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1)]쌀 생산조정제 ‘1879억’ 도박 성공할까
[기획연재(1)]쌀 생산조정제 ‘1879억’ 도박 성공할까
  • 이은용 기자
  • 승인 2019.01.22 10: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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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식품부·지자체 밀어붙이기식 졸속 추진 많은 문제 야기
지난해와 별반 차이 없는 사업 ‘현장 외면’ 받을 것

[팜인사이트=이은용 기자] 지난해 전북 지역에서 논에 콩을 심은 이 모 씨는 “완전히 망했습니다. 아무런 기술도 없이 정부와 지자체에서 등 떠밀 듯이 쌀 생산조정제에 참여하라는 이야기만 듣고 참여했다가 완전히 쪽박만 찼습니다. 특히 가뭄과 폭염 피해로 콩이 전혀 생산되지 않아 생산비조차 건질 수 없었습니다.”

이 모 씨는 지난해 전북 모 지역에서 논에 콩을 심었지만 가뭄과 폭염 등으로 인해 생산량이 10%에도 미치지 못해 한 해 농사를 망쳤다.

충남 지역에서 논에 콩을 심은 권 모 씨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권 모 씨는 “그냥 정부와 지자체에서 권하더라도 쌀농사를 지었으면 망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정말 억울하고 화가 납니다. 2ha이상에 콩을 심었는데 콩이 논에 적응하지 못하고 기후 영향 등으로 제대로 자라지 못해 농사를 다 망치고 말았습니다. 피해가 이만저만한 게 아닌데 정부와 지자체에서는 모르쇠로 일관 했습니다.”

지난해 피해를 입었던 충남 지역 모습.
지난해 피해를 입었던 충남 지역 모습.

이처럼 지난해 농림축산식품부가 추진한 쌀 생산조정제는 한마디로 졸속으로 진행돼 이로 인해 피해를 입은 농가 수가 상당수 발생했다.

농식품부는 지난해 벼 재배면적 5만㏊를 감소하기 위해 1708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쌀 생산조정제’를 시행했다.

하지만 결과는 농민들의 외면 속에 목표달성에 실패했다. 통계청의 ‘2018 벼 재배면적조사’ 결과, 작년 대비 감소한 재배면적은 1만7000ha로 농식품부가 밝힌 내용(3만7000ha)보다 더 작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농식품부와 지자체 권유로 생산조정제에 참여했던 일부 농가에서 많은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이다. 이런 피해 상황은 시행 직전부터 우려했던 사항이었다.

대부분의 참여 농가들이 아무런 준비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논에 타작물을 심게 됐고, 결과는 처참한 실패로 돌아왔다.

전문가들은 논에 심는 콩 품종이나 재배기술, 기후영향 등 종합적인 고려 사항 없이 무작정 쌀 생산과잉을 줄여 보자는 식으로 밀어붙인 결과 피해를 본 농가가 속출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 농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농식품부가 추진한 쌀 생산조정제는 실패했다는 평가를 더 많이 받고 있다”면서 “특히 아무런 준비 없이 밀어붙인 결과는 참혹했고, 이런 실패 사례를 본 농가들이 논에 타작물을 심으려고 할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쌀값이 현재 80㎏당 19만3000원까지 올라선 상황에서 누가 논에 타작물을 심을지 의구심을 나타내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올해는 작년보다 감축면적이 5만5000ha로 늘었고, 사업예산도 1879억 원으로 늘어난 상태이기 때문에 지난해보다 더 많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한 농업계 전문가는 “쌀 생산조정제가 성공하려면 정부를 비롯해 지자체, 산하 기관, 농협, 농가 모두 혼연일체가 돼 추진해도 될까 말까”이라고 지적하며, “현 상황(지난해와 별반 차이가 나지 않은 모습)에서 당사자인 농민들은 외면할 게 뻔한 상황인데 농식품부가 국민의 혈세인 1879억 원을 투입해 도박을 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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