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農담화] 농협 조합장, 그 무한의 욕망
[農담화] 농협 조합장, 그 무한의 욕망
  • 연승우 기자
  • 승인 2018.02.05 17: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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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부터 비상임조합장으로 전환을 하는 농협이 늘고 있다. 농협법에는 자산규모 1500억원 이상이면 상임이사를 선임할 수 있으며 비상임조합장으로 전한이 가능하다. 자산규모가 2500억원이 넘으면 의무적으로 조합장은 비상임직이 된다. 농협법으로 보면 이상할 게 없는 비상임조합장으로 전환이지만 그 속내는 사뭇 다르다.

상임조합장은 연임 제한이 있다. 2009년 농협법이 개정되면서 2차까지만 연임을 제한했다. 즉 3선까지만 연임이 가능한 것. 2009년에 이전에 당선된 조합장들이 2015년 전국 조합장 동시선거에서 연임이 됐다면 3선이 되기 때문에 내년에 치러지는 2019년 전국 조합장 동시선거에는 출마할 수가 없게 된다.

그러나 비상임조합장이 되면 2차 연임이 가능하다. 법률상으로는 상임조합장 3선과 비상임조합장 2선까지 총 5선까지 조합장을 할 수 있다. 즉 20년의 장기집권이 가능하다. 그나마도 비상임조합장은 연임 제한이 없었지만 2015년 농협법 개정에서 2선으로 제한했다.

상임조합장과 비상임조합장의 차이는 출근은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과 비상임조합장은 신용사업에 대해서는 상임이사에게 의결권을 위임하거나 전결 처리해야 하는 차이가 있다. 즉 비상임조합장은 신용사업에서는 권한이 없지만, 경제사업, 지도사업은 똑같은 권한을 갖고 있다.

비상임조합장제도를 둔 이유는 전문성이 필요한 신용사업 등에서는 상임이사를 통해 경영하고 농협 본연의 업무인 경제사업과 지도사업은 대표성을 가진 비상임조합장이 맡아서 조합장의 권한을 분산시키고 조합장은 경제사업에 더 집중하게 만든다는 취지였다.

따라서 비상임조합장이 되면 막대한 권한이 없어져야 하지만 현실에서는 그 권한이 그대로 존치한다. 표준정관을 보면 인사권을 상임이사가 갖는 것으로 보이지만 문구 자체는 모호하다. 조합장이 비상임으로 상임이사를 두는 경우 조합의 직원은 상임이사의 제청에 따라 조합장이 임명한다고 나와 있기 때문이다. 상임이사의 제청권이 과연 얼마까지 효력이 있는지는 법률적 해석이 필요하다.

게다가 비상임조합장이라 해도 이사회와 총회의 의장을 할 수 있다. 의장이 된다는 것은 상임이사의 임명권을 갖고 있다는 것과 같다. 농협법에는 이사회 의결사항에 상임이사의 해임 요구에 관한 사항과 상임이사 소관 업무의 성과평가에 관한 사항이 있기 때문에 상임이사가 비상임조합장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구조다.

비상임조합장이라도 상임조합장과의 차이가 없으므로 내년 조합장 동시선거를 앞두고 4선을 하기 위해 비상임조합장으로 정관을 변경하는 지역농협이 생기고 있다.

비상임조합장으로 정관을 변경하는 과정에서도 무리수가 생긴다. 자산규모가 1500억원이 안 되는 지역농협이 편법으로 자산규모를 늘리는 수법도 쓴다. 친한 조합장들끼리 농협의 예수금을 이용해 예금을 해주는 일도 곳곳에서 일어난다.

전남의 모 농협에서는 정관을 변경하면서 은근슬쩍 비상임조합장 변경을 넣었다가 문제가 되기도 했다.

편법까지 동원해가며 조합의 정관을 바꾸고 4선, 5선을 하고 싶은 조합장들의 무한한 욕망은 조합장이 가진 막강한 권한 때문이다.

협동조합이 일반 기업 혹은 주식회사와 다른 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부분 1인1표제를 말한다. 가장 민주적이어야 하는 협동조합이면서 가장 농민과 농촌을 먼저 생각해야 하는 농협이 조합장을 위한 농협이 되고 있다. 단순히 연임 제한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농민조합원들의 참여, 견제와 감시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농협개혁은 법률개정만 하다가 끝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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