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훼특집] 화훼산업 위기 원인과 대응방안2
[화훼특집] 화훼산업 위기 원인과 대응방안2
  • 김재민 기자
  • 승인 2018.01.29 11: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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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훼산업진흥법 제정으로 화훼산업 위기 극복

꽃을 즐기는 문화의 실종

장기간의 경기침체는 소비자들의 소비성향을 바꾸어 놓았다. 소비자들은 현재의 소득 그리고 미래에 벌어들일 수입의 불확실성을 걱정하게 되고, 최대한 지출을 줄이고 이른바 합리적 소비성향을 보이게 된다.

합리적 소비성향이란 자신의 수입 그리고 구매할 상품의 가격과 해당 상품을 구매했을 때의 효용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 보고 상품을 구매한다는 것이다. 최근 한 언론에서 “냉장고파기”라는 말이 등장했다. “냉장고파기”란 조금씩 남았던 식재료를 생각 없이 냉동실에 넣어 두었는데 식비를 아끼기 위해 예전 같으면 장기간 보관하다가 버렸을 냉동실 속의 자투리 식재료를 알뜰하게 이용한다는 데서 만들어진 신조어다.

2015년 트렌드 코리아(김난도)에서도 소비자들의 경기침체에 가성비 중심의 쇼핑형태를 보인다고 지적한 바 있다. 화초를 키우고, 꽃꽂이하는 것이 취미 생활로 인기를 누렸던 때가 있었다. 지금도 꽃꽂이 교실이 있고, 가끔 꽃꽂이를 취미로 한다는 연예인 관련 기사가 나오기도 하지만, 예전과 같은 인기를 누리지 못하는 듯하다.

꽃꽂이는 예술 활동으로 여겨지며 많은 여성이 취미로 즐겼으나 요즘은 맞벌이가 늘고 처분할 수 있는 소득이 줄면서 그런 분위기를 감지해 내기가 힘들다. 개신교회도 오랫동안 성전 재단을 꽃으로 꾸며왔는데 2000년대 중반부터 개신교회가 쇠퇴하고 교인이 줄어들면서 재단을 꽃으로 장식하는 문화 또한 사라지는 추세다.

화초를 키우고 꽃꽂이와 같은 취미 활동이 줄고, 꽃을 활용하는 문화가 사라져 가는 것을 경기침체와 합리적 소비 활동 때문이라며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 이야기할 수 있지만, 화훼업계가 눈여겨봐야 할 통계가 있다.

졸업식 때마다 학교앞에 생기는 꽃노점상.
졸업식 때마다 학교앞에 생기는 꽃노점상.

바로 애완동물 관련 산업의 급성장이다. 요즘 지상파방송 3사뿐만 아니라 종편까지 애완동물 관련 TV프로그램을 편성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는데, 개와 고양이 등을 키우는 인구가 증가하고, 애완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는 사람들이 늘었다는 증거다.

이 같은 반려동물을 취미로 키우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미디어마다 애완동물과 관련된 정보를 쏟아내고 있다. 관련 용품의 매출도 꾸준히 늘고 있는데, 통계청의 가계수지 관련 통계자료를 살펴보면, 애완동물을 위해 지출하는 비용이 2011년 월 2000원을 돌파했고, 4년만인 2015년에는 3000원을 돌파한다.

이와 대비되게 화훼관련용품의 지출금액은 이보다 앞선 2004년 2000원을 돌파했지만 2000원대에서 정체하다 2012년 2962원으로 정점을 찍은 후 하락하기 시작해, 2015년에는 애완동물 관련 지출액보다 낮아졌다.

이를 두고 화훼업계 한 종사자는 TV에 애완동물 관련 프로그램이 나오고, 애완동물 관련 방송국도 있는데 화훼와 관련해서는 미디어가 도통 관심을 두지 않는다며 한탄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미디어의 속성을 잘 모르는 이야기로 반려동물 관련 방송을 좋아하는 시청자들이 많다는 것이고, 시청자가 많다는 것은 광고주들이 제작을 지원할 수 있는 유인이 만들어졌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이러한 미디어를 든든히 지원하는 또 하나의 축은 반려동물용 사료 제조업체들로 대부분이 산업용 동물 사료를 생산하는 업체들인데 산업용 동물(가축)을 사육하는 축산농가들은 배합 사료의 가격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과 달리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은 가격보다 품질이나 브랜드를 중시 여겨 부가가치가 더 높은 상황이다.

애완동물용 사료의 부가가치가 높으므로 업체들이 미디어에 큰손 역할을 하면서 다시 애완동물에 대한 관심도는 더 높아지고 있다. 여기서 시사점은 화훼산업이 경기침체의 직격탄을 맞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도 맞지만 한편으로는 반려동물산업의 급성장을 볼 때, 기회가 없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경기가 침체해 합리적 소비를 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자신만을 위한 작은 사치에도 지출을 계속한다는 것이다. 맛있는 음식을 사서 먹고 시간을 쪼개어 여행도 가고, 작은 액세서리를 사기도 한다.

경기침체만을 탓하고, 잘못된 유통시장만을 탓할 게 아니라 애완동물에 관한 관심이 높아진 것처럼 다시 우리 꽃과 화초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 수만 있다면 기회는 다시 찾아올 수 있다

화훼 및 애완동물 관련 물품구매액
화훼 및 애완동물 관련 물품구매액

축산단체 자조금 조성으로 앞서나갔다

서두에서 이야기했듯이 1990년대 미래 소득 작목으로 지목됐던 축산과 화훼산업이 20여년 만에 위치가 완전히 달라진 것은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호황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시장개방으로 어려움에 부닥친 농가들을 돕기 위해 규모화, 시설현대화, 농가조직화, 유통구조개선사업 등 우리 농업과 농촌 그리고 농민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많은 예산을 쏟아 부었는데, 축산업계는 시장개방에 맞서 이러한 지원사업과 함께 자조금에 정부가 관심을 가져 달라고 줄기차게 요구했다.

1992년 양계와 양돈업계가 임의자조금을 도입했고, 축산자조금 사업의 성공모델이 된 낙농자조금사업이 1998년 시작이 된다. 자조금사업은 농민들이 일정한 금액을 축산물 판매금액에서 떼어 모으면 정부가 농가들이 거출한 금액만큼 매칭해서 펀드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이렇게 모은 자조금은 소비촉진과 연구사업, 농가 교육에 쓰였는데, 그중에서 단기적으로는 각종 미디어를 활용한 소비촉진사업이 큰 성과를 내게 된다. 이후 축산자조금법이 제정되어 자조금 거출이 의무화됐고, 지금은 한우, 한돈, 낙농, 육계, 오리, 계란 등의 품목에서 자조금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축산자조금 단체들이 연간 운용하는 기금 규모도 매해 커져 현재 500억원을 훌쩍 뛰어넘은 상황이다. 축산업계는 이러한 기금이 축적되면서 수입축산물에 대응해 공격적인 우리 축산물 홍보사업을 펼칠 수 있었고, 산업 발전을 위한 논리를 만들고, 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나 공격에 대해 능동적으로 대응이 가능해졌다.

화훼업계도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화훼업계가 호황을 누렸던 2005년을 전후해 축산단체들은 법적 근거가 미약했던 임의자조금 사업을 종료하고, 의무자조금으로 전환하던 시기였는데 이때 화훼업계도 자조금을 만드는 작업에 들어갔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현재 화훼업계가 직면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한두 가지 처방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앞에서 지적한 여러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제도가 만들어지고 다양한 방법으로 소비자들의 마음을 노크해야 하는데 이를 위한 자본 조달 방법이 없어 정부만을 바라보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김영란법 시행 이후 화훼업계는 정부에 대책과 지원을 계속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부도 화훼산업을 위한 대책을 준비하고 있지만 설사 지원이 결정된다 하더라도 그 용도는 매우 제한적이며 일시적 지원에 그칠 수밖에 없다.

화훼산업을 다시 부흥시키기 위해서는 광고와 같이 큰돈이 들 어가는 사업도 있지만, 관료조직이 챙기지 못하는 세세한 분야가 너무 많아 정부의 시혜적 지원으로는 지속적인 투자는 불가능하다.

결국, 화훼업계에 필요한 조치는 정부가 일시적으로 재정을 지출하는 방식이 아닌 화훼단체 스스로 재정을 창출하도록 돕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양한 품목으로 쪼개져 있는 화훼업계가 축산단체들이 했던 것처럼 산업의 구심점을 만들고 십시일반 기금을 조성하는 일에 앞장서야 한다.

시장이 활짝 개방된 만큼 자조금 조성 대상자를 국내 화훼농가로 한정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화훼류 수입업자, 유통업자, 그리고 종묘와 종자업체까지 참여시켜 조성할 수 있는 펀드의 규모를 최대한 키워내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일단은 돈을 모으는 방법을 고민하고 집행과정에 효율성을 높이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특히 화훼산업의 규모를 봤을 때, 분화나 절화 또는 국화, 백합, 장미같이 품목별로 자조금을 거출해 사용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화훼산업으로 묶을 수 있는 모든 단체와 농민들이 참여해 화훼만의 단일 자조금이 되어도 산업의 규모와 구조상 10~20억원을 거출하는 것도 힘에 부칠 것으로 보이며, 여기에 정부의 매칭펀드가 더해진다 하더라도 전체 연간 사용 가능한 기금의 규모는 40억원을 넘기 힘들어 보인다. 돈이 모여지면 쓰는 방법은 차차 고민해도 된다. 아니 쓸 곳이 너무 많고 방법도 여러 가지이기 때문에 그런 고민은 나중에 해도 충분하다.

화훼산업 지원기관의 필요성

축산물은 크게 고기, 젖, 알이라는 품목으로 구분할 수 있다. 화훼류가 절화와 분화로 나누는 것처럼 말이다. 1990년대 시장개방이 결정된 이후 축산업계는 각종 특별법과 축 산업 지원기관을 만들게 되는데, 대표적 기관이 낙농진흥회와 축산물품질관리원이다.

이들 기관은 애초에 설립목적은 지금과는 판이하게 다른데, 낙농진흥회는 집유 일원화를 통한 유통구조 개선을 위해 설립이 됐고, 축산물품질관리원은 축산물등급판정소라 하여 소와 돼지의 등급을 부여하는 업무가 주된 설립목적이었다.

이후 이 단체들의 역할은 점점 커지는데 양 기관 모두 축산물의 거래 규격을 제정하고, 낙농진흥회는 원유의 가격 결정과 낙농제도를 수립하는 역할 그리고 집유 과정에서 쏟아져 나오는 정보를 활용해 각종 낙농통계서비스를 개발해 업계에 제공하고 있다. 평가원도 등급판정 과정에서 쏟아져 나오는 정보를 취합해 통계 서비스를 하고 있고, 소와 돼지의 이력추적사업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여러 제도의 수립, 규격의 마련, 통계정보 제공 등의 역할과 기능은 산업의 발전에 크게 이바지했는데, 화훼산업도 이와 마찬가지로 산업의 발전을 견인하기 위한 공공기관의 설립이 필요해 보인다. 불투명한 화훼유통구조 개선, 화훼 관련 통계 등 종합정보 제공, 화훼 관련 제도의 수립 등 할 일은 산적해 있다.

현재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내에 화훼사업센터가 일부 기능을 담당하고 있는데, 낙농진흥회 설립의 법적 기반이 되는 낙농진흥법과 같은 (가칭)화훼산업진흥법을 제정해 관련 기능을 수행할 기관의 설립근거를 마련한다면, 정부 예산 또한 편성될 수 있어 화훼 자조금과 함께 화훼산업 발전에 크게 이바지를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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