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가치·시장경쟁력 동시에 실현할 대안은 ‘협동조합 뿐’
사회적 가치·시장경쟁력 동시에 실현할 대안은 ‘협동조합 뿐’
  • 옥미영 기자
  • 승인 2018.01.11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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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규 도드람양돈농협 조합장

수입개방의 거센 물결과 자본에 의한 시장 잠식 등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 속에서 ‘협동조합’은 농업과 농업인을 지켜낼 마지막 보루이자, 희망으로 인식된다. 축산업, 이 가운데 양돈산업에서 특히 사람이 중심이 된 ‘협동조합형 패커 완성’은 반드시 실현해야할 궁극의 목표이자 장밋빛 청사진처럼 그려지기도 한다.

하지만 현실을 놓고 보면 협동조합이 경쟁에 살아남아 이 같은 기대에 부응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쉽게 확인 할 수 있다. 자본주의의 대안으로 태동한 협동조합은 세계적으로도 100년이 넘는 유구한 역사에도 불구하고 성공사례는 일부 국가, 일부 사례에 불과하다.

협동조합의 성공을 위해서는 농업인과 소비자를 동시에 보호한다는 ‘사회적 가치’의 실현뿐만 아니라 경제적 지속가능성이 담보돼야하기 때문이다.

영리를 최우선 목표로 하지 않는다 해도 일단은 ‘돈'이 남는 장사라야 하는데 수익만을 쫓을 수 없는 협동조합의 본질 때문에 시장 경쟁에서 쉽게 뒤처지고야 만다.

이 같은 면에서 협동조합의 한계를 극복하고 품목농협으로서 탄탄한 성공가도를 이어온 ‘도드람농협’의 발자취는 갈수록 사라져가는 협동조합에 대한 기대에 희망의 불씨를 지피기에 충분하다.

협동조합에 주식회사의 강점을 접목한 경영기법으로 조합원들은 조합을 통해 높은 수익을 얻고, 사료와 유통, 부산물 등 각 사업부 문의 자회사들은 민간기업과의 치열한 경쟁을 통해 시장 견제 기능 역할을 수행하며 ‘협동조합의 역할이란 바로 이런 것’이라는 것을 사업을 통해 펼쳐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영규 조합장은 “사람을 중심으로 하는 협동조합은 농민 조합 원과 소비자 그리고 전체 국내 양돈산업 안에서의 협동조합 역할을 생각하는 가치추구형 사업모델로 민간업체와는 철저히 구분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조합원의 도드람, 소비자가 기대하는 도드람, 전체 양돈산업에서의 도드람이 해야만 할 모두 의 목표 실현을 위해 매순간을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자본에 의한 시장 잠식 ‘협동조합’이 막아내야

이영규 조합장에게 국내 한돈산업과 협동조합의 미래에 대해 물었다. 이 조합장은 “자본주의에 대응해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고 시장 경쟁력을 동시에 갖출 수 있는 대안은 ‘협동조합’이라는 것을 반드시 증명해 낼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육계계열화 사업이 민간 업체를 중심으로 시장이 완전히 장악된 데 이어 양돈산업의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몸집 불리기가 본격화되는 상황에서 도드람양돈농협과 같은 선두 협동조합의 역할이 너무나 중요하다는 것을 깊이 인식하고 있다.

이 조합장은 “사료부문에서 출발한 민간업체들의 계열화 사업 이 종돈을 비롯해 도축과 가공 등 전방위로 확대 되고 있는 가운 데 농가들의 고유 영역인 생산부문 진입까지 가속화되고 있어한순간도 긴장의 끈을 놓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영규 도드람양돈농협 조합장
이영규 도드람양돈농협 조합장

“도드람 최우선 목표·과제는 협동조합 주도의 시장 만드는 것”

민간업체로 시장이 재편된 육계의 사업구조 방식과 현재 농가가 처한 현실을 보면 협동조합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고 있기에 ‘시장에서의 주도권을 민간업체에 내어주지 않는다’는 목표를 최우선으로 정했다고 말했다.

현재 도드람이 유통 부문에서의 사업역량을 더욱 강화하고 종자 부문까지 새롭게 영역을 확대하는 것 모두 이 조합장의 확고한 협동조합 중심의 경영 철학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미 중부권에서는 도드람 LPC를 통해 도매사업의 성공적 안착과 부산물 가공 및 유통까지 소화하고 있는 도드람은 내년 상반기 김제 후레쉬미트센터의 본격 가동을 통해 최종 목적지인 ‘양돈조합 중심의 축산물 종합 패커’를 완성하는 데 더욱 가깝게 서게 됐다.

여기에 최근 종돈업계 1위인 다비육종의 지분투자에 따른 종돈 사업의 진출과 도드람 공식 온라인 쇼핑몰 런칭까지 누구도 쉽게 생각할 수 없었던 일들을 현실화하면서 주목받고 있다.

이 조합장은 “민간 기업들의 시장 점유율 확대는 결국 국내 양돈산업 역 시 기업 위주로의 재편을 의미하는 것”이라면서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를 지속적으로 실현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사업에서 확실한 시장을 표지셔닝 해야만 가능하다”는 말로 도드람의 역점 사업을 설명했다.

‘환경’과 ‘생산성 문제’ 얼마든지 해결 가능 이 조합장은 현재 한돈산업의 가장 큰 현안은 환경문제와 수급 불균형에 따른 가격 진폭 문제로 보고 있다. 이 역시 당장은 한돈산업 경쟁력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 분명하지만 농가들의 의지에 따라 얼마든지 점차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며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현재 다소 기형적으로 높은 한돈 가격은 생산성이 뒷받침 되지 못한 공급불안의 문제 때문으로 그동안 미래 한돈산업에 대해 불안감을 가지고 관망했던 농가들이 시설에 투자하며 미래를 준비하려는 의지가 높아진데다 후계 양돈인들까지 생겨나면서 희망이 자라고 있다.

“환경과 계절적 가격 진폭문제 농가 의지, 자금 뒷받침되면 충분히 해결”

이 조합장은 “양돈산업은 장치산업이기 때문에 가장 큰 현안인 환경문제는 자금과 농가의 의지만 전제된다면 얼마든지 시설 개선으로 해 결할 수 있다고 본다”면서 “특히 시설에 대한 투자와 개선이 이뤄질 경우 환경 문제는 물론 생산성 향상까지 기대할 수 있어 연중 일정 한 가격으로 물량을 공급하게 됨으로써 한돈산업의 경쟁력이 동반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국내에는 상시 1000만 마리를 키울 수 있는 양돈장이 있지만 시설 노후화로 인해 생산성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다. 따라서 노후화된 영세한 농장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시설현대화 가 이뤄질 경우 연간 2000만 마리까지도 출하가 가능하다는 게 이 조합장의 설명이다.

특히 신선한 국내산 돼지고기에 대한 소비자들의 선호가 높은 것은 큰 자산이자 경쟁력으로, 공급물량이 안정되고 수입육에 대비해 품질과 가격 경쟁력까지 갖추게 된다면 소비자들로부터 꾸준한 신뢰와 사랑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현재의 무허가 축사 문제로 산업의 존폐기로에 서있는 농가들을 특별법 등으로 확실히 구제한다면 시설현대화에 대한 가속도가 붙어 국내 양돈산업의 경쟁력은 한층 업그레이드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돈산업의 미래…협동조합에 달려있어

조합원들의 수익 향상에서부터 사료와 유통 및 가공, 종돈과 부 산물 사업에 이르기까지 협동조합형 패커를 실현하고 있는 도드람이지만 시장에서 위치를 더욱 확고히 선점하려면 향후 협동조합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고 이 조합장은 거듭 강조했다. 특히 그는 양돈조합간의 합병을 통한 규모의 경제로 시너지를 극대화할 것을 제안했다.

이 조합장은 “국내 협동조합의 역사는 유럽과 미국에 비해서는 시작은 늦지만 농협은 경제와 신용사업을 함께 영위함으로써 시장에서 빠르게 안착할 수 있었고 기업들과의 경쟁에서도 대응할 힘을 확보할 수 있었다”면서 “협동조합이 가진 역량을 최대로 발휘하기 위해서는 품목조합도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필요가 있으며 조합간 협력과 연대를 넘어 합병을 통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협동조합 사업 역량을 더욱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도드람은 이미 전 부문에 걸친 계열화 사업으로 기업들의 적극 적인 시장 확대에 대응하고 있지만 도드람농협이 가진 힘만으로 거대한 자본을 앞세워 무차별적 시장 공세에 나서고 있는 기업에 대응하기엔 힘에 부친다는 것이다.

이 조합장은 “도드람이 국내 최초로 전산관리를 토대로 한 컨설팅 사업 추진과 사료 가격 공개 등으로 시장을 선도하고 변화를 리드한 것처럼 협동조합이 가장 잘 해낼 수 있는 사업을 발굴하고 추진해 사업을 통해 얻은 모든 이익은 양돈농가 조합원과 소비자에게 고루 나누는 협동조합의 가치를 실현해 나가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양돈조합들의 전략적 연대와 합병으로 협동조합간 힘을 모으는 것만이 갈수록 거세지는 기업자본의 시장 잠식과 저가의 수입 돈육 잠식을 막아낼 수 있다”면서 “품목 안에서 몇몇의 협동조합이 가진 고민으로는 역부족이다. 양돈조합이 함께 힘을 모아 치열하게 고민해 각 품목의 상황을 담아내야만 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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