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2)]‘쌀 생산조정제’에 등 돌린 농심
[기획연재(2)]‘쌀 생산조정제’에 등 돌린 농심
  • 이은용 기자
  • 승인 2019.01.24 00: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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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경연 조사 결과, 농식품부 목표 반도 안 돼
현 방안으로는 참여 안 해…휴경 관심 없어

[팜인사이트=이은용 기자] 농림축산식품부는 국민의 혈세인 1879억 원을 투입해 ‘2019 논 타작물 재배 지원 사업(생산조정제)’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특히 내실 있는 세부 추진 계획 수립을 위해 작년 사업 추진 과정 시 개선이 필요한 사항을 발굴·보완하고 전문가 회의 등을 개최해 현장 의견을 수렴해 문제점을 보완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농식품부가 추진하는 쌀 생산조정제에 비판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표본 농가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는데 대부분의 농민들이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는 부정적인 의견을 개진했다.

농경연이 올해 논 타작물 재배 지원 사업 참여 의향을 조사한 결과(지난해 12월 중순 기준), 작년 이미 참여 면적을 포함한 참여 의향 면적은 2만 6000ha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정부가 추진하려는 5만 5000ha에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조사에 답변한 농가들은 습답지역이어서 물리적으로 타작물 전환이 어렵다는 응답(33.2%)이 가장 많았으며, 타작물 소득이 쌀 소득 보다 낮은 문제(29.2%), 고령화와 노동력 부족(24.0%)도 사업 참여를 저해하는 요인으로 나왔다.

특히 생산조정제에 참여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고려해야 할 정책방안으로는 단가 인상(58.4%)이 가장 우선순위가 높은 것으로 조사됐고, 타작물 재배에 적합한 기반시설·농기계 확충과 타작물 판로 확보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한마디로 지금 농식품부가 추진하는 방식으로는 생산조정제에 참여할 수 없다는 반응이 대부분인 것으로 파악된 것이다.

참여 의향을 밝힌 농민들의 경우 일반작물로의 전환이 33.6%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고, 조사료는 31.7%, 두류는 28.2%, 휴경은 6.5% 순으로 나타났다.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농식품부가 그동안 여러 이유로 반대의 입장을 밝히다가 올해 생산조정제에 포함한 휴경이다. 논에 아무 것도 심지 않고도 보조금을 준다는 것인데 현장에서는 별다른 반응을 나타내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왔다.

농민들이 휴경에 대한 선호가 높지 않은 이유는 토질 악화 우려와 지원단가 등이 주요한 원인인 것으로 조사됐다.

농식품부는 휴경을 할 경우 ha당 280만원을 지원해준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현장에서는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는 모습이다.

한 전남의 쌀전업농은 “지난해 정부 말만 듣고 쌀 생산조정제에 참여했지만 별다른 소득도 없이 손해만 보고 끝났다”면서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고 힘만 들고 손만 많이 가는 생산조정제에 다시는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하게 목소리를 높였다.

충남의 쌀전업농도 “현재 쌀값이 이렇게 좋은 상황에서 누가 쌀농사를 포기하고 논에 타작물을 심을지 의구심이 든다”며 “특히 농민들에게 가장 금기시 되는 것이 휴경이다. 한 번 황폐화된 농지를 다시 살리기 힘들기 때문에 농사를 포기하지 않고는 휴경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농식품부가 국민의 혈세인 1879억 원을 투입해 5만 5000ha 규모를 생산조정을 하겠다고 하지만 현장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과연 정부가 예산낭비 없이 생산조정제에 성공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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