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의 재구성] 한우 출하 시 80만원 아끼는 방법
[유통의 재구성] 한우 출하 시 80만원 아끼는 방법
  • 박현욱 기자
  • 승인 2018.01.17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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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은 음성공판장 준용, 상장·중매 수수료는 ‘無’
운송비도 두당 1만5천원 지원 사료선택도 “자율”
직거래 유통망, 1월 520두 신청…연내 5천두 목표

한우농가들에게 충북의 음성공판장은 메이저리그다. 시세가 좋아서다. 공판장에 출하하면 주머니를 두둑이 채울 수 있어 '꿈의 리그'라고도 불린다. 명절만 되면 북새통을 이루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단, 출하조건이 붙는다. 조합원 자격일 것, 조합사료를 이용할 것, 출하실적이 좋을 것 등이다. 조건에 부합되지 않는 농가는 애초에 꿈의 리그를 밟기 힘들다.

여기에도 잡음은 있다. 위탁사육 우선 배정과 같은 물량 배정에 대한 시비나 지역 농가들을 관리하는 수단으로 이용한다는 얘기도 심심찮게 흘러 나온다. 이런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당장 조합사료를 쓰지 않는 농가나 실적이 부족한 영세농에게 음성 공판장 출하는 환상에 불과하다. 이런 농가에게도 음성공판장의 경매 시세로 돈을 벌 수 있는 절호의 찬스가 생겼다. 한우협회가 만든 직거래 유통망을 통해서다.

충남에서 한우 300마리를 사육하는 김충완(당진·62)씨는 최근 수입이 짭짤해졌다. 관행적으로 출하하던 방식에서 전국한우협회가 운영하는 직거래 유통망으로 출하처를 옮기면서다. 그동안 김씨가 부담했던 상장수수료(1.5%)가 사라져 약 12만원을 아꼈고 출하 운송비는 1만5천원을 지원받았다. 도축비용도 일반 도축장과 비교해 2~3만원 저렴해 쏠쏠한 이득을 챙겼다. 여기에 부산물까지 3~5만원 높게 쳐줘 이득을 봤다.

향후 협회로부터 OEM 사료 50만원을 지원받을 수 있는 점은 직거래 유통망을 이용하는 큰 장점이다. 구매자도 이익이다. 중매수수료인 1.43%를 아낄 수 있어서다. 이는 두 당 약 11만원을 절약하는 꼴이다. 김씨의 손익계산표를 살펴보니 어림잡아 한우 1마리당 80만원을 절약하게 됐다.

주머니 사정만 좋아진 게 아니다. 그는 “음성공판장 화,수,목,금요일(에 열리는 경매시세를) 평균내서 가격정산을 해주니 농가들은 출하시기에 대한 고민이 없어져 세상 편하다”면서 “다른 건 몰라도 김홍길 회장이 직거래 유통망을 구축한 건 정말 잘한 일”이라고 평했다. 그는 이어 “지역 조합에서는 출하를 미끼로 신용사업을 하는 등의 행태를 보이는데 이를 견제할 수 있는 최선의 정책”이라면서 “당진에서 한번 직거래 유통망을 경험해 본 농가들의 만족도는 정말 높다”고 덧붙였다.

김씨의 손익계산표. (출처=한우협회제공)
김씨의 손익계산표. (출처=한우협회제공)

한우협회에서 운영하는 직거래 유통망이 김씨와 같은 한우 농가들로부터 인기다. 직거래 유통망이란 한우 유통단계를 줄이고 농가들의 사료 선택권을 높이기 위해 만든 협회 전용 도축유통망이다. 올해 1월 신청자가 몰려 16일 기준, 벌써 520두가 유통될 예정이다. 시행초기인 2016년 2,272두, 지난해 2,900여두를 소화한 것과 비교하면 아직 이르지만 월 평균으로 계산하면 2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2016년 한우협회가 직거래 유통망을 개설할 때 만해도 농가들 사이에선 기대가 남달랐다. 한우 농민이면 누구나 조건 없이 음성공판장 경매가격을 준용해 출하해 줄 뿐만 아니라 사료선택에도 제한이 없어서다. 한우 사육을 하면서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사료값 부담과 원활한 출하다. 직거래 유통망을 이용하면 마음대로 가격이 싼 사료를 구매할 수 있고 출하도 신청만 하면 어느 때나 가능하기 때문에 금방이라도 이용률이 크게 높아질 거라는 관측이 있었다.

시행초기 직거래 유통망은 당초 기대와는 달리 쉽게 정착되지 못했다. 개념은 획기적이었으나 시스템이 견고하지 못했고 시행착오도 많았다. 농가와 구매자 간 복잡한 이해관계로 컴플레인도 수차례 제기됐다. 거래업체 수 확보도 적었고 농가들에 대한 홍보마저 부족했다. 그나마 관심있는 한우농가들의 호응덕분에 당초 계획인 월 200두에는 근접한 실적이나마 올릴 수 있었다.

지난해 협회는 과거 시행착오를 거울삼아 직거래 유통망의 시스템을 견고하게 다듬는 작업을 진행했다. 거래 업체수도 늘렸다. 도축장은 경기도 협신식품, 충북 제천 박달재LPC, 충북 청원 팜스토리한냉, 강원도 원주 강원LPC 등으로 권역별 배치를 감안했다. 유통업체 수도 볼륨을 키웠다. 초원육가공, 팜스토리한냉, 태우그린푸드, 품주식회사, 동양플러스 등을 포진시켰고 CJ프레시웨이와도 협의 중이다.

서영석 한우협회 차장은 “지난 2년간 직거래 유통망은 한우 농가들이 원할 때 출하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견고하게 다져왔고 볼륨 또한 키웠다”면서 “올해는 최대 5000두를 목표로 운영할 계획이며 시스템이 갖춰진 만큼 대농가 홍보도 지속적으로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사업은 한우농가들의 경영비 절감과 건전한 유통 생태계 조성에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협회에 따르면 한우농가가 공판장에 지출하는 상장 수수료는 연간 470억원에 달한다. 수수료 부담은 결국 유통비용을 상승시키고 소비자 가격 상승에도 영향을 준다. 가장 큰 문제는 사료 선택권이다. 일선에서 고가와 저가 사이의 사료가격 차이는 20~30% 수준. 사료 선택권이 없으면 농가들은 사료가격 부담을 고스란히 져야한다.

김홍길 한우협회장도 취임 초기 “농가들의 출하문제 해결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원활한 출하는 농가들에게는 반드시 필요한 숙원사항”이라면서 “출하가 원활하고 사료 선택이 자유로우면 농가들의 편익은 수직상승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또 “협회의 직거래 유통망이 활성화되면 농가들의 경영비 절감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올해 협회의 야심찬 목표에도 아직 갈 길은 멀다. 연간 5천두 이상을 유통시킬 수 있는 사업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선 직거래유통망을 운영하는 조직의 전속 인력이 충원돼야 한다. 또한 협회 전용유통망 이용 시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라는 농가들의 우려를 불식시켜야 하는 점도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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