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무중' 가축분뇨법...환노위 입장 어디로
'오리무중' 가축분뇨법...환노위 입장 어디로
  • 옥미영 기자
  • 승인 2018.01.31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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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정쩡한 정부 입장에 갈피 못잡는 여당

무허가 축사의 적법화 기한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무허가 축사를 보유한 전국 5만여 축산농가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축산관련단체협의회와 전국축협조합장협의회는 오는 3월 24일로 예정된 무허가 축사에 대한 사용중지와 폐쇄명령 시한 연장을 반드시 해결하겠다는 필사적 의지를 가지고 적법화 기한 연장에 모든 역량을 총 결집하고 있다.

하지만 축산농가들의 절박한 요구와 달리 해당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는 무허가 축사 적법화 기한연장에 대해 뚜렷한 입장을 나타내지 않으면서 강한 반발을 사고 있다. 지난 1월 23일 세종시 농식품부 앞에서 지난 축산관련단체의 무기한 천막농성이 시작된 것도 시한부 선고를 앞둔 농가들의 절박한 호소에도 불구하고 주무부처인 농식품부가 어정쩡한 태도를 보이면서 관련단체들의 불만이 폭발한 것이다.

가축분뇨법 개정 법률안 어떻게 될까

축산관련단체와 농가들은 ‘가축분뇨의 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마지막 희망과 사활을 걸고 있다. 지난해 국회 농림해양수산식품위원회 소속 의원 4명(이완영, 홍문표, 김현권, 황주홍)은 무허가 축사에 대한 행정처분 유예기간을 2~3년 연장하는 것을 골자로 한 가축분뇨법의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다.

농해수위 소속 의원들은 2014년 3월 개정된 가축분뇨법은 분뇨의 적절한 처리를 위한 배출시설 관리에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라 건축법 등에 비중을 두면서 발생하고 있는 현실적 문제와 제약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법안 개정 당시 정부부처의 설명과 달리 실제 농가들이 적법화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사례, 하고자하는 의지는 있으나 법률상 걸림돌이 크거나 오랜 시간이 걸리는 사례 등을 들어 기간 연장의 필요성을 주문하고 있다.

하지만 무허가 축사 적법화 기한 연장을 위한 법안 개정은 환경노동위원회 소관이어서 연장의 키는 전적으로 환노위 소속 의원들의 판단과 결정에 달려있다.

안타깝게도 현재로선 가축분뇨법 개정안에 대한 환노위의 전체 분위기는 낙관적이지 않다. 무허가 축사 적법화 기간 연장을 골자로 한 가축분뇨법 개정안과 관련해 지난해 11월 환경노동위원회 전문위원은 법률안 검토보고서에서 대부분 환경부 입장을 고려해 진단했다.

축산 악취 민원에 대한 지속적 증가와 가축 분뇨로 인한 수질 오염 부하량이 과다 한 수준이어서 축사 적법화 기한 연장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여기에 무허가 축사 적법화 문제는 이해관계자와의 충분한 협의를 거쳐 2014년 가분법 개정시 3년 이상의 충분한 유예기간을 이미 부여했기 때문에 추가적으로 유예기간을 두는 것 역시 곤란하다는 입장을 덧붙였다. 이미 적법화를 완료한 농가와의 형평성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도 밝혔다.

다만, 무허가 축사 적법화 기간 연장이 필요하다는 축산업계 입장과 환경부 등 관계부처의 입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개정 여부를 검토하되 만약 적법화 유예기간을 연장할 경우 어느정도 기간이 적절한지 여부에 대해서는 정책적으로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가축분뇨법을 포함한 117개 법안이 일괄 상정된 지난해 11월 23일 환노위 전체회의에서도 송주아 전문위원은 “무허가 축사로 인한 악취 민원이 증가하고 있고 2014년 법 개정 이후 이미 3년 이상의 유예기간을 부여한 점 등을 고려해 유예기간 연장 여부를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야당의원들 ‘현실 고려’로 변화감지

환노위에 소속된 16명의 의원들을 대상으로 가축분뇨법 개정안에 대한 의견 수렴 결과 지난해 연말까지만 해도 여‧야를 막론한 연장불가론이 우세했었다. 환노위 소속 의원들은 농해수위와 달리 도시를 기반으로 선출된 의원 및 비례대표 의원들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어 농촌의 여건보다는 수질 및 악취관리 등 환경오염 개선에 더 많은 관심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의원실에서는 지난해 12월 20일 ‘무허가축사 적법화 기한 연장을 위한 1만 축산농가 총 궐기대회’가 개최된 이후에 까지도 가축분뇨법 개정안이 발의됐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을 정도로 무허가 축사건은 환노위 의원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연장은 안된다’는 강경한 태도와 무관심에서 환노위 의원들의 태도가 조금씩 변화된 것은 축산관련단체를 중심으로 법안 개정이 당론으로 채택될 수 있도록 농해수위 소속 의원들과 조를 이뤄 움직이는 등 맨투맨식의 농정활동을 전개하면서 부터다.

가축분뇨법 개정과 관련해 가장 먼저 당의 입장을 정리한 곳은 정의당이다.

정의당은 내부 실태조사 결과 적법화를 위해서는 시간이 촉박한데다 자연발생적인 축사의 경우는 남의 땅이나 국공립지를 침범한 경우도 상당수 있는 등 토지문제까지 겹치는 사례가 많아 3월 24일까지 적법화 하는 것은 어렵다는 것으로 판단했다.

다만, 적법화 기한의 경우 3년이 아닌 1년 연장을 당론 채택으로 추진 중이다.

이완영, 홍문표 의원이 대표발의한 자유한국당의 경우 보다 적극적이다. 알려진 바와 같이 ‘3년 연장’을 당론으로 채택 했다.

비교섭단체인 바른정당 하태경 의원은 법 개정과 관련한 입장은 ‘중립’이지만 ‘연장’에 다소 무게를 두고 있다고 밝혔다. 하 의원은 “법이 당초대로 집행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먼저 사람이 살아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연장 조치에 어느 정도 응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겼다.

정부부처 반대 심각…고민 큰 ‘민주당’

가축분뇨법 개정안에 대한 환노위 입법조사관은 전적으로 환경부 등 정부의 입장에서 법안을 조사,검토했다.

특히 담당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가 현행 적법화 기간 내에 완료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것과 기획재정부도 축산물 안전성 제고를 위해 당초 유예기간은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며 이를 환노위에 전달했다. 지자체 가운데서는 인천광역시, 전라북도, 경상남도가 의견을 제시했으며 이 중 경상남도만이 연장의 뜻을 나타냈다고 국회에 보고했다.

정부 부처의 입장이 ‘반대’에 기울다 보니 여당은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한정애 의원의 경우 “정책의총에서 결정할 사안이라 개별적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면서도 “매년 국감에서 비점오염원의 원인으로 가축분뇨를 지목하고 대책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한을 막연히 유예하는 것도 쉽지는 않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가축분뇨법 개정안은 환노위에서 다루는 법안이지만 축산과 관련한 사안인 만큼 농식품부와 축산단체의 목소리를 많이 듣고 결정하겠다”고 답했다.

이 가운데 설 훈 농림해양수산식품위원장은 다수의 채널을 통해 “복잡한 행정절차 문제와 가축질병 발생까지 겹쳐 적법화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해 무허가 축사 적법화 문제가 당론으로 해결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강구하겠다”고 밝혀 농가들에게 실낱같은 희망을 주고 있다.

축산관련단체장들이 농식품부 세종청사 앞에서 무허가 축사 적법화 기한 연장에 대한 확실한 입장을 표명할 것을 요구하며 농성을 벌이고 있다.
축산관련단체장들이 농식품부 세종청사 앞에서 무허가 축사 적법화 기한 연장에 대한 확실한 입장을 표명할 것을 요구하며 농성을 벌이고 있다.

가축분뇨법 개정안 처리 문제는 환노위 의원들이 명분을 갖고 ‘유예’ 입장으로 돌아설 수 있도록 해당 부처인 환경부와 함께 농식품부, 국토부가 기한 연장에 대한 뚜렷한 방침을 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게 중론이다.

지금과 같이 ‘무허가 축사 적법화가 꾸준히 진행되고 있어 문제될 것이 없다’라거나 ‘적법화 유도 과정에서 시설 개선 등을 통해 생활환경이 개선되는 효과를 가져왔다’는 식의 현실과 동떨어진 정부의 주장은 여당 의원들이 법안 개정에 소극적이거나 반대 입장을 가질 수 있는 명분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축산관련단체들이 기록적인 한파를 무릎 쓰고 정부 세종청사와 국회앞에서 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것도 적법화 기한연장에 대한 축산단체와 농식품부의 엇박자 때문이다.

축산단체와 농가들은 “현재의 가축분뇨법은 농가가 적법화를 하고자 해도 할 수 없는 괴물법”이라면서 “과거 법안을 마련할 당시의 과오를 인정하고 현실과 달라진 환경에 맞는 환경보호 대책을 새롭게 수립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2013~2014년 가축분뇨법 제정 계기가 됐던 4대강 하천의 ‘녹조라떼’ 파장이 결국 현장에서는지킬 수 없는 축산분뇨의 관리와 처리에 대한 과도한 규제로 귀결되어 생업과 직결된 문제로까지 비화된 문제를 방치해선 안된다는 것이다. 더욱이 지난해 6월 새정부 들어 4대강 수문을 열고 방류를 시작하며 오염수위가 낮아지고 있는 만큼 가축분뇨를 비점오염원으로 지목해 척결해야 한다는 발상을 대전환해야만 협상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무엇보다 현재 가축분뇨법은 환경개선이라는 당초의 목적과는 괴리된 채 건축법상 허가 및 진행 절차가 복잡하고 과도한 경제적 부담으로 인해 오직 규제를 목적으로 한 법으로 전락해 버린 만큼 수질 및 환경개선을 위한 새로운 환경과 법안 마련에 범정부와 국회 차원의 초당적 대책 마련이 절실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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