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4] 지우려는 기록 下 - [팩트체크] 양곡도매시장 Q&A
[기획연재 4] 지우려는 기록 下 - [팩트체크] 양곡도매시장 Q&A
  • 박현욱 기자
  • 승인 2018.11.15 10: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양곡도매시장 내 중도매인 점포 모습.
양곡도매시장 내 중도매인 점포 모습.

[팜인사이트=박현욱 기자] 도매시장은 기본적으로 4가지 기본 기능을 장착하고 있다. 매매거래를 통해 소유권을 이전하는 것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상적유통기능, 상품의 저장과 보관 등 상품의 이동과 관련된 물적유통기능, 각종 유통정보들을 공표해 의사결정에 도움을 주는 정보수집 및 전달기능, 수요와 공급 추이를 한눈에 볼 수 있어 시장에 시그널을 줄 수 있는 수급조절기능 등이다. 하지만 양곡도매시장은 거래량 및 거래금액의 축소로 도매시장 역할에 대한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상황이다. 양곡도매시장 기획특집 4번째 ‘지우려는 기록 下’ 에서는 양곡도매시장에 대해 오해하고 있는 사실을 Q&A 형식으로 팩트체크 한다.
 

양곡도매시장 전경.
양곡도매시장 전경.

Q. 양곡도매시장은 전국 양곡 부류의 기준가격을 제공하지 못해 공익적 기능을 수행하지 못한다.
A. "우리나라 유일 양곡도매시장에서는 매일 업계 관계자들이 참고하고 있는 양곡가격 16개 품목을 공표하고 있다."

질문의 핵심은 경매 거래가 없는 양곡시장이 기준가격을 제공해 공익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지의 여부다. 기준가격은 기본적으로 거래제도에 의해 결정된다. 도매시장에서 이뤄지는 거래제도는 경매, 정가수의, 시장도매인, 상장예외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유럽의 경우 대표적 시장인 헝지스 도매시장의 경우 시장도매인제를 운영하면서 기준가격을 형성하고 있고, 일본의 경우도 경매(10~15%)와 정가수의(85~90%)가 공존하고 있다. 일본의 오타시장의 경우 경매 10%, 정가수의매매 90% 이상을 차지함에도 불구하고 전국적인 기준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이같은 사례를 볼 때 양곡시장이 경매 거래 없이 전적으로 상장예외거래에 의존한다 하더라도 기준가격 제공 역할을 수행하지 못한다고 단정하기 힘들다. 실제로 양곡시장은 매일 양곡과 잡곡 등 16개 품목에 대해 가격을 조사 분석해 홈페이지에 공표하고 있으며 농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언론사, 출하자 등에 가격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가격 정보의 공표는 양곡에 관련된 모든 유통주체들이 섣불리 시장에 반하도록 가격을 조종할 수 없게 만드는 마지노선 역할을 하며 정보에 취약한 영세 농민이나 중소 유통업체에게는 정보 불균형을 해소해주는 데도 큰 도움을 준다.
 

양곡도매시장 내 보관창고 모습.
양곡도매시장 내 보관창고 모습.

Q. 양곡도매시장은 수입양곡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아 우리나라 농가를 외면하고 있다.
A. "우리나라는 미곡을 제외한 양곡의 식량자급률 자체가 낮다."

단편적인 수치를 가지고 농가를 외면하고 있다고 판단해서는 안된다. 우리나라 양곡 자급률은 쌀 약 87%, 콩 34%, 밀과 옥수수는 10%에 미치치 못한다. 국내에서 유통되는 총 양곡물량 비율 비교 시 높은 수치가 아니라는 게 양곡중도매인들의 주장이다.

실제로 5년평균(2009~2013) 콩과 팥의 유통경로를 조사한 결과, 국내 유통량 전체 중 수입산 비중은 콩의 경우 89.9%, 팥의 경우 85.8%를 기록하고 있다. 같은 기간 도매시장의 수입산 비중은 콩 33.9%, 팥은 67.9%로 총 유통량 비중과 비교하면 오히려 전체 평균보다 낮은 수준이다. 특히 소량의 잡곡 생산농가에게는 수시로 물량을 소화할 수 있는 도매시장이 판로를 확보하는 데 톡톡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처럼 일부 언론에서 양곡도매시장이 수입양곡 판매기지로 전락했다는 문제제기는 재해석이 필요하며 만약 그런 사실을 객관적으로 증명하기 위해서는 전통시장과 대형마트, 외식업체 등에서 국내산과 수입산 양곡유통 비율을 비교하는 수치가 제시돼야 설득력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미곡의 경우는 대부분의 유통경로가 RPC로 전체 미곡 유통량의 2/3를 차지하고 있고 도정업자들도 일부는 대량 수요처를 선호해 양곡중도매인들이 취급할 수 있는 미곡은 전체 물량의 15% 수준이다. 양곡도매시장의 경우 국내산 미곡 비율은 낮을 수밖에 없는 유통구조가 고착화되어 있는 셈이다.  
 

양곡도매시장에는 수많은 종류의 양곡이 포장돼 있다.
양곡도매시장에는 수많은 종류의 양곡이 포장돼 있다.

Q. 매년 양곡도매시장 거래량 축소로 서울 및 수도권 시민들에게 양곡류를 원활하게 공급하고 있지 못하다.
A. "현재도 연간 100만명의 시민들에게 양곡을 공급하고 있다"

한국양곡유통협회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양곡도매시장은 서울 및 수도권에 연간 총 100만명 분의 양곡류를 공급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지난해 양곡시장 거래량은 미곡 1만7,850톤, 잡곡 6,387톤으로 시민 공급량으로 환산할 때 미곡 28만8,800명, 잡곡 75만1,400명의 시민에게 안정적인 먹거리 공급에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비록 양은 줄고 있지만 여전히 양곡도매시장은 시민들에게 양곡 공급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한편, 지난해 국민 1인당 양곡소비량은 61.8kg, 잡곡은 8.5kg이다.
 

Q. 양곡시장은 출하자인 농민에게 어떤 편익도 주지 못하고 있다.
A. "잡곡류의 경우 산지농가로부터 직구매하여 유통함으로써 생산농가에게 유동성과 함께 원활한 판로를 제공하고 있다."

높은 자급률을 보이는 미곡과는 달리 잡곡류 자급률은 10%를 넘지 못한다. 우리나라 잡곡 생산 농민은 소농 중심의 영세농민이 다수다. 주 종목은 미곡, 부종목은 잡곡을 생산하는 경우도 많다. 산지가 작고 규모화되어 있지 않은 품목의 경우 안정적인 판로 확보가 농민들에게는 가장 중요하다. 특히 안정적인 출하처 보유는 식량작물 생산 안정화에 크게 기여한다. 산지 수집상의 가격 왜곡에 따라 잡곡 생산 농가들의 다수는 양곡시장 출하 의존도가 높고 도매시장에서 공표하는 가격정보를 활용해 출하의사 결정과 이듬해 잡곡류 영농계획에 참고하고 있는 상황이다.
 

양곡도매시장 내 정부저장창고 모습.
양곡도매시장 내 정부저장창고 모습. (출처=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양곡사업소)

Q. 국가 비상시에 양곡의 원활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나.
A. "양곡도매시장에서는 하루 평균 약 2,100톤의 양곡을 보유, 유사시에 대비하고 있다."

양곡도매시장 내 양곡창고의 경우 하루 약 50~60톤의 공공급식을 반출하고 있다. 양곡도매시장에서는 정부 양곡창고 2017년 충무계획에 의거 서울시 내에 7,400톤을 항시 보관토록 하고 있으며, 공영도매시장 특성상 국가비상 시 양곡도매시장 중도매인들이 보유한 양곡을 우선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
 

Q. 양곡도매시장은 값비싼 토지에 비효율적인 시설 운영으로 경제적 효율성이 떨어지고 있다.
A. "국민들의 식량문제와 관련있는 도매시장의 경우 경제적 효율보다는 공공성의 영역에서 평가해야 하며 타 도매시장과 비교해볼 때 거래금액 기준 상위권에 랭크돼 있다."

도매시장의 경우 국민들의 식량 정책과 긴밀한 연관관계를 맺고 있어 경제적 효율을 위한 접근은 타당하지 않다. 도매시장은 출하자의 판로보장을 위해 소비지의 교통 요충지에 개설하고 있으며 정부에서도 토지 활용의 경제성 보다는 공공성을 중시해 토지 구입과 도매시장 건설을 지원하고 있다. 도매시장의 기능상의 비효율성은 지적받을 수 있으나 다른 첨단시설과 비교하는 것은 도매시장 건립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

또한 양곡도매시장은 전국 34개 공영도매시장과 비교해 거래물량 기준 24위, 거래금액 기준 21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중도매인 1인당 거래금액은 2위, 단위면적당 거래금액을 9위에 랭크돼 타 도매시장과 비교해 최하위권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