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훼특집] 통계로 보는 화훼산업1
[화훼특집] 통계로 보는 화훼산업1
  • 박현욱 기자
  • 승인 2018.01.17 09: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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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최대 정점 찍고 하향산업으로 전락

들어가기 전 용어설명

절화류 : 장미, 국화, 백합, 카네이션 등 꽃을 잘라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품목
분화류 : 관엽류, 난, 초화류 등을 분에 길러 화분 상태로 판매하기 위한 품목
초화류 : 포트 등 묘를 길러 화단용 묘로 판매하기 위한 품목
구근류 : 백합, 아이리스, 튤립 등 종구 판매 또는 자급 사용을 위한 품목
종자류 : 야생화, 맨드라미 등 종자 판매 또는 자급 사용을 위한 품목
화목류 : 철쭉, 벚나무 등 꽃이 피는 조경수를 판매 목적으로 하는 품목
관상수류 : 동백나무, 단풍나무 등 꽃이 피지 않는 조경수를 판매 목적으로 하는 품목

꽃을 이용한 인류. 꽃은 수십 만년 전부터 인류의 희로애락과 함께했으며 꽃이 가진 특유의 향과 아름다움은 인류 역사에서 늘 인간을 매혹하기에 충분했다. 가까운 과거에도 꽃은 늘 인간의 삶과 동행했다. 동양의 전통 결혼식에는 신부가 꽃가마를 타고 등장했으며 장례식에서조차 꽃상여를 타고 생을 마감하는 문화가 있었다.

고대 이집트에서도 투탕카멘의 관 속에서 발견된 수레국화 꽃다발은 남편을 잃은 어린 왕비가 죽은 이를 애도하며 준비한 최후의 선물로 추측되고 있다. 이처럼 꽃은 동서양을 넘나들며 늘 우리 삶과 함께였다. 우리가 꽃을 보며 품는 충만한 감성은 사실 우리 유전자에 각인되어 있을지 모르겠다. 콘크리트로 뒤덮인 환경에 살면서 꽃을 보며 누리던 작은 사치가 그조차도 누리기 힘든 시대가 되어버렸을까. 이제 국민은 화훼산업에 관심을 두지 않는 각박한 사회가 도래하는지도 모르겠다.

현황. 우울한 김화훼씨의 하루

김화훼(1억5천만살 추정) 씨는 우울하다. 매사 의욕도 없고 한없이 자신이 초라해지고 있어서다. 나름 재산도 모았다고 생각했지만 박한돈, 서한우처럼 잘나가는 청년들을 뒤로하고 최근에는 돈도 벌지 못해 무시당하기 일쑤다. 나이만 꾸역꾸역 먹어서인지 사람들의 관심에서도 차츰 멀어지고 있다. 기재부가 김 씨를 무시한다는 소식에 굉장히 언짢았지만 항변할 기회도 없었다. 재산이 1조가 넘어야 취급을 한다니 원. 2005년만 해도 김 씨는 잘나가던 사람이었다. 나름 돈도 벌고 해외 진출의 선봉장이라는 기대를 한 몸에 받았었다.

그러나 아베노믹스의 영향으로 일본 엔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그가 주로 출장길에 올랐던 일본행은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게다가 계속되는 해외 금융위기가 국민의 뇌리에 박혀서인지 국내에서도 좀처럼 김 씨를 찾지 않는다. 혈액순환의 문제일까. 늘 고질병처럼 따라붙는 깜깜이 유통이라는 인식에서 좀처럼 헤어나오기도 힘들다. 나름 고쳐보려 했지만, 따로 노는 마음과 육체는 늘 역량을 결집하지 못했다.

김 씨를 지지하던 농가들도 이제는 딸기씨나 외국 이름인지 의심되는 파프리카씨에게로 마음을 돌렸단 소식이 간간이 들려온다. 청천벽력. 김 씨의 도플갱어가 수입된다는 소식에 그는 어젯밤에는 잠을 이루지 못했다. 이미 김씨가 해외로 나가 벌어오는 액수보다 수입 화훼가 벌어들이는 금액이 웃돈 지는 한참됐다.

네덜란드와 대만, 중국은 수십년 전부터 김 씨를 화나게 하는 국가들이다. 김씨는 점점 이 나라에서 발 붙이고 사는게 힘들어진다. 기상 여건도 그렇거니와 복지 수준도 꽝이어서다. 네덜란드씨가 엊그제 자신의 재산을 공개하면서(46조원) 드는 자괴감은 김씨를 무던히도 괴롭혔다. 네씨가 보유하고 있는 알스미어 경매장은 매일 8천 송이의 꽃과 200만개의 화분이 유통된단다. 이대로 물러설 것인가.

그나마 다행인 건 나라에서 김 씨를 위해 조만간 5개년 계획을 수립한다는 첩보가 들어왔다. 그도 자구적인 노력은 하고 있다. 부가가치를 올리기 위해 머리 스타일도 바꿔보고 살도 빼고 향수도 뿌려본다. 한가지 희망은 그래도 그를 믿고 지지해주는 농가들이다.

또한, 변함없이 지지해주는 마니아 소비층이 있는 것도 다행스러운 일이다. 오늘 밤 그는 잠들기 힘들 것 같다. 그를 좋아해 주는 소비자들에게 어떤 희망을 줄 수 있을까. 또 정부에서 그를 위해 어떤 정책을 내놓을까. 사치를 부린다는 이미지를 떨쳐버리고 국민 일상생활 속으로 얼른 파고들어야겠다는 생각에 뒤척이는 김 씨다. 긴 밤이다.

경제지표 상징하는 화훼산업의 절정기 ‘2005년’
 
김화훼씨의 일상은 우리나라 화훼산업을 빗대어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서두에 설명한 것처럼 화훼산업의 상황은 자못 심각하다. 1990년대만 해도 화훼산업은 정부에서 꼽는 유망산업 중 하나였다. 1990년대 농가 수는 8945호로 1975년도에 비해 3배 이상 증가했고 1인당 재배면적 역시 크게 늘었으며 1인당 소비액도 1만원대 이상으로 훌쩍 뛰어올랐다.

이 당시 농업부문은 농가의 고령화와 농산물 가격의 불안전성, 시장개방 확대 등 각종 악재에 휩싸였으나 국민의 소득증가와 소비자 기호의 변화 등으로 인해 오히려 화훼산업은 고소득작목으로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 화훼산업은 2005년까지 크게 몸집을 불리며 생산액 1조원를 웃도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산업이 발전하면서 화훼농가의 체질도 변화했다. 정부의 첨단농업 육성을 위한 화훼재배단지 조성사업으로 기존 관상수와 분화류 위주의 산업에서 유리온실 등 시설현대화를 추진하는 과정에 따른 절화류 품목이 대세를 이뤘다. 이른바 3대 절화로 불리는 장미, 국화, 백합 등의 비중이 크게 높아졌다.

그러나 2005년을 기점으로 모든 그래프는 하향 추세가 돌아선다. 채소류 등과 같이 필수재가 아닌 탓에 화훼는 대표적인 사치품으로 국민에게 각인되고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가장 먼저 소비를 줄이는 품목에 이름을 올리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 화훼품종은 다양하지만 화훼 생산을 주도하는 절화와 분화의 경우 특정 품목이 비중이 높다. 절화는 장미, 국화, 백합 비중이 70%에 육박하며 분화류의 경우 난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특정 품목으로 생산이 몰리면 해당 품목의 공급이 과잉이 심화되고 농가들은 경영난에 시달리게 된다. 2005년 이후 품종 다변화를 꾀하지 않았고 2008년 금융위기 등 경제 상황이 악화되자 농가들은 지속적인 경영난에 시달린다. 또 화훼산업은 난방비 등 광열동력비, 종묘비 등이 경영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경제 상황과 유가변동에 큰 영향을 받게 된다.

또한 1990년대 정부의 시설근대화 정책이 시행된 지 20년이 지나면서 2010년 이후로는 시설 노후화가 농가들의 상품성 저하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경영난에 빠진 농가는 폐업을 하거나 파프리카나 딸기 등으로 작목을 전환해 리스크를 줄이는 형태로 탈바꿈하면서 화훼산업은 점차 쪼그라들기 시작한다.

2015년 기준 전체 농가 수는 8328농가로 농가 수가 가장 많았던 2003년에 비해 절반으로 축소됐고 재배면적 또한 2000ha 이상 줄었다. 생산액은 1조원에서 6000억원 규모로 40%가량 감소했으며 1인당 소비액도 2만원대에서 1만3천원대로 크게 주저앉는다.

국내 최대 수입품목은 국화, 수출은 백합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수입하는 품목은 국화다. 2016년도 기준 총 국내 반입량의 34.3%를 국화가 차지하고 있다. 뒤를 이어 동양란(10.5%), 백합(6.5%), 튤립(3.2%)이 뒤를 잇는다. 수입금액으로는 동양란이 단연 1위다. 단가가 높은 탓에 지난해 수입금액은 1926만달러가 수입됐으며 국화, 백합, 카네이션이 뒤를 이었다. 수입은 2010년 이후 지속해서 늘어났다. 90년대만 해도 590만7000달러 였던 수입금액은 2007년 4097만달러로 크게 치솟은 이후 2016년에는 6297만달러로 사상 최대수입량을 기록했다.

수입은 계속 늘어나는 반면 수출은 줄고 있다. 1990년대 144만달러를 기록한 수출실적은 2000년도에 2888만달러로 크게 치솟더니 2010년에는 1억306만달러로 가장 높은 실적을 기록, 최고점을 경신한 이후 점차 감소해 2016년에는 2643만달러로 축소됐다.

이는 우리나라 절화의 주요 수출국인 일본이 고베지진과 후쿠시마 원전사태로 내수가 악화되고 아베총리에 의한 아베노믹스로 양적 완화 정책을 시행하면서 일본 엔화의 가치가 크게 떨어졌기 때문으로 가격 경쟁력을 잃어버린 우리 화훼류는 수출 경쟁국인 동남아와 중국에 자리를 내주고 만다.

우리나라 수출금액은 수입금액보다 월등히 높았으나 2014년을 기점으로 자리를 바꾼 이후 역조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는 일본에 집중된 수출에 의한 것으로 전체 수출시장의 67.7%를 일본에 의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일본 정부는 당분간 긴축정책을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엔화 약세로 수출 먹구름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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