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이 카피했다"는 키우소 주장, 농협서 먼저 개발...'사실과 달라'
"농협이 카피했다"는 키우소 주장, 농협서 먼저 개발...'사실과 달라'
  • 옥미영 기자
  • 승인 2023.04.20 08: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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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용 논란 휩싸인 ‘NH하나로목장’ 개발과정 살펴보니...키우소 주장 '맞지 않아'

농협, 키우소 출시 2년전 ‘한우DB플랫폼’ 구축 착수·완료

[팜인사이트= 옥미영 기자] 

농협이 한우의 출생부터 출하까지 사육 전반에 이르는 각종 데이터를 집약, 농가들의 편리한 농장 관리를 돕기 위해 개발한 목장관리 앱(애플리케이션) 서비스인 ‘NH하나로목장’이 도용 논란에 휩싸이며 홍역을 치르고 있다.

또 다른 목장 경영관리 플랫폼의 민간 개발사인 키우소가 농협경제지주의 NH하나로목장이 자사의 아이디어를 베껴 만든것이라며, 더 이상의 앱 개발 중단을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키우소는 국회, 농림축산식품부, 중소기업중앙회 등에 이같은 사실을 호소하며, 스타트업 기업이 대기업의 횡포를 저지할 수 있는 제도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NH하나로목장 vs 키우소

‘NH하나로목장’과 ‘키우소’는 축산 농가에서 소가 태어나 도축될 때까지의 전 과정을 데이터로 자동 관리해주는 애플리케이션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키우소의 앱 서비스는 2020년 7월, NH하나로목장은 2021년 11월 출시됐다.

키우소의 방성보 대표가 농협의 NH하나로목장 앱이 자사의 아이디어를 베꼈다고 주장하는 가장 큰 배경 중 하나도 애플리케이션의 개발 시점이다.

키우소의 앱 개발과 농협의 앱 개발 간 시차가 1년이 넘기 때문이다.

낙농 목장 후계자이기도 한 방 대표는 대학 졸업 후 목장 운영을 시작한 2018년 목장 기록관리의 불편함을 느껴 앱 개발을 기획하는 등 동기부여가 확실하고, 2020년 12월엔 농협중앙회가 주관한 농식품 창업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대상(장관상)을 받은 사실 등을 공개하며 농협을 압박하고 있다.

여기에 농협이 NH하나로목장을 공식 런칭한 후엔 한우종합개체이력 DB 접속을 차단하고 있다면서 공공데이터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 신청까지 낸 상태다.

지난 4월 18일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대기업 아이디어 탈취 피해기업 기자회견에서 방성보 키우소 대표가 발언하고 있는 모습
지난 4월 18일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대기업 아이디어 탈취 피해기업 기자회견에서 방성보 키우소 대표(왼쪽 다섯번쩨)가 발언하고 있는 모습.

 

◆농협이 스타트업 회사의 아이디어를 탈취?

키우소의 주장대로라면 농축산업계 대기업인 농협이 축산인이 스타트업 회사까지 설립해 현장에서 느낀 애로사항 해결을 위해 내놓은 아이디어와 성과물을 그대로 가져와 이와 흡사한 서비스를 농가들에게 내놓은 것이 된다.

키우소에 따르면 농협경제지주의 NH하나로목장과 키우소의 앱 유사도는 75%에 이른다.

하지만 키우소의 주장을 하나하나 따져보면 석연치 않은 부분이 적지 않다.

먼저, 앱 서비스의 출시 시점이다.

키우소의 앱 서비스가 NH하나로목장보다 빨리출시된 것은 맞지만, 오히려 농협은 키우소보다 앞선 지난 2019년 12월 목장의 기록관리와 각종 정보 기능을 탑재한 ‘농협하나로앱’ 서비스를 출시 한 바 있다.

NH하나로목장의 이전 버전인 셈이다.

농협하나로앱이 농업과 축산부분 서비스를 동시에 실행했던 가운데 하나로앱 출시 이전부터 ‘한우핵심DB서비스’ 개발을 핵심과제로 정하고 사업을 진행해온 농협 축산경제는 '농협하나로앱'에서 한우부분을 별도로 분리, 고도화시켜 2021년 11월 ‘한우 목장관리 서비스’ 완결판인 NH하나로목장을 내놓게 된다.

농협이 개발한 한우의 목장관리 데이터 플랫폼 서비스는 이뿐만이 아니다.

이 역시 키우소의 앱이 개발되기 이전인데, 2020년 1월 농협사료에서 별도로 한우의 출생부터 출하까지 개체별 관리가 가능한 ‘한우 올인원’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해 상용화했다.

기존 농협경제지주가 개발한 농협하나로앱의 기능에 1:1 온라인 컨설팅을 접목한 것으로 농협사료 이용 농가의 서비스 개선과 사업 활성화를 위해 기획됐다.

한우의 출생부터 출하까지 개체별 기록을 애플리케이션 담은 농협경제지주의 NH하나로목장 홍보 브로셔.

◆농협, 축산분야 디지털 사업화에 ‘올인’

농협 경제지주의 축산부분에 대한 디지털 사업과 관련한 추진 노력은 일찌감치 시작되어 다양한 부분에서 쉽게 확인된다.

대표이사가 직접 나서 ‘축산분야의 디지털 혁신사업’에 대한 의지를 대내외에 거듭 표명해 온 데다, 적지 않은 예산과 전문 인력 투입, 여기에 한우 핵심 DB 플랫폼 구축 착수 및 결과 보고회가 농협 내부직원은 물론 외부인까지 참석한 가운데 열린 것 등을 종합해 볼 때 NH하나로목장이 민간회사의 아이디어를 탈취해 개발된 것으로는 해석되기 어렵다.

실제로 본지가 입수한 농협경제지주 자료에 따르면 농협은 키우소 애플리케이션이 개발되기 2년 전인 2018년 12월 농협정보시스템 등으로부터 한우 핵심 DB 플랫폼 구축과 관련된 컨설팅 개발을 완료했으며, 2019년 5월 사업 착수 보고회를 개최하며 축산 부분 디지털 사업의 본격 시작을 알려나가기 시작했다.

 

농협 축산경제가 한우 핵심 DB 플랫폼 착수 보고회를 열고 사업 본격화에 나선다는 조선일보의 2019년 5월 8일자 기사(조선일보 홈페이지 기사 캡쳐).

중간 설계단계였던 같은해 7월에는 농협경제지주 및 농협사료 직원들과 워크숍을 진행한 데 이어, 2019년 12월 한우 핵심 DB 플랫폼 구축과 관련해 최종 보고회를 갖게 된다.

키우소의 아이디어를 차용하기에는 농협이 상당히 이전부터 진행하고 준비해왔던 프로젝트임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참석 직원들 모두에게 자료가 배포됐고, 모든 회의는 물론 공개로 진행됐다. 

키우소가 강조하고 있는 2020년 공모전 대상 수상 이력 역시 이미 농협의 한우DB플랫폼 구축 사업이 완료된 시기여서 키우소 주장의 신빙성은 더욱 낮아진다. 

2018~2019년 한우 DB 플랫폼 구축 사업의 실무를 담당했던 김태현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NH농협지부 정책실장(당시 축산기획부 디지털팀 차장)은 “키우소가 문제 삼고 있는 농협중앙회 주관의 ‘공모전의 대상 수상’ 건은 농협중앙회와 농협경제지주가 모든 업무를 공유하지 않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에서 비롯된 것으로, 더욱이 키우소가 출시되기 훨씬 이전부터 사업을 준비해 완료한 농협이 키우소를 베껴서 앱을 출시했다는 건 말이 안 된다”라며 “앱 출시 시기를 따져보면 오히려 키우소가 농협의 앱을 참고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본지가 입수한 농협의 한우 핵심 DB 플랫폼 구축을 위한 연구용역 완료 보고서(왼쪽, 2018년12월)와 한우 핵심 DB플랫폼 구축 종료 보고서(2019년 12월)의 표지 사진. 축산분야의 디지털화를 위한 농협의 한우농장 데이터 베이스 사업의 타당성과 실제 사업 추진은 키우소 애플리케이션이 개발되기 이전인 2018~2019년 이미 완료됐다.
본지가 입수한 농협의 한우 핵심 DB 플랫폼 구축을 위한 연구용역 완료 보고서(왼쪽, 2018년12월)와 한우 핵심 DB플랫폼 구축 종료 보고서(2019년 12월)의 표지 사진. 축산분야의 디지털화를 위한 농협의 한우 데이터 DB사업 타당성과 실제 사업 추진은 키우소 애플리케이션이 개발되기 이전인 2018~2019년 이미 완료됐다.

 

◆축산 부분 양질의 정보화 환원 사업 좌초되나

이처럼 키우소 애플리케이션 개발 이전부터 농협은 목장의 데이터 자동관리와 축산 관련 서비스 이용의 간편화를 위해 다양한 앱을 지속 출시하는 등 사업에 전력해왔고, 2021년 11월 완결판인 ‘NH하나로목장’을 출시하는 등 전후 사정을 종합해 볼 때  "농협이 아이디어를 탈취했다"는 키우소의 주장은 합리적이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현재 키우소는 농협과의 분쟁을 조합원 vs 농협경제지주, 스타트업 vs 대기업의 대결 프레임으로 설정하고, 농협의 횡포로 피해를 보았다는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올 한해 NH하나로목장의 더 나은 서비스를 위한 개발과 활성화를 계획했던 농협은 키우소 주장에 대한 대응으로 사실상 업무가 마비되면서 목장관리 서비스 사업을 무료로 이용하며 농장 경영에 활용하고 있는 축산농가들에 피해가 전가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김삼주 전국한우협회장은 “2019년 농협하나로앱이 출시된 당시부터 적지 않은 농가들이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하며 수기로 목장 관리를 해왔던 어려움이 해소되고, 한우의 개체별 데이터 자동관리가 가능해져 농장 운영에 많은 도움을 받은 가운데 업그레이드된 NH하나로목장으로 스마트팜 기능까지 더해지며 더욱 편리한 축산 관련 서비스에 대한 기대가 컸었다”면서 “농협이 조합원 농가를 위해 정보망을 구축하고 보급하는 양질의 정보화 환원 사업이 확인되지 않은 주장으로 개발이 중단되거나 좌초되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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