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변해야 산다(1)] 농민이 가장 필요한 것은 ‘판로’…농산물 제대로 팔 수 있으면 ‘만족’
[기획연재-변해야 산다(1)] 농민이 가장 필요한 것은 ‘판로’…농산물 제대로 팔 수 있으면 ‘만족’
  • 이은용 기자
  • 승인 2019.03.05 10:2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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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학계 경제학적 접근 보다 경영학적 접근으로 농민 이해해야
변동직불제 폐지는 ‘결사반대’…예산 확보해 기본소득제 시행해야
지역 기반 농업회의소 설립 찬성하지만 기생충 모이는 농특위 반대
특별인터뷰 | 윤석원 중앙대 명예교수·양양로뎀농원 대표

[팜인사이트=이은용 기자] 본지는 국민 1인당 소득 3만 달러 시대를 맞아 현 농업현실을 진단하고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새롭게 변해야 할 방향을 조망하는 시간을 가진다. 첫 번째 시간으로 윤석원 중앙대 명예교수 겸 양양로뎀농원 대표와 인터뷰를 통해 현 정부의 농정을 평가하고 지속가능한 농업 발전을 위한 대안에 대해 이야기를 듣는 시간을 가졌다.

특히 지난 2016년 안정된 대학이라는 강단을 과감히 포기하고 강원도 양양에서 농부로서 새로운 삶을 살고 있는 윤석원 명예교수에게 현장에서 경험한 농업과 농촌, 농민에게 필요한 정책은 무엇이 있는지 들어봤다.

윤 교수는 현장에서 직접 3년여 간 지켜본 소감과 농민들에게 가장 필요한 농업정책이 뭔지를 신랄하게 이야기해줬으며, 농업·농촌·농민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도 전했다.

-지난 3년간 농사를 지어 본 소회는.

▶ 농사를 짓지 않았을 때 사고와 지금 사고하는 것은 다릅니다. 예전에는 현장에서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제대로 볼 수 없었지만 지금은 직접 농사를 지으면서 농민들의 생각과 느낌을 알 수 있어서 이들이 진정으로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몸소 알 수 있게 됐습니다. 농사를 지으면서 농민들이 얼마나 대단하고 존경스러운 지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예전에는 경제학적 마인드로 농업·농촌·농민을 바라봐 제대로 이해할 수 없었다면 직접 농사를 지으면서 미처 몰랐던 부분들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양양에 내려와 사과농사를 지으면서 많은 것을 깨달았다고 생각합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에서 많은 것을 느꼈나.

▶ 대부분의 정부 관료들이나 학계 관계자들은 농업을 경제학적 관점에서만 바라봐 왔던 게 사실입니다. 근데 현장에 내려와 보니 경제학적 접근도 필요하지만 경영학적 접근이 농민들에게 필요했던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농민들은 자신이 생산한 농산물을 팔기 위한 경영자이기 때문에 경제학적 접근만으로 이들을 보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특히 정부가 추진하는 대부분의 정책들이 얼마나 현장과 괴리가 있는지 느꼈습니다. 예를 들어 현장에서는 당장 A가 필요한대 정부에서는 B를 준비하고 있는 모습에서 그동안 잘못된 관점에서만 접근 했구나 생각했습니다.

-그럼 농민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 농민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자신들이 생산한 농산물을 제대로 된 값에 잘 팔 수 있는 판로를 확보하는 것입니다. 대농 같은 경우는 확실한 거래처가 있어서 문제가 덜하지만 중·소농의 경우는 판로가 없어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저 같은 경우도 SNS 홍보나 지인들을 통해 작년에 생산된 사과 200kg을 팔 수 있었지만 일반 중·소농에게는 굉장히 어려운 일입니다. 일례로 저희 농장에서 생산되는 사과가 톤 단위로 생산된다면 아마도 판로가 없어서 막막하게 될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농민들이 자기가 생산된 물건을 제대로 팔 수 있게 도와야 합니다. 무엇보다 농업기술센터에서 지역별로 농산물 가공센터를 건립해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전국에 10군데 정도 있는데 이를 더 활성화 시켜야 합니다. 중·소농들은 자신이 생산한 과일이나 채소 등 농산물을 즉시 팔 수 있는 길이 없기 때문에 가공하는 시스템 필요합니다. 그래야 가공해 1년 내내 판매할 수 있는 길이 열리기 때문입니다. 가공센터에는 세척기와 선별기, 건조기 등의 기계들이 갖춰져 있기 때문에 중·소농들에게 가장 필요한 곳입니다. 무엇보다 농민들은 생산전문가이기 때문에 이들이 유통 판매 등의 역할을 전부 하지는 못합니다. 정부와 지자체가 이런 역할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 줘야 합니다. 이런 게 직불제 개편이나 기본소득 정책보다 더 시급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또 필요한 정책이 있다면.

▶ 농산물 가공센터 활성화 함께 지역 농산물을 이용할 수 있게 학교급식 시스템도 만들어야 합니다. 또 제대로 된 시스템을 갖춘 로컬푸드매장도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중·소농들에게 신선한 농산물을 제대로 팔 수 있는 곳이 거의 없습니다. 학교급식에 지역의 농산물이 납품되는 경우가 거의 없는 실정이기 때문에 지자체와 교육청 등이 머리를 맞대 지역 농산물이 학교급식에 들어갈 수 있도록 제도로 정착시킨다면 어느 정도 중·소농들에게 도움이 될 것입니다. 로컬푸드매장도 대표적인 성공 사례인 완주처럼 만들어져야 합니다. 기존에 있는 대부분의 로컬푸드매장은 이름만 있는 유명무실한 곳들입니다. 그래서 중·소농들이 이곳에서 자신들의 농산물을 제대로 팔수가 없습니다. 정부가 이런 것들을 시스템화 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나서야 합니다.

-직불제 개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 현재 논의되고 있는 직불제 개편을 들어보니 대략적으로 공익형 직불제로 개편하고, 하후상박 방식으로 중·소농들에게 직불금을 더 주고 대농들은 기존보다 적게 주는 방식으로 개편한다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특히 가장 핵심은 변동직불금을 폐지한다는 것입니다. 정부는 변동직불금 때문에 쌀 과잉생산을 유발시켜 수급불균형이 발생해 시장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논리를 펴고 있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변동직불금이 생산을 유발 시킬 수는 있지만 요인 중 하나일 뿐입니다. 변동직불금 때문에 생산이 과잉된다는 주장은 경제학 원론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주장하는 소리입니다. 생산에 영향을 미치는 게 가격만일까요, 여러 조건이 수없이 많을 것입니다. 변동직불금을 없애고 고정직불금을 좀 더 올린다고 농민들의 삶이 좋아지는 것도 아니고 원하지도 않습니다. 농민들이 원하는 것은 안정적으로 쌀값이 지지되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가 변동직불금을 폐지하는 것보다 쌀값을 안정시킬 수 있는 방안을 찾는데 심혈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예전부터 주장한 얘기인데 어느 일정물량이 초과되면 자동적으로 시장에서 쌀이 격리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든다면 시장에서 가격변동 폭은 크지 않을 것입니다. 시장과 생산자에게 정보를 공유하면 자동적으로 안정적 가격에 쌀값이 형성돼 시장을 안정화 시킬 것입니다. 또 문제는 아무런 경영안정장치도 마련하지 않은 상태에서 변동직불금을 폐지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됩니다. 절대 변동직불금을 폐지해서는 안 됩니다.

-직불제 개편에 대한 뒷이야기는.

▶ 정부에서 변동직불금을 폐지하려는 이유는 다 정치적인 문제 때문입니다. 현재 목표가격을 정부가 아닌 국회에서 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부 입장에서 보면 눈엣 가시로 느껴질 것입니다. 그래서 이번 직불제 개편할 때 핵심적으로 변동직불금을 없애려는 것입니다. 매번 목표가격 때문에 국회에서 발목을 잡아왔던 것들을 상기해보면 이번 기회에 국회 손아귀에서 벗어나겠다는 의지가 강해보입니다. 그런데 이 조차도 정부가 잘못 생각하는 것입니다. 위에서 이야기 했듯이 쌀값만 안정적으로 지지된다면 농민들은 변동직불금 안 받아도 농가소득에 타격을 입지 않습니다. 특히 다른 품목과 달리 쌀은 리스크가 가장 작은 품목이고, 판로가 확실하다는 측면에서 변동직불금을 없앤다고 쌀농사를 안 짓는 농가는 거의 없을 것이라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아무리 정치적으로 없애고 싶다고 해서 정부 마음대로 개편하는 것은 잘못된 것입니다.

-농민기본소득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 농민들의 기본소득은 도시 근로자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으로 생활하기 매우 어려운 상황입니다. 농민의 소득을 안정화 시키는 차원에서라도 적은 액수라도 안정적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제도화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 농식품부를 비롯해 환경부와 행안부 등 정부 전 부처에서 농업과 관련된 보조 사업들이 있기 때문에 여기에서 필요 없는 사업들을 걸러내면 예산확보를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최근 국회 예산처에서 발행한 보조사업 예산이 대략적으로 5조에서 6조 원 가량 되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농가 한 호당 연간 100만원을 지원하게 되면 1조 원의 예산이 드는 만큼 정치권과 농민들이 잘 상의해 적정한 수준에서 기본소득을 정한다면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농촌에서는 대부분 수확기에 목돈이 생기기 때문에 평소 10만원도 굉장히 크게 느껴집니다. 특히 행동경제학에서 느껴지는 만족감은 2.7배에 이르기 때문에 농민들에게 기본소득은 굉장한 행복감과 만족감을 가져다 줄 것으로 보입니다.

-농지문제에 대해 언급할 부분이 있다면.

▶ 농업인들에게 농지를 돌려줘야 합니다. 수도권의 70%에서 80%의 농지는 거의 도시민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특히 농민 50% 정도가 임차농이고 이들이 소유한 농지 대부분이 도시민들이 소유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농지를 늘리고 싶어도 농지를 늘릴 수 없고 귀농을 해서 농사를 짓고 싶은 청년농과 중·장년층들도 땅이 없어서 귀농을 포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제 정부가 나서야 합니다. 농어촌공사에 운영하고 있는 농지은행(5조에서 10조 예산)을 통해 농지를 사들여야 합니다. 이들에게 5년에서 10년의 기간을 주고 농지 매입에 나서면 별다른 부작용 없이 20% 정도는 확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를 다시 필요로 하는 농민이나 귀농인, 청년농에게 제대로 된 농지를 임차해주면 농촌문제 중 가장 큰 문제 하나는 해결되는 것입니다.

-귀농·귀촌을 바라보는 시각은.

▶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방식은 잘못됐습니다. 청년농 중심으로 인프라가 만들어지고 지원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현장에서 주축을 이루고 있는 세대는 50, 60대 이상 세대입니다. 귀농하는 사람 대부분들도 이 세대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에서는 청년농 위주로 지원하고 있고, 인프라가 구성되다보니 곳곳에서 부작용이 생깁니다. 청년농이 들어오는 것은 좋지만 이들이 농촌 현장에서 초심을 잃지 않고 견뎌내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특히 아이들의 교육 문제와 소득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이상 버티기는 어려운 구조입니다. 제가 알고 있는 40대 귀농인 부부도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서 바닷가에서 치킨 장사를 하면서 어렵게 생활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안타깝습니다. 청년농이 와서 성공하면 좋지만 대부분 후계농 아니고서는 성공할 수 없기 때문에 젊은 세대에게 농사를 지으라고 권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정부 관계자들을 만나면 자기 자식들을 농촌에 보낼 자신이 없으면 남의 자식에게 그런 말 하지 말라고 말하곤 합니다. 또한 지금 정부의 정책이 한계가 있기 때문에 보다 합리적이고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정책을 잘 세우고 시행해야 할 것입니다.

-농특위 설치되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 농특위가 설치되는 것은 반대 입장입니다. 또 하나의 어용 집단이 만들어지는 것뿐입니다. 어디서 한자리 찾아볼까 하고 곳곳에서 기생충들이 모이는 구조라고 할까요. 제가 듣기에도 벌써 한자리 차지하려고 이곳저곳에서 사람들이 모이고 있다는 소리를 듣고 있습니다. 농특위가 구성된다고 해서 거기서 나온 정책이 시행될까요. 말만 있고 제대로 된 정책은 나오지도 못할 것입니다. 논의만 하다가 끝날 게 뻔하기 때문에 시간만 낭비하는 꼴입니다. 대통령 의지만 있으면 제대로 된 농정은 농특위가 없어도 시행됩니다. 예전에도 농특위가 있었지만 실패했습니다. 또 다른 기생충만 만드는 꼴이 될 것입니다. 차라리 지역을 중심으로 농업회의소를 만드는 것이 나을 것입니다. 지역에는 농민들의 입장을 제대로 전달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지역에 농업회의소가 생기면 보다 농민 활동도 활발해질 것이고, 지역정책에 의견들이 반영될 여지가 클 것입니다. 그렇다고 중앙단위의 농업회의소가 설립되는 것은 반대합니다. 이 또한 어용기관으로 탈바꿈할 여지가 크기 때문입니다. 어용기관은 기생충만 양성하고 농업·농촌·농민 발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만들어져서는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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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종 2023-07-14 08:18:23
귀농을 고민하고 있는 37살 가장입니다. 많은 도움 받고 갑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