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 선생에게 붙이는 주석 ②] 한우는 일본 화우의 아류인가?
[맛 선생에게 붙이는 주석 ②] 한우는 일본 화우의 아류인가?
  • 김재민
  • 승인 2019.04.09 00: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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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 산업화 정책을 중심으로

[맛 선생에게 붙이는 주석]은 주류 언론에 식품이나 농업관련 글을 쓰는 칼럼리스트들의 글과 발언 중 잘못된 부분을 교정하고 대중에게 올바른 지식을 전달하고자 만들어진 코너다.

두 번째 주제는 한우의 산업화 정책이다. 1990년대 우리 축산업계는 경운기와 트랙터 보급 확대로 한우를 농우에서 비육우로 전환해야 하는 정책 전환의 시기에 직면해 있었다.

한우를 농우로 사용하던 시절에는 축산정책의 핵심은 한우를 고기로 이용하는 것을 억제하고 대신 돼지고기와 닭고기를 소비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골자였다.

더 이상 한우가 농우로써 가치를 잃어가면서 농촌경제의 중요한 축이었던 한우의 가치는 하락할 수 밖에 없었는데, 한우의 가치(가격)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전 보다 한우고기에 대한 수요를 높여야 하는 숙제가 던져졌다.

한우의 가치를 높이는 방법은 두가지 선택지가 있었다. 왜소했던 한우의 덩치를 키워 한우 한 마리에서 나오는 고기양을 최대한 늘리는 방법이었다. 두 번째는 한우고기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방식으로 미국과 일본처럼 쇠고기를 스테이크와 같은 구이용 고기로 활용할 있도록 풍미와 연도를 증가시키는 방법이었다.

 

반값 농기계 산업 한우 산업화를 촉진하다

1990년대 김영삼 정부는 반값 농기계 보급 사업을 시행한다. 200~300만원 하던 경운기를 100만 원대에 공급하면서 한우의 축력에 의존해 농사를 짓던 농민들까지 한우를 팔아 버리고 경운기를 구매하기 시작했다. 이제 한우는 과거처럼 농우로 활용가치를 상실하면서 비육우로의 용도 전환이 급속히 이뤄지게 된다.

축산업계와 정부는 경제발전과 국민소득 향상 등을 고려할 때 육량중심의 쇠고기 보다는 스테이크나 로스구이처럼 부가가치가 높은 상품으로 한우를 소비시키는 고급화 전략을 채택한다. 고급화 전략은 연도와 마블링 스코어를 높일 수 있도록 육종, 사양방법, 사육기간 등 전면적인 한우 사육방식의 대 변화가 필요했고 이를 견인하기 위해 여러 산업정책을 도입한다.

황교익이 저주하다 시피 하는 마블링 중심의 한우품질정책이 이때 만들어진 것이다.

쇠고기의 등급판정사업이 의무화 되고, 쇠고기를 판매할 때 등급을 표시해 팔도록 하였다. 이러한 제도가 만들어져 시행됐다 해서 쇠고기의 소비 방법이 변화하고, 농가들의 사육방식이 하루아침에 바뀌지는 않았다.

 

한우 고급화를 위한 마중물

고급화를 위한 연구가 진행되고 고급화를 위한 여러 사양방법이 제시됐지만 이를 수용하도록 만든 것은 정부의 장려금 정책이 주효했다. 한우 수소에 대한 거세 장려금이 지급되고, 뒤이어 1등급 이상 쇠고기를 생산한 농가에 보조금을 주는 고급육 장려금 제도가 도입이 된다.

이 두 인센티브제가 시행되면서 농가들은 과거처럼 고기양이 많은 황소를 키워 출하할지 사육기간이 오래 걸리고 사육비용이 증가하지만 고급육 생산에 투자할지 고민하기 시작했고, 정부와 지도자들이 권유하는 고급육 생산에 뛰어 들게 된다. 당시 정부관계자와 축산지도자들은 고급육생산이 시장개방을 이기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설파하고 있었다.

1등급 이상 출현율은 눈에 띄게 늘어나기 시작했고, 1등급 이상 하이마블의 쇠고기를 맛본 소비자들이 재구매가 이어지면서 한우숯불구이식당이 우후죽순 생겨나기 시작한다. 2003년 이후에는 정부의 보조금 없이도 시장에서의 지불의사 만으로 고급육 생산이 가능한 수준으로 가격이 상승했다. 한우가격은 고급육 생산을 위한 거세, 장기사육에 따른 생산비 인상분을 충족하고도 남는 수준으로 상승하면서 고급육장려금, 거세장려금 등의 보조사업이 종료되게 된다.

 

한우품질고급화 전략은 실패했다?

2011년 구제역과 공급 과잉 등으로 가격이 하락해 농가들이 4년간 손실을 보기도 했지만 2015년~2019년 현재까지 사상 최고가를 연일 경신하며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2011년~2014년의 가격 하락은 한우품질전략의 실패라기보다는 수급관리의 실패다. 2008년~2009년 이명박 정부가 한우산업의 성장을 너무 낙관해 공급관리에 손을 놓으면서 일어난 일이지 한우를 하이마블링 시장으로 전환하며 늘어난 생산비로 인한 손실이 아니라는 것이다.

황교익은 생산비가 과도하게 증가해 한우고급육 전략은 실패했다고 선언했지만 사육기간 연장으로 들어가는 약 50~70만원 정도의 투자는 농가에게 100만원 이상의 추가 소득을 보장했기에 실패한 전략이라는 황교익의 주장은 설득력을 잃는다.

 

한우 벤치마킹한 일본 화우산업의 아류?

우리 한우산업의 품질전략은 일본과 미국의 전략을 벤치마킹한 것은 사실이다.

황교익은 이를 근거로 한우는 결국 일본 화우의 아류밖에 되지 못하기 때문에 다른 품질전략을 채택했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벤치마킹했다고 전부 아류는 아니다. 우리나라는 일본의 선박, 자동차, 가전, 반도체 기술을 일본으로부터 기술제휴나 로열티 지급 등을 통해 전수받아 발전시켰다. 이 같은 사실을 근거로 우리 선박, 자동차, 가전, IT산업이 일본의 아류라며 자학하거나 고민하지 않는다. 당시의 판단이 잘못됐다거나 우리 상황에 맞는 다른 산업을 육성했어야 했다는 등의 자성의 목소리도 없다.

우리 한우산업도 한우라는 고유품종을 어떻게 하면 보존하면서 산업화할 것인가를 두고 1980년대 그리고 1990년대 수많은 학자와 연구자, 공직자, 축산업계가 치열히 고민하고 또 논쟁하며 산업화 전략이 만들었고, 이를 차질 없이 실천한 끝에 현재에 와 있게 되었다.

현재의 한우산업에 대한 농가들의 자부심은 대단하다. 시장개방으로 곧 사라질 줄 알았던 우리 한우, 왜소했던 우리 한우가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뒤지지 않는 맛있는 쇠고기로 변모했기 때문이다. 또 소량이나마 홍콩으로 수출되고 있는 한우고기가 일본의 화우보다 비싸게 판매되고 있는 현실도 우리 한우의 우수성을 증명해 주는 것이라 이야기 하는 이들도 있다.

 

황교익 한우산업에 대한 평가 매우 박해

황교익의 한우산업에 대한 평가는 이런 일반적 인식과는 거리가 매우 멀고 박하다.

한우가 잘못된 품질 전략을 선택하면서 생산비가 높아져 가격만 비싸졌고, 농가도 소비자도 모두 피해를 보고 있다거나, 일본 화우의 아류로 밖에 남을 수밖에 없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거나 이런 말로 우리 한우산업을 깎아 내리기에 급급하다.

마블링 없이도 적당히 숙성만 하면 부드러운 식감을 즐길 수 있고 수입쇠고기와 경쟁이 가능한데 무엇하러 마블링을 고집하느냐는 것이다. 일본의 화우가 마블링으로 세계에서 인정받는 것을 보고 따라갈 수 없는 경지의 화우를 우리는 따라가고 있다고 비판한다.

그러면서 일본의 화우는 일본 특유의 국가 브랜드가 묻어 있어 특별하고, 일본의 화우는 미국의 앵거스와 같이 유명한 비육전용우로 소문이 나 있다며 한우는 그런 수준에 미치지 못하니 다른 미식포인트를 잡아야 한다는 주장을 내 놓는다.
 

페이스북 캡쳐
페이스북 캡쳐

 

알쓸신잡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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