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무허가 축사 문제 원인과 합리적 해결방안
[이슈분석]무허가 축사 문제 원인과 합리적 해결방안
  • 김재민 기자
  • 승인 2018.01.26 11: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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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와 감시, 처벌만으로 정책대상자 협조 끌어내기 어려워
환경보전 의무 부과와 함께 협조자에 대한 보상도 마련해야

무허가든 미허가든 축산농장의 적법화 조치는 가축분뇨를 효율적으로 관리해 수질 오염을 최소화 하는데 목적이 있다.

목적이 그렇다면 주요 하천에 여러 비점오염원 중 하나인 축산농장의 가축분뇨 처리 수준을 끌어 올리면 될 것을 환경부와 농림부는 무허가축사를 적법화 시키겠다는 원대한 계획을 세웠고 빈대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꼴의 상황을 만들고 말았다.
 

■ 축산농장 적법화 추진 이유

가축분뇨가 문제가 된 것은 축산업이 전업화 단계에 진입한 1990년대 시작되어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는데 2000년대 중반부터 지속된 자원화를 위한 전방위 노력에 2010년대 들어 악취문제를 제외한 나머지 문제는 통제 가능한 수준에 도달하는 성과를 내게 된다.

이제 축산분뇨 문제는 악취만 어떻게 해결하게 되면 환경문제 때문에 축산업의 지속가능성이 위협 받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4대강 사업이 완공되면서 다시 원점에서 가축분뇨 관리를 설계해야하는 일이 벌어진다.

2012년 완공된 4대강 사업은 강바닥을 깊이 파고 대형댐(당시 정부는 이를 ‘보’라 부름)을 건설해 흐르던 강을 호수화 하는 사업이었다.

4대강은 수많은 지천이 합류하는 곳으로 지천의 각종 오염물질이 모여 들기 때문에 4대강 유역은 물론이고 사대강과 연결된 지천 주변의 오염원 관리가 중요했다. 이전까지 환경부와 해당지역의 지자체는 4대강에 무리가 가지 않는 수준에서 축산분뇨를 비롯한 비점오염원을 관리해 왔는데 4대강 사업이 완료된 이후에는 예전 수준의 관리 방식으로는 4대강의 수질을 담보할 수 없었다..

실제로 4대강 사업 직후부터 ‘녹차라떼’니 ‘큰빗이끼벌레’니 하는 오염을 상징하는 지표가 넘쳐났고 여론의 강한 질타를 받으면서 환경부는 강력한 수질 관리를 위해 수십 년간 터전을 지켜온 축산농가 정비 사업에 들어갔고 4대강사업 이전 아무문제가 없던 농가들에게 칼날을 휘두르고 있다.

정부는 건축법, 가축분뇨처리법 등에 저촉이 되는 축산농장은 일정한 유예 기간 내에 적법화 조치를 취하도록 했고 이행하지 못하는 농가는 2018년 3월 20일 사업장 폐쇄와 같은 강력한 행정집행을 골자로 관련 법과 시행규칙 등을 개정해 놓았다.
 

■ 3년 연장을 위한 명분

하지만 이러한 강력한 규제에도 불구하고 건축법과 가축분뇨법 이외에 여러 규제가 2중 3중으로 묶여 있는 농장이 많아 적법화 조치를 취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농장이 너무나 많았고 비용 또한 평균 2000~3000만원이 소요되면서 농가들은 적법화 이행률은 답보상태에 빠지고 말았다.

이대로 시간이 지나면 수많은 농가가 삶의 터전인 축산농장을 잃을 처지에 놓였고 축산단체들이 3년 연장과 합리적인 적법화 수준을 요구하며 이 엄동설한에 무기한 천막농성을 해야하는 절박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하지만 상황은 달라졌다. 정권이 교체된 이후 지난해 6월부터 굳게 닫혀 있는 4대강 수문을 열고 방류를 시작했고 올 연말쯤에는 4대강 수위가 예전 수준까지 낮춰질 계획이다.

수질관리를 이유로 비점오염원인 축산농장 관리를 까다롭게 하겠다는 환경부의 계획은 원인이 제거되면서 명분이 줄어들고 있으며 축산농가들이 요구하는 무허가축사 적법화를 위한 3년 연장 또한 가능해지는 대목이다.

그렇다고 미허가 축사를 그냥 방치하자는 것은 아니다. 최소한 농가들이 요구하는 기간 연장을 가능케 하는 시간을 벌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 합리적 무허가 적법화 방안

환경부는 환경을 지키기 위해 여러 규제를 만들고 있으나 대부분의 규제는 대상은 좁고 규제의 강도는 높은 반면 규제로 혜택은 보는 집단은 불특정 다수로 넓고 혜택의 크기는 작다는 문제가 있다.

보통은 규제 대상자의 반발을 사는 경우가 많은데 상수원 보호구역 내의 주민들 그린벨트를 소유한 국민들이 주로 환경부에 강력하게 저항하는 이들 중 하나다.

오염원을 배출하는 규제 대상자에게 환경보전 의무를 강력히 지워야겠지만 더불어 환경보전에 협조하는 대상자들에게 혜택도 줘야 근본적 환경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제도든지 만들어지고 이를 강제하기 위한 처벌만 강하게 준비된다면 전부 지켜질까?"

제도를 만들고 강력한 처벌을 준비해도 안 되는 일이 있다는 걸 무허가축산 적법화 정책의 실패로 확인이 되었다.

상황이 이러하니 환경부도 이제 일하는 방식을 바꿀 때가 되었다. 엄격한 규제와 감시, 처벌에 '보상'을 더해 보자 이전보다 규제 대상자의 협조를 쉽게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제도와 정책은 대상자의 행동 변화를 이끌어 내는 것이 목적이기에 규제, 감시, 처벌이 함께 마련되어야 한다. 하지만 감시가 말처럼 쉽지 않아 상당수의 제도는 처벌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또한 이번 축산적법화와 같이 규제의 대상이 많고 또 환경보전을 위한 의무를 실행하는데 많은 비용을 수발한다면 규제, 감시, 처벌만으로는 원하는 행동을 이끌어 낼 수 없다. 처벌과 함께 보상도 함께 준비함으로써 규제 대상자들이 전략적 행동을 할 수 있는 여지를 마련해야 한다.

환경을 보전하는데 비용만 들고 아무런 이익이 없다면 이는 지속가능하지 못하고 비용절감을 위한 편법이 늘어나 감시 비용이 늘고 환경보전이라는 원래의 취지는 살리지 못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환경정책에는 처벌과 보상이라는 양 날개를 가져야 정책 대상자의 행동변화를 끌어 낼 수 있고 고질적인 ‘대리인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된다.

무허가 축사 적법화 기간 연장을 요구하는 천막농성이 무기한 진행 중에 있다. 사진은 세종시 정부청사 한켠에 마련된 축산단체들의 천막농성장 모습. 영햐 15도의 날씨 속에서도 천막안에서 숙박을 하며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무허가 축사 적법화 기간 연장을 요구하는 천막농성이 무기한 진행 중에 있다. 사진은 세종시 정부청사 한켠에 마련된 축산단체들의 천막농성장 모습. 영햐 15도의 날씨 속에서도 천막안에서 숙박을 하며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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