운데, 양지는 국물 요리용으로 특화되어 있어 다른 정육 부위에 비교해 수요가 많아 가격이 높게 형성되어 있다.

한우 설도를 활용해 만든 풀드비프는 부드럽게 찢어지도록 저온에서 장시간 훈연해 만들며 각종 소스와 버무려, 피자, 버거, 파스타, 샌드위치 등에 활용될 수 있다.
한우 설도를 활용해 만든 풀드비프는 부드럽게 찢어지도록 저온에서 장시간 훈연해 만들며 각종 소스와 버무려, 피자, 버거, 파스타, 샌드위치 등에 활용될 수 있다.

 

특수부위의 탄생과 생고기의 인기

3차 한우 파동 이후 한우업계는 새로운 구이용 부위 탐색에 나서 여러 특수부위를 개발하였고 시장에 적용하기 시작하였다. 대부분의 특수부위가 양지나 갈비 등에서 나왔는데, 양지와 갈비 부위는 이미 수요가 많았던 부위기 때문에 한우고기를 더 음미하며 먹는다거나 부가가치를 더 높일 수 있다는 면에서 의미가 있지만, 소비 활성화 측면에서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할 수 있다.

이와 달리 앞다리의 부채살, 설도의 보섭살이나 삼각살의 경우는 정육부위를 스테이크와 구이용으로 활용한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 할 수 있다.

2020년~2021년 코로나 19 상황을 지나면서 한우 소비에서 눈에 띄는 변화는 생고기 소비가 급격히 증가했다는 것이다. 한우 생고기는 광주전남, 대구·경북의 독특한 소비법이었는데 코로나 19 팬데믹 시기를 지나면서 서울과 수도권에서 한우 생고기에 대한 수요가 가파르게 상승하더니 전국적인 현상이 되었다.

특히 생고기 소비 증가에 따른 우둔의 가치는 급상승하게 되었는데, 생고기용 우둔은 양지 가격에 거래가 되면서 비선호 부위라는 딱지를 떼게 되었고, 우둔의 수요가 크게 늘어나자 우둔의 대체 부위로 앞다리의 꾸리살도 육회용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한우 정육 부위

우둔, 꾸리살, 보섭살, 삼각살, 부채살 등이 생고기와 구이용으로 활용되면서 이제 남은 정육부위는 사태, 목심, 앞다리, 설깃, 도가니살 정도가 남게 된다.

이들 부위는 다른 정육부위에 비해 질기고 근내지방도 거의 형성되지 않는 부위다.

국과 불고기용으로 활용되는 비선호 부위의 양은 많이 줄기는 하였지만, 가정식의 감소 등으로 이들 부위는 한우 가격을 낮추는 주된 원인이 되고 있다.

농장과 식탁과 샤카스바비큐의 차영기 대표는 한우협회의 지원을 받아 이들 정육 비선호 부위를 국과 탕, 불고기가 아닌 다른 메뉴로 전환을 시도하였다.

 

지난 4월 14일 샤카스바비큐에서 시연된 정육부위를 활용한 다양한 외식메뉴.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한우풀드비프파스타, 한우버거, 한우풀드비프, 한우피자.

풀드비프의 탄생

pulled pork(풀드포크)라는 바비큐가 있다. 돼지 앞다리 등 정육 부위를 낮은 온도로 천천히 바비큐해 샌드위치나 버거용으로 쓰이고 있다.

풀드포크가 있다면 풀드비프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여 샤카스바비큐 차영기 대표는 한우 설도와 사태를 바비큐로 개발하기 위해 도전하였고, 2022년 9월 개최된 한우바이어대회에서 사태를 활용한 바비큐를 선보였다.

 

현장 세미나에 참석한 관계자들이 한우정육부위 메뉴 활성화를 위한 시연회를 지켜보고 있다. 

그리고 4월 14일 아웃도어바비큐협회 차영기 대표가 운영 중인 샤카스바비큐에서는 한우유통, 외식업계와 학계 관계자 30여 명이 모인 가운데 한우 정육 부위 소비 활성화를 위한 세미나가 개최되었고, 설도를 활용한 풀드비프를 선보였다.

설깃살과 도가니살을 20시간가량 100~120℃의 낮은 온도에서 천천히 익혔고 이렇게 완성된 바비큐를 여러 소스에 버무려 버거와 샌드위치, 타코, 브리또, 피자, 파스타 등에 활용되었다.

오븐에서 나온 설도 바비큐는 식으면서 퍽퍽한 식감을 나타냈지만, 치즈나 여러 소스와 어우러지면서 스모크향이 강한 음식으로 거듭나게 되었다.

이날 신메뉴를 선보인 차영기 대표는 “아직 해결해야 할 부분이 많지만, 소스에 관한 연구가 조금 더 이뤄진다면 한우를 한식으로만 소비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 우리 식문화에 정착한 여러 서양식 메뉴에 한우 정육 부위가 사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차영기 샤카스바비큐 대표가 강의하고 있는 모습. 

한우 바비큐 어떻게 확산할까?

이날 제1 주제 발표자로 나선 농장과 식탁 김재민 실장은 지금까지 한우는 한식 메뉴로 주로 이용되었고, 스테이크용으로 많이 이용되는 등심과 안심, 채끝도 2010년 초까지만 하더라도 한식구이용으로 이용되었다고 말했다.

이어 김 실장은 2015년을 전후해 한우협회와 한우자조금이 한우 스테이크를 집중 마케팅하면서 한우는 최고급 스테이크 부위로 많이 이용되었다며, 비선호 정육 부위도 한식을 넘어 베트남 쌀국수, 피자와 버거, 샌드위치, 파스타 등 다양한 음식에 식재로 사용될 수 있도록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이를 위해 차영기 대표가 선보인 풀드비프는 편리성 때문에 다양하게 응용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위해 시제품의 홈쇼핑 방송, 한우협회와 자조금이 주관하는 쿠킹클래스, 한우 바비큐 경연대회 개최 등을 통해 확산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행사에 참석한 관계자들도 오늘 선보인 풀드비프를 활용한 메뉴들이 완벽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가능성은 확인할 수 있었다고 입을 모으고, 한우 정육부위의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다양한 시도는 필요하다고 전했다.

하광옥 농장과 식탁 이사장은 “오늘 선보인 신메뉴의 확산을 위해서는 오늘 함께 자리에 참석한 목우촌을 비롯한 식품업계의 역할이 필요해 보인다”며, “풀드비프를 활용한 다양한 간편식 출시 등을 통해 한우 비선호 정육 부위가 새롭게 평가되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차영기 대표는 오늘 많은 분이 피드백을 해주셔서 부족한 부분을 좀 더 보완하도록 노력하겠다며, 비선호 정육 부위가 갖는 퍽퍽한 식감을 줄이는 일이 주어진 숙제가 될 것 같다는 소감을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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