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차 한우파동’ 한우산업 혁신의 기회로
‘제4차 한우파동’ 한우산업 혁신의 기회로
  • 김재민 기자
  • 승인 2023.04.28 10:10
  • 호수 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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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급조절 프로그램의 제도화

제3차 한우파동을 거치면서 한우업계는 여러 가지 교훈을 얻고 4번째 한우파동을 겪지 않겠다며 여러 가지 시도를 하고 또 변화가 있었다. 과거의 성공과 실패의 경험이 현재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교훈이 될 수 있고 과거의 위기 때 대처했던 방안들이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는 대안이 될 수 있다.

 

‘제3차 한우파동’이 가져다준 교훈과 변화

첫 번째 교훈과 변화는 한우농가 지도자들 사이에서는 10년 주기로 반복해 일어나는 파동을 선제적으로 방어하자는 담론이 힘을 얻었다. 선제적 수급 조절의 필요성을 2016년부터 줄기차게 이야기하였고, 2018년에는 자조금을 활용한 수급 조절 사업 추진을 공식 정부 등에 건의하기도 하였다.

두 번째 변화는 한우 소비 방법의 다각화 시도였다.

3차 파동 시기 한우 유통업계는 부산물(머리, 뼈, 내장 등)과 정육 부위 유통에 어려움을 호소했다.

한우가 50~60만 두 도축되던 시기에도 정육과 부산물의 소비는 원활치 못했는데, 70만 두를 넘어 90만 두 가까이 도축이 되던 시기에는 감당하기 힘든 수준까지 도달했었다.

이러한 위기 상황을 넘기면서 한우협회 등은 부산물과 정육 부위를 활용한 간편식 활성화에 힘을 기울였는데, 한우곰탕, 도가니탕, 우족탕, 한우국밥 등 한우협회를 중심으로 다양한 한우 간편식이 개발되어 출시되었고, 때마침 불어닥친 간편식 열풍 속에 많은 업체가 한우 HMR 제품을 출시하며 한때 사골 등의 부산물 부족 사태가 발생하기도 하였다.

세 번째 변화는 부산물 유통구조의 개선이었다.

한우 등 도축부산물 중 내장은 실 수요자가 아닌 여러 이권 단체가 중간에서 이를 불하받아 수수료만 받고 실 유통업자에게 넘기는 일이 빈번하였다.

가격 형성체계도 불안정하였는데, 한우협회를 중심으로 부산물 유통구조 개선과 가격 투명한 가격체계 요구 운동이 힘을 받으면서 부산물이 유통업자들과 직거래가 일어나고, 가격 결정도 투명해지면서 부산물의 소비가 급격히 증가해 농가 수입 증대로 이어지기도 했다.

네 번째 새로운 구이용 부위의 개발과 시장 확대이다.

한우는 여러 특수부위가 있는데, 2011년 이전에는 차돌박이, 제비추리 정도가 등심,안심, 갈비 이외의 구이용 부위로 이용되었는데, 2011년 이후 업진살, 토시살, 안창살, 부채살, 치마살 등이 새로운 구이용 부위로 각광을 받았고, 2010년대 후반에는 설도(보섭살·삼각살)이 새로운 스테이크 부위로 부상하게 된다.

다섯 번째 변화는 한우 스테이크의 인기다.

2011년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스테이크는 주로 미국산이나 호주산 쇠고기가 이용되었다. 이유인즉 과거 스테이크가 국내에 도입되던 시기 한우의 체구가 작고 등심 단면적이 작다 보니 한우를 스테이크로 활용하기에는 매우 부적합했다. 주로 유명 호텔레스토랑이 스테이크가 판매되는 창구였는데 이들 대형 호텔들은 1960년대부터 수입쇠고기를 스테이크로 활용하였고, 호텔 등에서 스테이크를 만들었던 조리사들은 한우의 체구가 커지고 스테이크로 활용될 수 있는 수준으로 품질이 향상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관행적으로 수입육을 스테이크 원료육으로 활용했다.

한우자조금을 필두로 2010년대 중반부터 한우 스테이크를 홍보하면서 하나둘 한우를 스테이크로 활용하는 레스토랑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코로나19를 겪으면서 가정에서도 한우스테이크를 즐기기 시작하였다.

최근에는 설도(삼각살·보섭살), 앞다리(부채살) 등 과거 정육부위까지 스테이크로 활용하기 시작하면서 정육 부위 소비 촉진에 크게 기여하게 되었다.

 

왜 막지 못했을까?

2022년 11월 한우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15~20% 급격히 빠지게 된다.

그리고 최대 성수기 설을 지나면서도 이러한 가격은 바뀌지 않고 있다. 현재 한우 가격은 2011~2014년 제3차 한우파동 당시와 비교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나, 그때보다 30% 가량 높게 형성된 생산비로 인해 농가들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1++ 이상 고급육은 가격이 2만원대 형성되면서 비육농가들이 어느 정도 버틸 수 있는 상황이지만, 송아지 가격은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어 향후 번식 기반 약화가 우려되고 있다.

앞서 ‘3차 한우파동’을 겪으면서 한우농가나 업계 관계자들은 가격이 하락한 시점에 벌이는 수급조절 사업은 효과가 없다는 것을 자각하게 된다.

2011년부터 저능력암소도태, 미경산송아지비육 등 암소 숫자를 줄이는 노력을 펼쳤으나 실제 가격이 회복될 때는 2015년이 되어서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기된 것은 한우 사육두수 증가 추세를 보고 선제적으로 수급 조절 사업을 벌이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인위적 수급 조절을 추진하던 시기는 한우 사육두수가 많이 감소해 암소 기반 확대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높았기 때문에 실제 선제적 수급 조절 사업은 의견이 분분하며 실행에 어려움을 겪었다.

불과 3~4년 전 가격 폭락으로 인한 손실을 까맣게 잊은 듯 행동했다.

‘4차 한우파동’ 초입에 서 있는 지금 경기침체까지 겹치면서 파동의 골은 얼마나 깊을지 또 얼마나 오랫동안 지속될지 전망하기 힘든 불확실성의 시대를 지나고 있다.

 

합리적 수급조절 방안

수급 조절 방안은 결국 공급을 어떻게 수요에 맞게 움직이느냐에 있다.

대한민국이 자본주의 사회인 만큼, 수급조절도 시장을 활용해 하는 것이 효율적이고 또 정부의 시장 개입도 시장을 활용해야 효과가 있다.

송아지 가격이 높을 때는 모든 번식농가는 송아지를 최대한 많이 생산하려고 행동하기 때문에 인위적 생산조절 프로그램이 작동하기 힘들며, 가격이 높을 때 공급을 줄이기 위한 행동은 물가 당국의 방해를 받기 쉽다.

만약 시장 기능에 의해 암소 숫자가 조절될 수 있다면 시장 활성화 전략과 반대로 뜨거워진 시장을 식히는 전략을 금융프로그램을 통해 벌일 수 있다.

대표적인 경기를 부양하거나 경기를 식히는 대표적 금융 프로그램은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하는 기준금리의 조정이다. 금리를 내리면 시중 은행의 대출 이자율도 낮아지면서 시장에 돈이 풀리게 되고 투자가 늘고 소비가 늘면서 경기가 활성화 된다.

반대로 돈이 너무 풀려 인플레이션을 우려하는 상황이 오면 금리를 높여 시장은행 이자율을 높여 시중에 돈이 은행으로 몰려들게 된다. 소비가 위축되면서 물가를 하락시키게 된다.

한우 수급 조절을 위해서는 먼저 암소고기 시장을 활성화시켜야 한다.

2010년 이전에는 암소고기에 대한 인기가 높았으나 2010년대 들어 생산조절용 암소가 시장에 대거 풀리면서 암소고기에 대한 인식이 나빠지게 되고 거세우가 대세로 자리잡았다.

암소시장 활성화 방법으로는 거세우 중심으로 운영되는 한우 브랜드경영체에 암소도 상품화 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우수브랜드 인증사업에 암소를 브랜딩할 경우 가점을 주고, 암소 유통업체에 자조금 등을 활용해 지원 프로그램도 만드는 방식이 있을 것이다.

품질 좋은 암소고기 시장을 활성화시키면, 경산우나 미경산우 모두 시장의 수요가 있기 때문에 전문 비육하는 농가가 나타나고 시장에서는 2~3산 이후 도축하는 농가가 늘어나며 한우 사육두수가 빠르게 늘어나는 것을 막게 될 것이다.

문제는 암소 시장 활성화에도 불구하고 송아지 가격이 높을 때 벌어진다. 암소를 비육하는 것 보다 송아지를 생산하는 게 이득이라고 생각하는 농가가 많아지면 결국 사육두수는 늘어나게 되는데, 암소도축율과 경산우 사육두수 두 지표를 모니터링하다가 사육두수가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면 시장 개입이 필요하다.

이때 사용할 수 있는 카드가 암소유통업계(육가공, 브랜드경영체)에 자금 지원을 해주는 것이다.

암소를 유통하는 업체에 저리 또는 무이자로 암소 구매 자금을 대여해 주는 방식이다. 암소 매입이 조금 어려워지면 저리 융자를 무이자로 바꿔주고, 그래도 여의찮으면 일정 수준의 보조금을 더해 주는 방식으로 시장 개입의 수준을 높이는 것이다.

현재 한우수급조절협의회가 있고, 한우자조금에서 수급조절을 위한 적립을 하고 있어 협의회가 시장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한우수급조절이 필요하면 자금을 시장에 공급하고, 반대로 암소 숫자가 너무 줄었을 때는 암소 구매 자금을 회수하거나 금리를 인상하는 방식으로 시장에 개입할 수 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 위원회가 정기적으로 회의를 개최해 금리 조정을 결정하는 것처럼 한우수급조절협의회가 시장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자금을 시장에 공급할지, 공급하면 금리는 어떤 수준으로 할지, 보조금을 지급할지를 결정함으로써 떠들썩하게 시장에 개입하거나 큰 대책을 내놓지 않더라도 조용히 한우 공급을 조절할 수 있을 것이다.

*본 기사는 농장에서 식탁까지 2023년 3~4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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