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축분뇨법은 괴물법…누구도 행복하지 않습니다”
“가축분뇨법은 괴물법…누구도 행복하지 않습니다”
  • 옥미영 기자
  • 승인 2018.01.22 16:58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허가 축사 구제방안 토론회서 농가 성토 '봇물'
축산·환경·건축법 복잡하게 얽혀 담당자도 ‘난색’
적법화기한 연장 ‧ 특별법으로 구제를 ‘한 목소리’
미허가 축사 적법화 완료기한 60여일을 앞두고 개최된 미허가 축사 구제방안 토론회에는 축산농가 1천여명이 참석해 미허가 축사 적법화 기한 연장을 한 목소리로 촉구했다.
미허가 축사 적법화 완료기한 60여일을 앞두고 개최된 미허가 축사 구제방안 토론회에는 축산농가 1천여명이 참석해 미허가 축사 적법화 기한 연장을 한 목소리로 촉구했다.

“GPS로 위성측량 했더니 목장 부지의 6~7m가 도로부지에 걸린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우사가 국가도로를 불법으로 점령한 것으로 간주되었기에 불법 점유했다는 땅을 매입해야했습니다. 저는 목장 땅 100여평을 조건 없이 기부체납하고 국유지인 13평 땅을 매입하기 위해 수도 없이 시청을 찾았습니다. 결국 처음 측량 후 1년 반이 지나서야 시청에서 자산관리공사로 넘어갔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설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장이 주최하고 축산관련단체협의회와 전국축협조합장협의회가 주관해 지난 1월 19일 국회에서 열린 ‘미허가 축사 구제방안 토론회’에는 당초 20분으로 예정된 청중토론이 100분으로 연장된 가운데 무허가 축가 적법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가들의 애끓는 성토가 이어졌다.

경기도 포천에서 40년째 젖소를 사육하고 있다는 배인호씨는 “포천 지역만해도 저처럼 축사가 도로부지나 구거, 혹은 다른 이의 토지나 산에 걸려 무허가 된 축사를 보유한 농가들이 수 십명에 달하지만 적법화를 위한 상담 조직 등 전문 공무원은 부족하고 해결과정도 복잡해 농가들이 발만 구르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배 씨의 이날 발언은 토론회 패널로 참석한 송형근 환경부 물환경정책국장이 “‘가축분뇨의 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은 ’14년 2월에 제정 당시 농가들을 대상으로 지역 순회 설명회 등을 거치고 이듬해 세부실시요령이 마련된 후에도 3년의 유예기간을 두었으나 시간적 한계로 적법화가 어렵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실제로 지난해까지 미허가 축사 허가와 신고는 거의 없었고 최근들어서 농가들이 움직이고 있다”는 발언을 정면 반박한 것이다.

무허가 축사 적법화 “하고 싶어도 못해”

‘미허가 축사 적법화 토론회’에 참석한 농민들이 무허가 축사 적법화 기한연장과 특별법 제정을 위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미허가 축사 적법화 토론회’에 참석한 농민들이 무허가 축사 적법화 기한연장과 특별법 제정을 위한 구호를 외치고 있다

토론회를 지켜보기 위해 전국에서 상경한 1천여명의 축산 농가들과 관계자들은 무허가축사 적법화 문제와 관련해 ‘당초부터 지킬 수 없었던 법안’이라며 울분을 토로했다.

서울축협에서 무허가 축사 적법화를 담당하고 있다는 직원 K씨는 “엄청나게 많은 농가들이 무허가 축사 적법화를 신청하고 있지만 각 시·군청의 T/F팀 실무자들은 많아야 2명”이라면서 “많은 농가들이 몰리다 보니 지자체나 설계사무소에서는 제대로 된 컨설팅이 불가능해 농가들은 속절없이 기다리기만 하고 있는 상황이다. 무허가 축사 적법화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관계공무원들을 하나의 부서로 모아 T/F를 구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익산의 한우농가 정 모씨는 “문제는 무허가 축사 적법화 기한을 3년 연장할지라도 해결 할 길 없는 무허가 축사의 범위가 너무나 많다는 것”이라며 “범주상 농업시설로 간주되어 있는 축사는 건축법상 예외조항을 두어 특별 관리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축산업을 비롯한 전후방산업이 송두리째 흔들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현권 국회의원은 “무허가축사를 적법화 시설로 전환하고 싶어도 안되고 어렵다는 것을 그대로 받아들여 달라. 축산, 환경, 건축 등 처리해야 하는 일이 복잡하고 까다로워 현장에선 해당법안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공무원이 없다”면서 “더욱이 가축분뇨를 공공자원화로 처리 할 수 있는 규모는 태부족인데 모든 책임을 축산농가에게 지우는 것은 가혹하다”며 선조치 후규제를 주문했다.

황엽 전국한우협회 전무도 “현재 무허가 축사의 적법화 비율이 전체 대상 농가 중 13%에 불과하다는 것은 당초 이행될 수 없는 법을 정부가 억지로 밀어붙었다는 반증”이라면서 “’14년 축사 적법화를 위한 3년의 유예기간을 정할 당시 적법화 대상이 아닌 기존 농가들까지 느닷없이 적법화 대상에 편입시키는 소급적용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성토했다.

미허가 축사 적법화 기한 연장·특별법 제정 촉구를 위한 국회 토론회에서 관계자들이 모여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다
미허가 축사 적법화 기한 연장·특별법 제정 촉구를 위한 국회 토론회에서 관계자들이 모여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다

총리실로 이관시켜 범정부적 보완대책 강구를

토론회 주제발표에 나선 정승헌 건국대학교 교수는 무허가·미신고 축사의 적법화 방안과 관련해 현장에 대한 실질적 이해를 기반으로 실현 가능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합동 대책으로 건축법을 개정해 무허가축사를 가설건축물로 전환해 양성화하고자 했으나 일부 지자체에서는 난립우려가 있다며 가설건축물은 축사로 불인정하고 있는 데다 시군 환경과, 건축과에서는 중앙부처에서 문서 시달이 없었다며 협조를 거부하고 있는 등 현실에서 충돌하고 있는 문제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정 교수는 “가축분뇨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이 환경과 조화되는 지속가능한 축산업 발전이라면 무조건적 규제가 아니라 법률의 적정성을 고려해 보완대책을 강구해야 한다”며 △적법화 유예기간 연장 △소규모(생계형) 무허가시설 적용 확대 △소방법 완화 적용 △무허가 축사의 가설건축물 전환 △고령 축산인 배려 특례 등 범정부차원의 대책 마련을 제시했다.

이와 관련해 문정진 축산관련단체협의회장은 “소관부처가 농식품부, 환경부, 국토부 등으로 이해관계가 상충되어 있어 해결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농식품부 주도하에 국무총리실로 이관해 콘트롤 타워 역할을 수행토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문영 전국축협조합장협의회장은 "가축분뇨법은 분뇨의 적정 처리가 핵심이어야 하지만 건축법을 포함해 무려 26개의 초법적 잣대가 적용되면서 축산농가들이 도저히 지킬 수 없는 법으로 전락했다"면서 "축산농가들의 바람처럼 국민, 환경과 조화로운 축산을 지속할 수 있도록 길을 마련해 달라"고 호소했다. 

한편, 송형근 환경부 국장은 “현재까지 환경부는 무허가 축사 적법화 기한 연장을 고려하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오늘 제기된 내용처럼 현장에서는 하려고 했지만 안됐던 부분이 있었던 것은 아닌지 실상을 정확히 파악해 검토하겠다. 법률적 해결이 어려운 부분은 지자체와의 TF를 통해 해결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정의실종시대 2018-01-23 09:47:29
규제 일변도 프로그램으론 환경정책 성공하기 어려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