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변해야 산다(2)]이제는 쌀 산업 아니라 곡물산업으로 변모해야
[기획연재-변해야 산다(2)]이제는 쌀 산업 아니라 곡물산업으로 변모해야
  • 이은용 기자
  • 승인 2019.03.08 13: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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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정책 백미 위주에서 ‘전체 곡물’로 바꿔야
더 이상 쌀만 생각하는 사고에서 벗어나야 성공
경쟁력 갖추면 곡물산업 미래 산업으로 우뚝 설 것
특별인터뷰-(주)라이스텍 정종성 대표(경제학 박사)

[팜인사이트=이은용 기자] 우리나라의 주식은 쌀이다. 2018년 기준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쌀을 소비하는 양은 61kg으로 나왔다. 이를 하루 소비량으로 따지면 1.5 공기 정도 먹는 양이다.

다양한 먹거리 증가와 소비자들의 트렌드 변화로 인해 쌀 소비량은 계속해서 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특히 2025년 이후에는 50kg도 붕괴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어 더 이상 우리나라 주식이 쌀이 아닌 시대가 도래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소비자 트렌드와 시대적 환경이 급변하고 있는 상황인데 여전히 쌀에 대한 가치, 생각이 변하지 않고 예전의 방식과 가치를 고집하는 모습을 여러 곳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쌀을 생산하는 농민이나 정부의 쌀 정책을 보더라도 시대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너무나 동 떨어지는 부분이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결국 변화에 둔감하다 보니 쌀 산업은 정체되고 쌀이 가진 가치까지 떨어져 어느 순간부터는 국민의 세금만 축내는 천덕꾸러기라는 소리까지 듣게 됐다.

1970년대와 1980년대만 하더라도 쌀은 우리 국민들에게 가장 귀한 식량자원이었고, 가장 값어치가 높았던 우리의 주식이었지만 2000년대 이후부터 쌀이 가진 가치와 환경 등 여러 가지가 변하면서 이제는 추억 속에만 아련히 기억만 남게 됐다.

이런 시대적 변화에 따라 일부 농가를 중심으로 이제는 변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부 정책도 더 이상 탁상행정이 아닌 시대의 변화에 맞는 국민이 원하는 가치에 맞는 정책을 만들기 위해 변화하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지만 아직까지 만족스러운 성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변해야 산다. 3만 달러 시대 소비자가 원하고 시대 흐름에 걸 맞는 쌀 산업으로 탈바꿈하기 위해서 어떠한 변화가 필수 조건일 지에 대해 쌀 산업을 선도하고 있는 (주)라이스텍 정종성 대표(경제학 박사)에게 전반적인 이야기를 들어 봤다.

-올해 먹거리 소비 트렌드 변화를 예측한다면.

‣그동안 10대와 20대인 N포 세대를 중심으로 끼니를 때워야겠다는 생각 때문에 빠르고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간편식 제품들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40대 이후 세대에서는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나를 만족시킬 수 있는 먹거리를 찾고 있는 모습을 많이 봅니다. 특히 젊은 세대가 즐겨 먹었던 자극적인 맛이 아닌 무설탕, 무첨가 등 자극적이지 않고 건강함을 추구하는 식품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는 경향이 두드려지게 보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간편식 시장 규모는 계속해서 커질 것이지만 이에 못지않게 40대 이후 세대를 위한 건강식 시장도 커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왜냐면 리얼푸드라고 해서 방송 프로그램 등에서 건강식이 소개되면 바로 구매해서 사 먹는 패턴이 지난 2015년 이후부터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홈쇼핑이나 대형마트에서도 소비자들의 이런 패턴을 읽고 바로 판매에 들어가 먹거리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제품들이 각광을 받을지.

‣성인용 대용식이 각광을 받을 것입니다. 저희 회사에서도 셰이크 제품을 내놓고 있습니다. 셰이크 제품이라고 해서 생소한 게 아니라 예전에 많이 먹었던 미숫가루나 선식을 생각하면 됩니다. 이런 제품을 지금의 트렌드에 맞게 만든 제품이 셰이크입니다. 슈퍼곡물의 대명사인 귀리로 만든 제품이어서 건강을 생각하는 소비자들에게 아침 대용식으로 가장 적합한 한 끼가 됩니다. 자연 그대로의 맛을 내기 위해 무설탕, 무첨가를 원칙으로 제품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으며, 오트밀 후레이크 등도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많은 제품입니다. 앞으로 아침용 대용식이나 브런치 대용, 더 나아가 점심 대용식 시장은 확대될 것이고, 간편 유동식 제품들이 인기를 끌 것입니다.

-그렇다면 쌀은 어떤 방향으로 변해야 되나.

‣전통적인 식문화는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일본의 쌀 소비량이 54kg인데 우리나라도 이 정도까지는 내려갈 것으로 봅니다. 그렇다고 해서 예전부터 유지해오던 식문화가 사라지지 않고 공유세대인 젊은 층과 소유세대인 40대 이후 세대가 적정선에서 건강한 밥상 문화는 유지될 것입니다. 하지만 예전처럼 쌀이 중심이 되고 밥이 중심이 되는 트렌드는 보기 힘들 것입니다. 쌀 시장 규모는 점차 줄어들 것이고, 이를 특수미, 영양곡 등이 대체해 나갈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이제는 쌀 산업이 아니라 곡물산업으로 변모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쌀만으로 소비자에게 다가갈 수 없습니다. 이미 2000년대 이후부터 변화는 시작됐고, 점점 쌀 소비는 감소하는 대신 곡물 소비는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제는 쌀과 곡물을 동일시 생각하고 정책도 쌀 정책이 아닌 곡물 정책으로 전환돼야 합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변해야 되는지.

‣요즘 전 세계 소비자들의 트렌드는 건강입니다. 그래서 슈퍼 푸드가 유행하고 있는 것입니다. 예전에는 쌀이 우등재였다면 곡물은 열등재였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런 관계가 아닙니다. 쌀과 곡물이 서로 보완하는 관계로 소비자들의 인식이 바뀌고 있고, 소비패턴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하나의 예로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높은 햇반의 경우도 백미 위주에서 지금은 곡물과 섞어서 판매하는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는 만큼 시대가 변하고 있습니다. 쌀 하나만의 시장은 끝났습니다. 전체 곡물 시장 안에서 쌀의 가치를 봐야 할 때입니다. 그렇기 위해서 정부의 정책도 백미 위주의 정책에서 전체 곡물시장을 생각하는 정책으로 변해야 합니다. 쌀에 편중된 예산을 곡물 쪽에도 골고루 분배해야 곡물시장이 더욱 발전할 수 있습니다. 지금은 너무 편향돼 있다 보니 곡물 농사를 지으려는 농민들이 거의 없는 지경입니다. 이런 부분의 변화부터 시도해야 합니다.

-농민들의 인식 전환도 중요한데.

‣근본적으로 농민들의 인식을 바꾸게 하기 위해서는 정책적인 뒷받침이 이뤄져야 합니다. 정책 변화가 없이는 농민들의 인식을 전환하기는 어렵습니다. 특히 중·소농들을 위한 정책은 보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농촌은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고, 대부분이 중·소농들입니다. 그런데 정책은 대농에 비해 차별받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상대적 박탈감을 크게 느끼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책 보완이 시급히 이뤄져야 합니다. 이와 함께 마을공동체사업을 보다 활성화시키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을공동체사업이 활성화되면 농민들이 가장 원하는 지역 순환농업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지역 자체에서 지속 가능한 영농 활성화가 된다면 농민들도 자발적으로 인식의 전환을 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이 시스템이 잘 정착되고 돌아갈 수 있게 정부와 지자체에서 많은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하고픈 말씀이 있다면.

‣더 이상 쌀만 생각하는 사고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필리핀의 경우도 일방적인 쌀 정책으로 인해 몰락한 바 있다는 것을 상기해야 합니다. 한가지 분야에만 집중하는 것은 시대 흐름에 맞지 않습니다. 쌀 산업 정책을 곡물정책으로 전환하고 소통한다면 쌀농사만 짓던 농민들도 자기에게 맞는 곡물을 생산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고, 이는 자연스럽게 곡물자급률 상승으로 이어지게 될 것입니다. 곡물은 쌀을 보완해 미래를 책임질 우리의 소중한 먹거리가 될 것입니다. 특히 쌀과 더불어 소중한 영양곡이자 건강함을 주는 주식이 될 것입니다. 이런 변화에 적응된다면 분명 우리의 곡물산업(쌀 포함)은 글로벌 경쟁력도 갖출 것이고 더욱 지속 가능한 미래 산업으로 우뚝 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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