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썰]‘감귤’ 다음은…이제 北에 쌀 지원 재개할 때
[팜썰]‘감귤’ 다음은…이제 北에 쌀 지원 재개할 때
  • 이은용 기자
  • 승인 2018.11.12 16: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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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간 평화·국내 쌀 산업에도 긍정적인 영향 미쳐

[팜인사이트=이은용 기자] 정부는 지난 9월 평양 정상회담 때 북한이 선물한 송이버섯 2톤에 대한 답례로 11일과 12일 이틀 동안 북으로 제주산 감귤 200톤을 보냈다.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 지시로 제철을 맞은 제주산 귤을 선택해 북으로 보내게 됐고, 특히 평소 북한 주민들이 맛보기 어려운 과일이기 때문에 선택하게 됐다는 배경 설명을 했다.

이로 인해 남북 간 화해모드는 한층 두터워질 것으로 보이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연내 서울 답방 추진 계획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귤을 따는 아이들의 모습처럼 남북 간 평화도 계속되길.
귤을 따는 아이들의 모습처럼 남북 간 평화도 계속되길.

그동안 우리 농축산물은 남북 해빙 무드를 만드는 평화 메신저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남북 경색 국면에 있을 때마다 우리 농축산물을 인도적 지원 등으로 북에 보내면서 남북 간 대화를 열었고 남북 간 경협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대표적인 사례가 20년 전 현대그룹 창업주인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이 지난 1998년 6월16일 1001마리의 소떼를 몰고 판문점을 넘었던 일이다.

이 일을 계기로 남한과 북한은 관계 개선에 급진전을 이뤄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뤄낼 수 있었다.

이와 함께 굳게 닫혔던 남북 관계의 물꼬를 튼 것은 다름 아닌 쌀이다. 남북 관계에 쌀이 처음 등장한 건 1984년인데 그 당시 중부지방이 심각한 홍수 피해를 입었다. 이 때 북한이 쌀 7200톤을 포함해 옷감과 시멘트 등을 보냈다.

이에 11년 뒤인 1995년에는 남한이 북에 수해지원용 쌀을 보내면서 남북 간 평화의 실마리를 찾는데 큰 역할을 했다.

특히 국민의 정부(김대중 대통령) 시절과 참여정부(노무현 대통령)때에는 인도적 차원에서 북에 쌀을 보내며 좋은 분위기를 이어갔고, 첫 남북정상회담과 두 번째 정상회담으로까지 이어졌다.

무엇보다 식량지원은 2000년부터 정례화 됐는데 북에 빌려주는 형식으로 북한에 해마다 40~50만 톤씩 쌀을 보냈고, 이때부터 북에 쌀과 물, 라면 등을 구호물자로 보내는 등 인도적 지원이 활발히 진행됐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며 대북지원은 완전히 끊겼고,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도 폐쇄되는 등 남북 간 경색국면이 심화됐다.

이런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고 남북 간 정상회담과 북미 간 첫 정상회담이 열리면서 다시 한반도에는 평화무드가 안착돼 가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9월 평양 정상회담 때 송이버섯 2톤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선물하고, 문재인 대통령은 다시 제주산 귤 200톤을 답례하는 방식으로 농산물을 이용한 화해무드를 더 진척시키고 있다.

이런 화해무드가 더 진척되기 위해서는 정례적인 쌀 지원 재개가 지금 시점에 이뤄져야 한다는 게 대다수의 국민들과 현장의 반응이다.

물론 풀어야 할 문제들이 많지만 북한의 5세 미만 어린이 130만 명은 만성영양실조에 빠졌고, 외화 부족으로 식량 수입마저 여의치 않은 상황이어서 인도적 지원은 절실한 상태다.

인도적인 대북 쌀 지원이 이뤄진다면 남북 간 신뢰가 더욱 두터워 질 것이고, 경제협력의 신호탄이 될 것이 자명하다.

여기에 정부양곡창고에 쌓여 있는 쌀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국내 쌀 수급문제와 가격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역할을 할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정부가 국내산 쌀 10만 톤을 보관·관리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미질 하락분과 창고 임대료, 금융비용, 보관보험료를 더해 연간 320억 원 정도다.

현재 농민단체와 국회에서는 40∼50만 톤을 지원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데 이를 계산해보면 연간 1280∼1330억 원 정도의 보관비용을 아낄 수 있다.

여기에 쌀 수급안정과 쌀 가격 안정을 이뤄 직불금 예산도 줄일 수 있어 대북 쌀 지원이 재정적인 면에서 결코 손해가 아니다.

이로 인해 남북 간 화해무드는 더욱 진척될 것이고, 우리 쌀 산업이 바로 안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평화는 누구에 의해서 이뤄지는 게 아니다. 잡을 수 있을 때 잡아야 한다. 지금이 바로 그 시점이다. 그러기 위해 이제 인도적 쌀 지원을 재개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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