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란일자 표기 양계농가 수용거부 그 이유는?
산란일자 표기 양계농가 수용거부 그 이유는?
  • 김재민 기자
  • 승인 2018.12.21 15: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계란 선도 책임, 재고 부담 모두 농가 몫... 불공평
양계협, 산란일자보단 냉장유통의무화 시행이 먼저
시장기능에 의한 선도관리 기능 활성화도 고려해봐야

[농장에서 식탁까지=김재민 기자] 2018년 12월 13일 양계농가들이 다시 계란 난각에 산란일자를 표기하기로 한 문제를 두고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좋아하는 산란일자표기를 왜 그들은 이렇게 반대하고 있을까? 식약처 앞에서 엄동설한에 천막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양계농가들과 소비자들의 접점은 없을까? 소비자와 농가 양측의 입장에서 이번 기사를 1년 만에 다시 공유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달걀 난각에 산란일자, 생산자 고유번호, 사육환경 번호 등을 표시하도록 하는 「축산물의 표시기준」이 곧 시행을 앞두고 있다.

계란생산농가 단체인 대한양계협회는 국회 토론회에 이어 식약처 앞 대규모 집회 그리고 천막농성으로 이어지는 강한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여론은 호락호락 하지 않다. 기사에 붙는 댓글 들이 비판을 넘어 혐오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양계협회는 계란 난각에 산란일자 표기를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양계협회는 계란 난각에 산란일자 표기를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유통기한과 품질유지기한 표시방법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고시하는 식품 표시기준에 따르면 ‘유통기한’과 ‘품질유지기한’이라는 용어가 나온다. 유통기한은 제품의 제조 또는 소분일로 부터 소비자에게 판매가 허용되는 기한을 말하며, ‘품질유지기한’은 식품 의 특성에 맞는 적절한 보존방법이나 기준에 따라 보관할 경우 해당식품 고유의 품질이 유지될 수 있는 기한을 말한다.

유통기한의 정확한 의미는 식품을 제조, 가공, 판매하는 영업자가 이 식 품을 판매할 수 있는 법적인 기한으로 제조, 가공, 소분, 수입한 모든 식품은 유통기한을 표기해 판매토록 하고 있다.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을 판매하거나 외식업체나 식품가공업체 등에서 이를 사용하고 있으면 처벌 대상이 된다.

모든 판매 식품에 유통기한을 표시할 수는 없다. 유통기한을 표시하기 어렵거나 의미가 없는 자연 상태의 농·임·수산물, 설탕, 빙과류, 식용얼음, 껌류(소포장 제품에 한함), 식염, 주류(맥주, 탁주 및 약주 제외) 및 품질만의 독특한 유통구조와 방법 때문이다.

소와 돼지, 닭, 오리 등의 육류는 도축이라는 공정을 거치면서 육류라는 상품으로 전환되고 이후 도축일자, 가공일자가 부여되고 유통기한은 가공한 날을 기준으로 설정이 된다. 상품에 유통기한을 표기하던, 제조일자를 표기하던 농민들 입장에서는 부담을 갈 일이 전혀 없다.

도축이 되는 축산물의 소유권이 유통업자에게 넘어가기 때문이다. 계란은 농장에서 생산과 동시에 상품이기 때문에 농장에서 곧바로 출하 되지 않을 경우 재고 부담을 농민이 져야 한다. 보통 중소규모의 농장의 경우 계란유통상인이 2~3일에 한번 농장에 들러 계란을 수거해 가기 때문에 3일전 계란부터 오늘 생산된 계란까지 출하가 이때 된다.

이 상품이 마트 등에 진열이 되면 소비자들은 산란일자를 보고 최근 생산된 제품만을 소비할 것이기 때문에 2~3일 묵은 계란은 진열 당일부터 할인판매를 하거나 극단적인 경우 폐기하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 또 규모가 큰 농장들도 주중 매일 출하를 하지만 금~일요일 생산된 계란은 월요일에 출하하기 때문에 중소농가와 마찬가지로 묵은 계란이 발생해 동일한 피해가 발생한다. 그리고 추석이나 설과 같이 연휴가 긴 경우에도 묵은 계란은 어쩔 수 없이 발생하니 생산자는 묵은 계란은 덤핑해 판매를 할 수밖에 없게 된다.

계란과 같이 매일 생산되는 낙농목장의 우유는 2~3일 묵은 우유라 할지라도 가공 후에 제조일자를 부여하게 되니 농가의 부담이 없고, 우유는 주말이나 명절 할 것 없이 매일 집유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낙농가들이 재고 부담을 느끼지 못하게 된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생산자는 산란일자의 위변조 유혹에 빠질 수밖에 없게 된다. 산란일자를 농장주나 유통업자가 표기하도록 되어 있어 일부 기회주의적 농가는 묵은 계란의 산란일자를 변조할 가능성이 있고, 2~3일 묵은 계란을 조금 싼값으로 사들여 산란일자를 변조하는 유통상인도 나타날 수 있다.

지금과 같은 유통시스템 속에서는 산란일자를 위변조해 방금 낳은 계란처럼 보이게 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이 제도는 자칫 범법자를 양산하는 제도가 될 수 있다. 육류는 숙성 과정을 거쳐야 고기의 맛이 나기 때문에 유통기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소는 최소 10일은 지나야 사후강직이 풀리며 고기 의 맛이 상승하고, 돼지도 3~5일은 지나야 맛이 난다. 하지만 계란은 신선도가 가치의 최고 척도이기 때문에 2~3일 묵은 계란의 가치는 하락할 수밖에 없다.

양계협회는 계란 난각에 산란일자 표기를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양계협회는 계란 난각에 산란일자 표기를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농가에 불리한 계란의 유통구조

 

재고 부담을 농가들이 지고 있는 계란에 대한 산란일자 표기 의무화는 타 품목과 비교했을 때 큰 차별이다. 다른 품목도 수확일자를 표기하라고 한다면 큰 혼란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혼란은 유통업자의 혼란이지 생산자의 혼란은 아니다. 저장해야 하는 품목이 아닌 대부분의 신선식품은 수확과 동시에 곧바로 유통업자에게 판매가 이뤄지는데 유통기간이 짧은 만큼 재고에 대한 부담을 피하기 위해 다음 단계 유통업자에게 물건을 빠르게 넘기는 게 특징이다.

농가들은 포전거래를 통해 수확에서 오는 리스크를 산지유통인에게 넘기 기도 하고, 수확 후 직접 도매시장으로 농산물을 넘기는 행동을 하게 되는데, 수확한 농산물을 가지고 있으면 가치가 하락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하지만 이러한 농작물들은 대부분 1회 파종해 1회 수확 후 판매하는 품목이 대부분으로 계란과 같이 연중 연속해서 생산이 이뤄지는 품목과 비교했을 때 재고 부담이 덜한 품목이다.

가축의 경우도 도축과 동시에 모두 팔려가는 구조이고, 우유는 유업체가 육계는 육계계열업체들이 때가 되면 매일 집유해 가고 있다. 농가가 농산물을 끌어안고 팔리지 않을까 걱정하는 품목이 없다는 것이다.

 

산란일자 보다 냉장유통시스템 구축이 먼저

계란의 산란일자 표기는 소비자에게 신선한 계란이 어떤 것인지를 구별할 수 있기 위함이다. 정보의 비대칭성을 없애 농가나 유통업자가 기회주의적 행동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도 목적일 것이다. 하지만 앞서 이야기 했듯이 일방적으로 농가들만 피해를 보는 이번 조치는 균형을 잃었다 할 수 있다.

양계업계의 주장은 선도를 온전히 판별하는 척도로 활용하기 힘든 산란일자 보다는 계란의 품질을 장기간 유지시켜 주는 보관 방법의 혁신을 통해 이뤄야 한다고 주장한다. 바로 계란 유통에 콜드체인시스템을 적용하자는 것이다.

온도관리가 잘된 계란은 생산 된지 1~3일 된 계란이나 20일된 계란이나 품질의 차이를 거의 느끼지 못한다고 한다. 하지만 5~10월 사이 상온에서 노출된 계란은 하루나 이틀마나 지나도 선도가 급격히 하락할 수 있다는 게 일관된 주장이다.

소비자들은 이러한 상식이 없으니 산란일자만을 보고 구매할 것이고 자칫 선도가 떨어지는 2~3일 된 계란을 선도가 높은 5~10일된 계란 보다 비싸게 주고 구입하는 우를 범할 수도 있다.

양계협회는 계란 난각에 산란일자 표기를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양계협회는 계란 난각에 산란일자 표기를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선도 중심의 등급 판정제도 전면 시행 한다면...

소비자는 생산자를 불신하고 생산농민은 그런 방법은 수용할 수 없다 하니 양측의 욕구를 모두 해소할 수 있는 최선을 제도를 도출해 낼 필요가 있어 졌다.

그래서 지난해 관련 토론회에서 소비자가 원하는 신선한 계란을 구별해 낼 수 있고 선도 관리가 안 된 계란에 대한 책임도 분명하게 가려낼 수 있는 대안을 다시 한 번 제안하고자 한다.

소비자는 방금 난 계란을 구매하겠다는 강한 욕구를 드러내고 있는데 앞서 여러 차례 논증했듯이 산란일자 표기가 계란선도의 필요충분조건은 아니다.

어차피 계란을 깨서 확인할 때까지 선도를 알 수 없으니 이 정보 부족을 해소시킬 때까지 소비자들은 더한 것들을 요구할지도 모를 일이다.

이쯤 되면 공무원 중 누군가는 나서 “이렇게 하면 모두 해결됩니다”라고 외칠만도 한데 누구도 나오지 않고 있으니 우리 축산물품질평가원을 강제로 등판을 시켜 보도록 하겠다. 축평원은 축산물의 등급을 부여해 생산농가와 소비자 양쪽은 축산물 생산과 선택의 기준을 제시하는 기관이다.

축평원은 계란의 등급판정도 실시하고 있는데, 기존 계란 등급판정제도를 선도 중심으로 개편하고 등급판정제도 전면시행을 통해 정부 부족에서 오는 논란을 해소해 내겠다는 청사진을 짜안 하고 내놓아야 한다.(이 안을 축평원분들이 있는 장소에서 1년 전에 알려 드렸는데 아직도 해결하겠다 나서지 않고 있는 것을 보면 안타까움을 금치 못한다. 영웅이 될 기회를 놓치고 있으니 말이다.)

계란유통센터를 통해 계란유통 일원화가 추진되는 만큼 등급판정 전면 도입을 위한 여건도 마련이 되고 있다.

등급판정제도가 전면 시행되면 농가들이 어제 난 계란을 출하하든 1개월 된 것을 가져 오든 상관없다. 등급판정을 받으면서 해당 계란의 선도가 드러나고 선도에 따른 등급이 부여되니 소비자는 등급만 확인하면 신선한 계란인지 아닌지를 확인할 수 있다. 그래도 산란일자가 필요하다고 부르짖는 소비자가 있다면 아마도 어떤 경영체에서는 산란일자를 찍은 값비싼 계란을 출시할 것이니 그 계란을 사먹으면 될 것이다.

당연히 등급에 따른 패널티와 인센티브가 주어져야 하니 등급에 따른 유통기한을 달리 설정해야 한다. 선도가 떨어지는 2등급 계란은 같은 보관 조건이라면 바로 윗 등급 계란보다 3~4일 계란 유통기한을 짧게 설정해야 한다.

당연히 선도가 낮은 계란의 가격은 낮게 형성될 것이고 선도가 높은 계란의 가격은 높게 형성될 것이다. 소비자는 계란 구매 시 조금 싼 선도가 아쉬운 계란을 구매할지, 조금 비싸더라도 신선한 계란을 살 것인지 합리적 선택이 가능하다. 지금처럼 복불복은 사라질 것이다.

등급판정을 통해 농가의 계란 선도관리 수준에 대한 인센티브와 페널티가 부과되었으니 이제 계란선도 문제는 유통의 몫이 된다. 소비자가 1+등급의 계란을 구매했는데 집에 와서 계란을 깨 보니 선도가 형평 없었다면 분명 등급판정을 받은 다음단계에서 선도관리에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그 책임은 도매상이나 소매상이 지면된다. 등급판정을 통해 농가는 최선을 다했다는 것을 검증받았기 때문이다.

 

시장 기능에 의한 계란의 선도 관리 혁명

현재 우리 위생당국은 계란의 선도를 높게 유지하기 위한 다른 제도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산란일자 표기만을 시행하려 한다.

산란일자가 부여되는 순간 계란 선도의 책임은 농민에게 모두 집중된다. 구매한 계란에 품질이 조금이라도 이상이 있으면, 농가들이 산란일자를 조작했다느니, 냉장고에 오랫동안 묵혀 두었던 계란을 값이 올랐을 때 내놓았다는 등 수많은 루머가 나오게 된다. 중간에 관리가 잘됐는지 안됐는지는 따지지 않는다.

실제로 계란이 없어 품귀현상을 보였던 2017년 1월 언론은 농가들이 계란 값을 더 올리려고 계란을 창고에 보관해 두고 내 놓지 않고 있다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늘어놓았고 이 때문에 여론이 들끓어 농림부가 실태조사를 한 적도 있었다.

(농림부 공무원들이 여기저기 농가를 가보니 창고에는 계란이 없었다고 한다.) 이 모두가 정보 부재에서 비롯되었다.

선도 중심 등급판정제도의 전면 도입은 이러한 불신이나 정보 부족현상을 해소시켜 주고 계란 품질관리의 책임을 명확히 함으로써 각 주체가 지금보다 계란의 선도 관리에 더 투자하고 노력하게 하는 유인을 발생시킨다.

콜드체인을 법제화 하지 않아도 선도관리만 잘하면 돈이 되니 너도 나도 콜드체인 시스템에 투자를 하려 할 것이다.

냉장유통의무화, 산란일자표기, 계란유통기한의 설정과 같은 수많은 제도를 촘촘하게 도입하지 않아도 시장 기능에 의해 계란의 선도가 좋아지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제도는 이런 식으로 만드는 것이다.

어떤 제도는 지키려면 비용이 많이 발생하고 고된 노력이 필요로 하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때 감시를 제대로 할 수 없다면 이 법은 취지와는 다르게 아무도 지키지 않는 법이 되고 많다.

하지만 제도를 지키는 것이 규제 대상자의 경제적 이익으로 이어진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지키면 지킬수록 이익이 되니 해당 규제를 지키려는 유인이 엄청나게 발생하게 된다.

실제로 그러한 사례는 수도 없이 많다. 잘 지켜지는 제도를 도입한 국회의원이나 공무원이 있다면 이들에게는 분명 포상을 해야 한다.

식약처 공무원들이 만들어낸 산란일자 표기제도는 이러한 취지에 부합이 되는지 살펴보면 잘 만들어진 제도인지 아닌지를 알 수 있다. 만약 비용이 들고 지키는 게 어렵더라도 꼭 필요한 제도인 경우도 있을 것이다. 만약 그런 제도라면 응당 감시 체계까지 함께 제안을 할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