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rm People] 한우농가, 작은힘이 모이면 ‘큰 힘’ 될 수 있어
[Farm People] 한우농가, 작은힘이 모이면 ‘큰 힘’ 될 수 있어
  • 옥미영 기자
  • 승인 2019.01.17 14: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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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삼주 한우협회 대구·경북도지회장
한우협 사료, 내가 먼저 써보고 검증
미경산우, 자율참여 독려 1+1효과 기대
김삼주 한우협회 경북도지회장
김삼주 한우협회 경북도지회장

 

[농장에서 식탁까지=옥미영 기자] 한우협회가 올해 역점 추진해온 미경산우 비육사업과 OEM 사료 사업이 본격 사업 시행을 앞두고 사업 성패에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정부와 첨예하게 대립이 지속된 30만원의 농가 지원금은 당초 협회의 요구대로 비육농가(일관사육농가 포함)로 확정되면서 올해부터 사업 추진이 현실화 된 데다, 전북 완주와 첫 번째 사업 계약을 체결한 OEM 사료 사업 역시 사업  업계에 미칠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여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우협회에서도 그만큼 부담감이 적지 않다.

암송아지 비육을 위해선 별도의 현장관리를 필요로 하는 데다, 사료사업은 한차례 실패한 전력이 있어 더욱 그렇다.

일부 지역에선 “하차와 물류, 관리시설이 역부족”이라는 하소연도 나온다.

이 가운데 가장 많은 농가수와 회원수를 확보한 경북도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김삼주 한우협회 대구·경북도지회장은 “몇 년 간 좋은 시기를 보내왔지만 소 값 하락 등의 어려움이 코밑에 닥쳐온 것을 느끼고 있다”면서 “환경과 여건을 생각하다보면 아무것도 해낼 수 없다. 한우 지도자 스스로 깨어 움직일 때만이 한우농가가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8월 말 전국에서 가장 먼저 수급조절 결의대회를 진행했었다. 2~3년 내 소 값이 하락을 예상하는가?

▲적어도 내년까지는 어느 정도 가격이 뒷받침 될 것으로 생각했었다. 그 이후의 가격 폭락을 우려해서 지금부터 암송아지를 통한 비육사업을 농가 스스로 실행하자고 제안한 것이었다. 하지만 최근 생각이 달라졌다. 1등급 한우거래가격이 1만7천원을 간신히 넘고, 송아지가격이 최근 50만원 넘게 떨어지면서 소 값 하락이 더욱 빨리 도래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현장에선 소 값 하락의 위험이 목전에 다가왔다는 것을 감지하고 있다. 송아지 가격의 하락은 가장 위험한 전조현상이다.

 

―미리부터 가격 하락을 전망한 한우협회가 미경산우 사업을 계획했고, 결국 30만원 지원 대상인 1만두 물량에 대해 배정을 마쳤다. 하지만 가격 안정 효과를 위해선 6만두의 암송아지 비육이 필요하다는 입장인데, 나머지는 농가의 자율수급조절 참여로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결국 사업의 성패는 소가 가장 많은 경북에 달렸다는 말이 나온다. 복안이 있나?

▲우선 중앙회에서는 농가당 10마리 이하로 지원금 대상을 한정했는데, 경북도는 5마리로 제한할 생각이다. 5톤차 한 대를 출하하려면 10마리가 딱 맞지만, 더 많은 농가들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절반으로 줄였다. 대신 보다 많은 농가들이 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자 한다. 특히 절반은 지원금으로 절반은 농가 스스로 동참해 가격 안정을 도모하자는 취지를 전달해 효과를 배로 늘려나갈 생각이다. 말하자면 ‘1+1 운동’이다. 지원받는 농가들에게 책임감을 함께 부여하겠다는 것이다.

 

―자조금 지원 물량이 경북의 경우 2천여두 수준이어서 지원받은 농가가 추가로 참여한다 해도 총 사업물량에는 미치지 못하는데.

▲2천두는 지원금을 받고, 나머지 2천두는 지원받은 농가들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본다. 또 경북에는 암소를 비육하는 농가가 많아 이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독려할 생각이다.

특히 생축장을 보유하고 있는 축협들의 동참을 이끌어 내고자 한다. 올해 도지회장에 취임한 뒤 소 값 안정을 위해 조합장들과 많은 만남을 가졌고, 대화도 나눴다. 소 값 폭락은 사전에 막아야 한다는 데 모두가 뜻을 같이 하고 있다. 우선적으로 생축장을 보유한 축협을 중심으로 거세우 비육뿐만 아니라 생축장 물량의 30%는 암송아지 비육을 추진할 수 있도록 독려할 생각이다.

 

―OEM 사료가 우여곡절을 거쳐 본격 출시를 앞두고 있다. 물류 여건이 갖춰지지 않아 사업참여가 어렵다는 의견도 나온다.

▲고품질 사료인 ‘대한한우’의 경우 벌크가격이 25kg 한포당 7200원이다. 경북과 가까운 이천공장의 경우 운송거리가 160km인데, 운송료를 포함해도 농가 도착가격이 7600원이다. 포당 무려 2500원이 저렴하다. 지대사료의 경우는 물류비와 하역비 등을 포함하면 가격이 좀 더 올라가겠지만 벌크사료만 비교해도 시중 사료들과 비교할 수 없는 가격이다.

다만, 문제는 각 농가나 지부별로 사료회사와의 차입금 문제 등이 있을 수 있는데 이 역시 의지만 있다면 출자금 등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농가들이 십시일반 분담해 차입금을 해결하면 사료이용으로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어 출자금 이상으로 농가들에게 이득이 갈 것이 분명하다.

또 다른 문제는 기존축협과의 거래관계 일 것이다. 조합과의 관계도 그렇고, 조합 임원으로 활동할 경우는 더욱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지도자는 깨어 행동해야 한다고 본다. 눈앞의 이익과 관계를 중시할 것이냐, 아니면 한우산업과 전체 농가의 이익을 생각할 것이냐의 선택이다. 답은 분명하지 않은가.

 

―품질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의견도 있다. 경북도 농가들의 참여는 어떤가.

▲현재 3~4곳의 지부에서 참여를 희망하고 있다. 현재 중앙회가 시·군 지부로 사업 코드가 개설되어서 지부가 참여하지 않을 경우 사업 참여가 어려운 문제가 있다. 도지회 차원에서도 사업체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지부가 참여하지 않는 농가들도 OEM사료를 이용할 수 있도록 여러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품질부분에선 생산자단체인 한우협회가 배합비에 직접 관여하는 것만큼 더 이상의 품질 보증이 있을 수 있겠는가.

다만, 무조건적으로 협회 사료를 이용하라는 권유는 않을 것이다.

내가 먼저 먹여본 다음, 품질까지 좋다면 적극적으로 홍보하겠다.

2018년 8월 경북 안동에서 개최된 한우산업발전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는 김삼주 회장
2018년 8월 경북 안동에서 개최된 한우산업발전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는 김삼주 회장

 

―일부에선 한우협회가 농정활동에 전념하지 않고, 왜 농·축협의 고유영역인 경제사업 영역까지 침범하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농·축협의 수익은 거의 농가들이 사업에 이용하는 데서 나온다. 하지만 농가들에게 돌아오는 이익은 이용에 비해 너무 빈약하다. 특히 우리가 제도개선과 같은 농정활동에 전념하고 싶지만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큰데다 당장의 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노력은 개별 농가로선 한계가 있다. 그래서 농가들이 뭉쳐 직접 나서는 것이다. 모든 것을 바꾸고, 변화시키려는 것은 아니다. 한우농가가 가장 필요로 하는 가장 개선이 필요한 부분에 우리가 직접 나서면 환경도 바뀔 것이라 기대하는 것이다. 농·축협은 한우농가와 가장 밀접하고, 또 가장 필요한 존재들이다. 하지만 농가들이 가장 필요로한 분뇨처리나, 사료비절감은 뒷전이고 어느 순간엔가 사료를 팔고, 은행 업무를 하는 손쉬운 사업에 매진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한우농가들이 사업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은 조직의 이익이나 직원들의 권익이 아니다. 우리들의 움직임이 많은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기대’ 그것 한 가지다.

[본 기사는 월간 농장에서 식탁까지 12월호에 실린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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