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썰] 먹거리 불신 공화국의 신호탄
[팜썰] 먹거리 불신 공화국의 신호탄
  • 박현욱 기자
  • 승인 2019.03.04 00: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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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인사이트=박현욱 기자] 제대로 된 먹거리를 찾기 참 힘든세상이다. 소비자가 꼼꼼히 따지지 않으면 우리 아이 먹거리 안전에 누수가 발생한다. 하루가 멀다하고 터지는 불량 먹거리 소식에 내 아이 식탁에 대한 엄마들의 더듬이는 늘 곤두서있다.

지난해 계란에서 검출된 살충제 사건은 전 국민을 분노케했고, 최근에는 우유에서 항생제가 검출되거나 장어에서 발암물질이 나왔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과거 고름 우유 파동부터 시작해 대왕 카스텔라의 식용유 과다사용, 벌집 아이스크림에서의 파라핀 검출 등 언론 보도를 보고 있으면 세상 모든 먹거리가 불량식품처럼 보이는 세상이다.

나아가 먹거리 검증 시스템에 대한 불안도 가중되고 있다. 친환경, 동물복지 등 민간 인증기관에 대한 불신이 깊어지면서 값이 비싸도 아이들에게 좋다면 기꺼이 돈을 지불할 의향이 있는 부모들도 우리나라 인증 시스템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던지게 됐다.

우리나라 먹거리 안전 시스템은 정말 문제가 많을까.

재밌는 사실은 우리나라에서 실시하는 각종 먹거리 안전검사는 세계적으로도 손꼽히는 수준이라는 데 있다.

심지어 선진국보다 배 이상으로 안전 검사 횟수가 잦으며 각종 유통 채널별로도 별도의 검사시스템까지 갖추고 있다. 국내 먹거리 안전 시스템은 외국에서도 깐깐하다고 정평이 나 있을 정도다.

그런데도 먹거리에 대한 불안감이 엄습하는 이유는 뭘까.

첫 번째는 우리나라 먹거리 규제가 사후 감시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서다. 식품에 대한 사전 허가나 모니터링, 생산자 교육에 초점을 맞춘 유럽의 경우 먹거리 불량률이 낮은 이유는 이 때문이다.

일례로 살충제 달걀이 문제가 됐을 때 우리나라 정부는 근본 원인에 대한 분석과 처방보다는 사후 검사체계를 확대하고 이를 위반할 시 처벌을 강화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두 번째는 언론의 과장이다. 독자의 흥미를 유발해야 하는 언론 특성상 수사는 원초적이고 원색적으로 사용될 수밖에 없다. 이 같은 보도행태는 사람들에게 공포를 선사하고 공포는 이성적 판단을 마비시킨다.

언론은 산업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대안은 제시하지 못하고 단편적이고 자극적인 사실만 다루면서 사람들의 공포를 증폭시킨다. 아이러니하게도 과장 왜곡 보도는 그만큼 장사도 더 잘된다.

언론이 오보하더라도 한번 부정적 프레임이 씌워진 식품은 재기불능 상태에 빠지며 관련 산업이 궤멸에 빠진 예는 수없이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책임지는 사람은 거의 없다.

세번째는 공무원 집단의 경직성이다. 대다수 공무원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일부는 변화를 두려워한다.

먹거리 안전을 위해서는 혁신적인 제도를 도입해야하거나 산업에 큰 영향을 미칠만큼의 시설이나 산업의 구조를 바꿔야 할 경우가 많은데 큰 변화는 실패를 동반할 가능성이 크다.

공무원 사회에서 한 번 실패는 승진에 큰 영향을 미치며 직급이 높아질수록 변화를 두려워하는 보수적 성향은 더욱 강해질 수밖에 없다.

살충제 달걀 사태 전인 2000년대 이미 달걀 생산 농가들이 먼저 각 지역에 달걀수집기능과 검사기능이 장착된 GP시설을 정부에 요구했지만 실현되지 못한 것은 이런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

국민들의 먹거리는 협상하고 타협하는 문제가 아니다. 문제가 있다면 고쳐야 마땅하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먹거리 안전관리 시스템이 지속된다면 우리가 믿고 먹을 수 있는 먹거리는 몇개나 살아남을지 의문이다.

정부당국의 서슬퍼런 감시 규제 시스템이 항상 나쁜 것은 아니지만 산업을 이해하지 못하는 과도한 칼질은 범법자를 양성하고 선의의 피해자를 발생시킨다. 그래서 정밀하게 문제만 제거할 수 있는 핀셋규제와 산업 생태계가 파괴되지 않는 조화로운 정책이 먹거리 산업에 반드시 필요하다.

지금과 같이 근본적인 처방없이 이루어지는 정부 정책은 결국 생산자와 소비자와의 갈등을 조장하고 우리나라 전체 먹거리에 대한 불만으로 터져나올 가능성이 크다.

먹거리 불신 공화국의 진짜 문제는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