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없다…돼지값 하락 ‘어찌 하오리까’
[이슈분석]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없다…돼지값 하락 ‘어찌 하오리까’
  • 옥미영 기자
  • 승인 2019.01.21 19: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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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산·수입산 공급량 모두 늘어 공급과잉 '심각'
소비부진으로 덤핑판매 성행...시장 상황 '혼탁'
수매 비축·생산성 향상 등 중장기 전략 모색을
어미젖을 먹고 있는 새끼돼지
새끼돼지

[농장에서 식탁까지= 옥미영 기자] 황금돼지해를 맞은 올해 국내 양돈업계의 한숨과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하락세에 접어든 도매시장 돼지 지육가격이 2019년 1월 들어 kg당 평균 3천원(제주제외)대 초반까지 내려앉았기 때문이다.

작년 하반기부터 자조금을 활용한 할인행사 등 소비확대에 안간힘을 쏟으면서 체화된 돈육들을 일부 소진하기는 했지만 가격지지 효과는 전연 나타나지 않으면서 업계 관계자들이 후속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공급 과잉에다 소비부진까지 겹쳐 상황이 그 어느때 보다 급박한 반면, 이를 타개할 이렇다 할 방책이 없다는 것이다.

양돈관련조합들은 지난 1월 14일 도드람양돈농협에서 긴급 협의회를 열고 돼지가격 안정을 위한 대책 마련에 대해 논의했다. 이날 회의에는 하태식 한돈협회장과 김태환 농협 축산경제대표이사가 함께 참석해 뒷다리살 비축사업과 할인판매 등을 실시하는 등 범업계 차원의 소비 촉진에 뜻을 모았다. 협의회에서는 또 돈육의 수매 비축과 모돈 도태사업의 필요성 등이 제기 됐지만 추락하는 돼지가격을 어떻게 방어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뚜렷한 해답과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양돈조합장협의회에서 제기된 내용을 중심으로 현재 돼지 수급 현황과 해결 방안을 진단해 본다.

심상치 않은 돼지가격 하락세

’18년 평균 돼지 지육 가격은 kg당 4148원(제주지역 제외)으로 전년 4501원 대비 8.5%(353원/kg) 하락했다. 작년 9월말까지 평균 거래 가격이 kg당 4450원으로 예년과 비슷한 수준을 이어가던 돼지가격은 이후 급작스럽게 하락하기 시작해 4천원선이 무너진 채로 지난해를 마감한데 이어 1월 평균거래가격이 3100원(21일 현재)까지 폭락했다.

부위별로는 구제역 백신으로 인한 부정적 정보가 확산되고 있는 목심 그리고 수입 돈육 사용이 높은 후지 부위를 중심으로 가격 하락이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육류유통수출협회가 조사한 1월 첫째주 삼겹과 목심 가격(냉장기준)은 1만1420원, 9660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각각 10.4%, 18.3% 하락했다. 전지와 후지가격은 5680원과 3220원으로 전년대비 17.9%, 26.8% 내렸다.

산지 거래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하태식 한돈협회장은 “돼지 마리당 전년대비 8만 원 이상 가격이 하락했다”고 말했다.

국내산 공급 증가에 수입량 사상 ‘최대’

돼지가격 하락의 원인에 대해선 업계 관계자들 모두 공급량 증가를 지목한다.

지난해 공급된 돼지 총 출하두수는 1735만두로 1672만두가 공급된 2017년에 비해 3.8% 늘었다. 이는 수년간 가격 강세로 인한 모돈수 증가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17년 106만두 수준이었던 모돈 수는 작년말 108만두로 1.9%가 증가하면서 돼지 출하량이 증가한 것이다.

공급량 증가의 결정적 원인은 수입량 증가에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지난해 돈육 수입은 국제가격 안정과 FTA에 의한 관세 하락까지 겹쳐 46만4천톤이라는 사상 초유의 수입기록을 세웠다. 이는 전년대비 무려 25.7%가 증가한 것이다.

수입 돈육업계 한 관계자는 “돈육 수입 물량이 적정 수준을 초과하면서 각 업체들의 냉동창고는 물론 통관 대기 창고까지 물량이 넘쳐 업체들이 앞다퉈 '땡처리'에 나서는 등 과열 경쟁으로 시장이 혼탁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양돈농가에 이어 육가공업계까지 ‘도미노’ 불황

국내산과 외국산 할 것 없는 사상 최대의 돈육 공급 과잉 사태는 돼지 출하 때 마다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양돈농가들은 물론 가격 하락기에 마진이 늘어나는 1차 육가공업계 역시 경영 압박에 시달리는 등 한돈산업 전반에 걸친 도미노 불황으로 이어지고 있다.

싼 값에 원료육을 매입하고 있지만 소비 부진 때문에 민간 기업과 협동조합 할 것 없이 덤핑 처분에 나서면서 적정 마진은커녕 오히려 헐값에 소매에 넘겨야 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양돈조합장협의회에 참석한 이재식 부경양돈농협 조합장은 “돼지가격이 하락하면 농가는 어렵더라도 육가공업계는 하락한 돈가만큼 마진을 높일 수 있어 자금축적의 여력이 생겼지만 소비부진으로 인해 육가공업계 역시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면서 “유통에서 1차 밴더 역할을 하는 육가공업계가 무너질 경우 국내산 돈육의 공급망을 상실할 수 있어 심각한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 1월 14일 도드람양돈농협 회의실에서 열린 긴급 양돈조합장협의회 진행 모습.
지난 1월 14일 도드람양돈농협 회의실에서 열린 긴급 양돈조합장협의회 진행 모습.

할인행사에 모돈도태 카드까지 ‘만지작’

양돈조합장협의회는 더이상의 가격 하락을 막기 위해 자조금 사업을 활용, 양돈농협 7곳이 참여해 체화부위 할인행사와 부산물 할인행사를 실시키로 했다.

여기에 단기 할인행사로는 공급과잉에 따른 가격 하락을 원천적으로 막기 어렵다는 데 동감하면서 정부차원의 수매·비축과 모돈 도태 사업까지 거론됐다.

하지만 세부적인 가격 안정 방안과 관련해선 양돈조합이 처한 상황과 여건이 달라 이견이 많았다.

이영규 도드람양돈농협조합장이 “농협중앙회가 자체 예산을 확보해 체화되고 있는 전·후지 부위에 대해 신속하게 비축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한데 대해 이정배 서울경기양돈조합장은 “수매를 통한 가격 안정은 어렵다. 모돈도태를 통한 장기적인 가격 안정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이제만 대전충남양돈농협조합장은 “2012년 모돈 감축 사업 당시 적극적으로 참여한 조합원들만 피해를 입는 등 돈가 안정을 위해 솔선수범해 나선 농가들이 오히려 피해를 입는 상황이 재연될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수매 비축·생산성 향상으로 두 마리 토끼 잡아야

심각한 공급 과잉과 소비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장·단기 대책을 함께 병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당장에 넘쳐나는 돈육을 시장에서 일부 격리해 가격을 안정시키는 단기대책 그리고 농장단위의 생산비 절감 노력으로 돈육 가격 하락에도 버텨낼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고 이를 통해 수입돈육과의 경쟁력도 함께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돈협회에 따르면 2017년 한돈농가들의 평균 MSY는 17.6두로 이 가운데 16두 미만이 40%를 차지할 정도로 양돈농가들 대부분의 생산성이 열악한 수준이다. 이같은 성적은 MSY가 평균 27두를 넘는 유럽에 비해서는 10두, 유럽에 비해 생산성이 낮은 미국에 비해서도 7두가 낮은 수준이다.

한돈농가들의 평균 MSY는 17.6두로 이 가운데 16두 미만이 40%를 차지하고 있다.
한돈농가들의 평균 MSY는 17.6두로 이 가운데 16두 미만이 40%를 차지하고 있다.

이처럼 낮은 생산성은 돼지가격이 호황을 누릴 경우는 문제가 될 게 없지만 지금처럼 가격이 급작스럽게 폭락할 경우 생산성이 낮은 농가들에겐 '직격탄'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돼지가격 폭락과 관련해 업계에선 '올 것이 왔다'는 반응도 나온다.

수년간 높은 돈육 가격이 유지되면서 생산성을 향상을 위해 이렇다 할 노력 없이 공급과잉이 가속화된 반면, 농가의 생산성은 제자리에 머물면서 품질과 생산성의 경쟁력이 모두 약화되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2015년 17.9두였던 한돈농가의 평균 MSY는 2017년 오히려 17.8두로 하락했다. 한돈팜스 전산 성적에 따르면 2018년은 17.6두까지 하락한 것으로 예측된다.

한돈업계 한 전문가는 "MSY 1두를 올리면 kg당 100원의 지육가격 보전 효과가 있다"면서 "개방이 가속화되는 현실에선 농장의 생산성을 높여 돈육 가격 변화에도 소득을 보전할 수 있는 생산구조를 만드는 것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2015년 17.9두였던 한돈농가의 평균 MSY는 2017년 17.8두로 하락했으며, 2018년은 17.6두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측된다(자료: 한돈팜스).
2015년 17.9두였던 한돈농가의 평균 MSY는 2017년 17.8두로 하락했다. .2018년은 17.6두까지 하락할 것이라는 예측이다(자료: 한돈팜스).

당장의 수급과 가격 안정을 위해선 삼겹살의 냉동 비축 사업 필요성이 제기된다.

육가공업계 한 관계자는 "가공능력이 있는 양돈농협들을 대상으로 삼겹살을 구매·비축할 수 있도록 이차보전 형식을 자금을 지원하고 봄철 가격 상승시 시장에 풀면 전후지 보다 가격 안정 효과가 크게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냉동 삼겹살이 복고열풍으로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데다 냉동기술까지 좋아져 냉장육과 비교해서도 품질과 가격 차가 없어 위험 부담이 적은 데다 최근 리트로(복고)열풍으로 '냉삼(냉동삼겹)수요'가 늘고 있어 소비 둔화기인 지금 수매를 실시했다가 봄철 성수기에 시장에 내다 팔면 단기적인 수급안정에 큰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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