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과 키우소 분쟁 핵심은 데이터 접근과 이용 문제
농협과 키우소 분쟁 핵심은 데이터 접근과 이용 문제
  • 김재민
  • 승인 2023.04.21 14: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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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 한우데이터 무단 사용 차단 이후 키우소 농협이 자사 서비스 도용했다 주장
키우소와 하나로목장 관리 플랫폼 홍보이미지

한우관련 농축협이 생산하는 빅데이터를 두고 민간 앱 개발사업자와 농협이 분쟁 중이다.

초기 여러 언론을 통해 농협이 민간 앱 개발사업 아이디어를 도용했다는 보도가 나올만큼의 큰 문제로 보이지 않았는데, 얼마전 중소기업중앙회 회의실에서 경청이라는 단체가 주관한 대기업에 기술을 빼앗겼다는 스타트업들의 기자회견을 보면서 좀더 자세히 알아볼 필요성을 느꼈다. 이번 사태와 관련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각적으로 듣고 자료들을 검토한 결과 보도된 내용과 달리 농협이 민간업체가 개발한 서비스의 카피나 아이디어의 도용 문제가 아니라 한우 관련 빅데이터의 접근과 이용에 관한 내용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우 관련 빅데이터 주인은?

한우 산업에서 발생하는 여러 데이터가 있는데 그 데이터는 농가와 농축협, 농가와 사료회사, 등급판정, 도축장, 공판장, 한우 유전자원의 관리와 확산을 담당하는 농협가축개량사업소, 종축개량협회의 혈통 등록 과정에서 쏟아져 나온다.

그중 핵심 데이터의 주인은 농가, 농가가 조합원으로 참여한 농축협, 농축협이 출자해 세운 농협중앙회 등이 생산하는 것들이고, 한우농가를 대상으로 사업을 하는 축산물품질평가원과 같은 기관들에 있다.

관련 데이터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데이터 생산자들에게 동의를 받아야 하고, 접근과 이용을 위해 데이터 관리자에게 이용 방법을 문의하는 게 상식적 절차와 행동이다.

 

데이터 무단 사용은?

요즘 대화형 인공지능 Chat GPT가 인기다. 질문을 하면 관련 학습된 데이트를 근거로 간단한 문서를 작성해 대답해 주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고 있다.

이 대화형 인공지능의 답변에는 오류도 있지만 전문가가 봐도 어느 정도 인정될 수준의 답변도 많이 내놓고 있다. 문제는 Chat GPT의 답변은 누군가에 의해 생산된 단행본, 각종 보고서, 기사, 블로그, SNS 게시글 등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Chat GPT는 답변의 출처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고 있고 저작물 이용에 대한 이용료는 물론이고 이용에 대한 동의 조차 한적이 없다.

앞으로 대화형 인공지능이 활용하는 무수한 텍스트 정보에 대해 운영사는 저작권료를 어떻게 지급할지를 진지한 고민을 해야 할 것이다.

한때 디지털 카피, 오프라인 카피가 만연했던 음악 저작권의 경우 디지털화 진행 과정에서 영상, 노래방, 방송, 유튜브, 페이스북 등에서 이용될 때마다 철저하게 요금이 부과되어 저작권자들에게 분배되는 시스템이 마련되었다. 이와 달리 텍스트 중심의 데이터를 생산하는 작가와 연구자, 기자들의 저작물은 인용 표시만 하면 무료로 사용할 수 있으니 보상받을 길이 별로 없다.

이러한 가운데 테슬라 창업자인 일론 머스크는 마이크로소프트의 Chat GPT가 트위터 데이터를 무단 사용했다며 고소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최근에는 해외에 서버를 두고 드라마, 영화 등의 영상저작물을 무단으로 스트리밍 서비스를 한 누누티비도 영상저작권보호협의체가 법적 절차를 밝자 폐쇄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라 하겠다.

키우소 사태의 핵심은 데이터 접근과 이용 절차에 있다.

키우소가 농협이 관리하고 있는 데이터를 무단으로 크롤링하는 과정에서 서버의 과부하 문제가 발생했고, 농협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불법 크롤링을 방지하는 기술을 도입했다. 키우소 측은 농협이 관리하는 데이터 중 상당수는 정부의 지원을 받아 생산된 것이고 농협도 공공기관으로 분류되는 만큼 누구나 접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고, 분쟁조정 절차를 밟고 있다.

음악도, 영상도 초기 저작권 개념이 잡히지 않았던 시기에는 복제가 만연했지만, 점차 시간이 지나며 질서가 잡혀졌다. 축산분야 빅데이터의 접근과 활용문제도 초기에는 음악이나 영상분야에서 겪었던 것과 같은 과도기는 피할 수 없으며, 현재 농협과 키우소의 갈등도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문제 중 하나이다.

 

데이터 접근 문제가 서비스 도용 문제로 확산

데이터의 접근과 이용과 관련한 사안은 갑자기 서비스의 도용, 아이디어 탈취 문제로 확산하였다.

키우소 측이 데이터 접근과 국한된 문제를 넘어 농협의 목장관리앱이 자사 키우소 앱을 카피하고 도용했다며 언론 플레이를 하기 시작한 것이다.

대기업과 스타트업이라는 구도를 만들고 대기업이 스타트업의 기술을 탈취했다는 쪽으로 프레임 전환을 시도한 것이다.

회원축협과 농협중앙회 등이 농가와 함께 생산한 데이터는 엄연히 주인이 있는 것이며 농협은 자사가 보유한 데이터를 지키면서 조합원과 회원농축협 관계자들이 더 쉽게 확인하고 경영에 이용할 수 있도록 디지털화하는 작업은 당연히 해야 하는 사업이다.

농협의 이러한 사업을 지도 및 교육사업이라 부른다.

이는 농협법 제134조에 명시된 ‘1. 교육ㆍ지원 사업’ 중 '라'에 정확히 기술되어 있다. “회원과 그 조합원의 사업 및 생활의 개선을 위한 정보망의 구축, 정보화 교육 및 보급 등을 위한 사업을 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이에 대해 키우소 측은 자사 서비스와의 유사성을 이야기하고, 자사 서비스를 도용한 서비스이기 때문에 중단되어야 한다하고, 우리가 먼저 서비스한 서비스는 농협은 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앱개발은 누구나 아이디어만 있으면 코딩 기술자들의 도움을 받아 만들 수 있다.

한우를 사육하는 농가의 니즈는 동일하다. 그리고 한우 관련 빅데이터도 한정되어 있다. 누가 앱을 개발해도 비슷해질 수밖에 없으며, 당연히 특허나 독창성을 주장할 수도 없다.

더군다나 농협은 목장 관리 프로그램 개발사업을 2018년부터 준비해 2019년 개발을 완료하고 서비스를 시작했다. 그리고 농협 내 농협사료 등의 자회사도 분쟁 이전부터 관련 서비스를 하고 있었고, 농촌진흥청, 종축개량협회, 국내 여러 사료회사 등도 비슷한 목장 관리 프로그램을 개발해 무료로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종합해 볼 때 키우소의 서비스 도용 등의 사안은 데이터 접근과 이용에 관한 분쟁조정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기 위한 것이 아닌가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 또는 농협의 서비스가 계속 고도화되면서 ‘키우소’의 입지가 줄어드는 것에 대한 대응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축산업 디지털 전환 위해 농협 대승적 판단 필요

같은 원시 데이터를 가지고 여러 업체가 목장관리 프로그램을 만들고 서비스하면서 경쟁한다면 분명 축산농가 입장에서는 긍정적 일이라 하겠다. 축산업의 디지털 전환을 앞당기고 여러 업체가 경쟁하면서 서비스의 질적 성장 또한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농협은 대승적 차원에서 민간에 데이터의 접근과 이용을 허용할 필요가 있다.

단, 그에 앞서 데이터 생산자들로부터 동의를 구하는 절차는 필수적이다.

그러기 위해 농협이 생산하는 데이터 중 민간과 공유할 데이터는 어떤 것이 있는지 목록화 하고 또 지켜야하는 개인정보는 어떤 것이 있는지 충분히 검토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러한 절차적 과정을 마쳤다면 민간기업이나 개인에도 나름의 절차에 따라 공개를 하고, 필요하면 민간사업자를 대상으로 기술지원도 하고, 데이터 이용에 대한 사용료도를 청구할 필요가 있다. 농협이 한우 관련 원시데이터의 도매사업자가 되라는 것이다.

농협이 제공한 원시데이터를 가지고 여러 개발사들의 노력을 통해 잘 가공된 데이터는 국내 축산업 발전에 기여할 것이다.

 

결국 사람이 하는 일 대화와 타협으로 풀기를

현재 농협과 키우소 측의 감정의 골이 깊어졌다.

키우소측은 농협이 데이터의 이용을 가로막은 것에 대해, 농협은 키우소 측이 무단으로 농협의 데이터를 이용하면서 농협의 서비스를 아이디어 도용, 카피 등으로 매도한 것에 대해 무척 화가 나 있다.

양측의 충돌은 결국 축산분야 디지털 전환에 악영향을 줄 뿐이다. 감정을 앞세운 대응 보다는 양사의 서비스가 농가들에게 서비스될 수 있도록 대화와 타협으로 이 부분을 풀어 나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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