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2 - 체험의 재구성] “농촌에서 런닝맨 한 게임?”
[기획2 - 체험의 재구성] “농촌에서 런닝맨 한 게임?”
  • 박현욱 기자
  • 승인 2018.11.08 12: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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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판 NFC 칩 삽입해 아날로그-디지털 연결
농촌 인프라 활용 신개념 체험 프로그램 개발
“확장 가능성 무한대”···농촌 전체가 놀이공간
안내판에 스마트폰을 갖다 대면 온라인 체험 프로그램이 시작된다. 사진은 NFC 칩이 장착된 푯말.
안내판에 스마트폰을 갖다 대면 온라인 체험 프로그램이 시작된다. 사진은 NFC 칩이 장착된 푯말.

[팜인사이트=박현욱 기자]

아이들이 체험장 이곳저곳을 달린다. 스마트폰을 안내판에 가져다 대면 화면에 미션이 뜬다. 아이들은 팀을 이뤄 미션을 수행한다. TV 프로그램인 ‘런닝맨’과 유사한 게임 방식이다. 그뿐만 아니다. 미션은 체험장 주위의 모든 공간을 넘나든다. 지근거리 산기슭부터 농사를 짓고 있는 땅, 길가에 핀 꽃, 심지어 문학관도 미션의 재료가 된다. 농촌 마을 전체가 아이들의 놀이 공간이다.
 

스마트폰 활용한 신개념 체험 프로그램 개발

전북 부안의 홍종환, 함은미 씨는 아이디어가 넘쳤다. 정적인 농업을 동적인 무언가로 바꾸고 싶었다. 재밌고 즐거워야 했다. 농업은 느린 산업이다. 자연의 리듬처럼 봄, 여름, 가을, 겨울 네 박자를 꼭 지킨다. 반면 현대인들은 좀처럼 자연을 기다리지 않는다. 빨리 바뀌는 세상처럼 늘 반 박자 빠르다. 여기서부터 세상과 농촌의 간극이 생기기 시작한다.
 

홍종환(좌)·함은미 씨 모습.
홍종환(좌)·함은미 씨 모습.

“스마트 시대, 세상은 빠르게 변화하는데 농업 농촌은 느리잖아요. 그 간극을 어떻게 줄일 수 있을까 생각했죠. 우리나라는 아름다운 땅과 산, 나무, 꽃 등 지역마다 훌륭한 공간은 이미 보유하고 있거든요. 그 공간을 재밌게 활용할 만한 놀이, 즉 소프트웨어가 없는 거예요.”

요즘 아이들은 자연의 참맛을 모른다. 삶의 터전이 콘크리트와 백색 조명 속에 둘러싸인 탓이다. 농업과 아이들이 소통할 수 있는 특별한 채널이 필요했다. 부부는 농촌에 스마트폰을 접목하고 교육을 장착했다. 그러자 체험 프로그램은 동적인 프로그램으로 거듭났다. 젊은 부부가 만든 기업 ‘농촌 체험농장, 창작 놀이터(기업명 벗님넷)’가 탄생한 배경이다.
 

창작놀이터 안내판 모습.
창작놀이터 안내판 모습.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만남 ‘감동은 두 배’

“창작 놀이터인 체험 농장 곳곳에 세워져 있는 안내판에 스마트폰을 댑니다. NFC 칩이 장착된 푯말이 스마트폰과 연동돼 휴대폰에서 미션이 생성됩니다. 팀별로 아이들은 미션을 수행하면서 자연과 친해지죠. 그 속에서 자연과 교감하고 동료 간 협력을 배웁니다.”

NFC(Near Field Communication)란 근거리 무선통신을 일컫는다. 스마트폰에 내장된 칩과 외부의 NFC 칩이 근거리에서 맞닿으면 교신할 수 있다. 우리가 흔히 이용하는 교통카드와 비슷한 원리다.
 

창작 놀이터 체험 농장. 곳곳에 NFC 안내판이 있다.
창작 놀이터 체험 농장. 곳곳에 NFC 안내판이 있다.

홍종환 씨는 NFC 칩을 농장 곳곳에 있는 안내판에 장착했다. 물리적인 공간 제약으로 푯말에 담을 수 없는 정보가 휴대폰에서는 무제한으로 펼쳐진다. 아날로그 자연이 디지털 신호와 만나면 확장 가능성은 무한대가 된다. 여기에 인문학과 역사 등 스토리가 더해지면 농촌을 이해하는 감동은 배가 된다. 창작놀이터는 체험농장 바로 옆에 위치한 석정문학관과 업무협약을 체결해 아이들에게 인문학적 가치를 홍보하는 역할도 한다.

“원래 조경과 함께 안내판에 NFC 칩을 넣어 판매하는 일을 했었어요. 아날로그를 디지털로 전환하는 작업이었죠. 무한한 가능성이 보이더라고요. 그 가능성을 교육과 농촌을 연결했고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면 의미 있는 일이 되겠다 싶었죠.”
 

창작놀이터 인근에 위치한 석정문화관.
창작놀이터 인근에 위치한 석정문화관.

체험 차별화 포인트 고심···젊은 농촌 시동

보통 체험 프로그램은 현장 농장에서 작물을 수확해보거나 산책 정도에 그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늘 다양한 체험거리가 아쉽다. 부부는 차별화 포인트를 고심했다. 치유상담과 직업체험은 고민 끝에 나온 결과물이다. 함은미 씨는 상담심리지도와 목공체험지도, 천연화장품 전문지도 자격까지 갖춘 전문가다. 벗님넷의 다채로운 프로그램은 아이들이 자연에 좀 더 쉽게 접속할 수 있게 촉매제가 되어준다.

“벗님넷 프로그램 중 직업체험 프로그램이 있어요. 아이들에게 아이템 개발 업무를 맡겼거든요. 처음에는 강요에 못 이겨 설렁설렁하다가 자신들의 의견이 반영되고 결과물이 나오니 눈빛이 초롱초롱해지면서 나중에는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더라고요. 스펀지같이 빠르게 정보를 습득하고 배우는 아이들을 볼 때마다 보람을 느끼죠.”

아이들이 내놓은 키워드는 소라 껍데기, 축구, 돌멩이였다. 세 가지를 연결해 새로운 게임을 만드는 미션이 부여됐다. 장난만 치던 아이들은 소라 껍데기로 골대를 제작하고 돌멩이를 공 삼아 놀이하는 작은 미니축구 게임을 개발했다. 단순한 사례지만 아이들은 이 과정을 통해 공감, 성취, 협력, 창조를 경험한다.

농촌은 사람의 손길이 필요하다. 저출산·고령화로 인구절벽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도시와 농촌의 인력 비대칭 현상은 더욱 고착화되고 있다. 젊은 사람이 도전해볼 새로운 사업 영역이 농촌에는 쉽게 손에 잡히지 않기 때문이다. 창작놀이터는 농촌에도 젊은이들이 모일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찾는 중이다. 
 

창작놀이터에서 진행하는 브레인스토밍.
창작놀이터에서 진행하는 브레인스토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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