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생각] 정부가 말하지 않는 것
[편집자 생각] 정부가 말하지 않는 것
  • 김재민
  • 승인 2023.04.24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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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과잉 생산과 양곡관리법 논쟁 중심으로
농림축산식품부는 양곡관리법 개정과 관련하여 일관되게 시스템에 의한 시장격리, 타작물재배사업 법제화 등에 반대입장을 밝혔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은 식량가격 폭등으로 많은 어려움을 가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로부터 식량을 수입했던 유럽지역이 1차적으로 타격을 입었고, 유럽국가들이 부족한 식량을 확보하기 위해 구입선을 다변화 하면서 국제 곡물가격이 폭등하면서 식량빈국에서는 대규모 시위가 일어나는 등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주요 곡물 수출국으로 밀과 옥수수와 같은 식량작물과 해바라기 씨 등 유지작물의 주요 생산지이자 수출국으로 이들 국가의 식량수출이 중단되면서 예상치 못한 식품난을 지구 전체가 겪어야 했다.

지금은 곡물가격이 조금 안정됐다고 하지만 근래 10년간의 식량 가격 지수를 살펴보면 국제 곡물 가격은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미지 농촌경제연구원
이미지 농촌경제연구원

 

불행 중 다행인 것은 국제 곡물 가격이 높을 때마다 대한민국은 주곡인 쌀의 생산량이 많이 늘어나 식량 조달에 큰 어려움을 겪지 않았다는 것이다.

애그플레이션으로 매우 어려웠던 2007/2008년도도 쌀이 넉넉하게 생산되어 잉여 된 쌀을 어떻게 처리할까 고민했던 때이고,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여파로 전 세계가 곤란한 상황에 놓여 있던 2022/2023년에도 2021년산 쌀이 넉넉히 생산된 덕을 톡톡하게 보았다.

이런 걸 불행 중 다행이라 이야기해야 할 것이다.

만약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직전인 2021년에 쌀 생산량이 2020년 350만 톤 수준이었다면, 우리나라에서도 식료품 가격 폭등으로 곤란한 상황을 맞이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통계청
통계청

지금 농정은 쌀의 적정 생산에 몰두하고 있다. 쌀 몇십만 톤 시장격리가 국가 재정을 크게 좀먹는 것처럼 이야기한다.

쌀은 대체 불가 작목이다. 국제 생산량도 교역량도 얼마 되지 않는다. 그만큼 넉넉하게 생산되는데 우리 국민에게 유리하다.

관점을 달리해서 우리가 해외에 의존하고 있는 밀과 옥수수, 콩의 국제 생산량이 조금 부족할때와 수요 보다 많이 생산됐을 때 우리 정부는 어떻게 반응할까? 우리 국민들, 식품회사들은 어떻게 반응할까?

넉넉한 상황을 좋아할까? 조금 부족한 상황을 좋아할까? 당연히 넉넉한 상황을 환영할 것이다.

그렇다면 쌀 등 우리 농축산물 생산량이 넉넉한 상황 또한 우리 국민들에게 불리한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가 된다.

넉넉하게 생산되면 5000만 국민은 식품물가 안정이라는 혜택을 누리지만 농민은 소득 감소라는 손해를 본다.

국민이 본 이득 중 일부를 농가에게 어떤식으로든 보상하는 일은 재정을 갉아 먹는 해로운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것이 정부가 최근의 쌀 격리와 관련해 말하지 않는 것이다.

최소한 농정 수장이라면 이렇게 국제 식량 사정이 좋지 않은데 식량 생산에 수고한 농민들에게 감사의 인사라도 전하는게 도리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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