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쌀 등 식량 종자 국가 역할 포기
일본, 쌀 등 식량 종자 국가 역할 포기
  • 연승우 기자
  • 승인 2018.02.21 16: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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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4월부터 주요농작물종자법 폐지
다국적 종자기업 진출 우려

2018년 4월부터 일본의 종자법이 폐지된다. 일본의 종자법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쌀, 보리, 콩 등의 주요 식량 작물의 종자에 대한 개량과 보급의 역할을 국가가 책임지도록 한 법률이다. 그러나 이 법률의 폐지로 인해 식량 작물에 대한 다국적 기업이 진입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에서는 옥수수와 감자 품종에 대해서는 정부 보급종에서 2012년에 제외했다.

# 일본의 종자법에 관해

일본 종자법의 정식명칭은 주요농작물종자법(主要農作物種子法)이다. 일본 위키백과에 따르면 종자법은 주요 농작물의 우량 종자 생산과 보급을 촉진하기 위해 종자 생산에 대해서 포장 심사 및 기타 조치를 하는 것을 목적으로 제정된 법률이다.

1952년 5월에 제정한 종자법은 쌀과 콩, 보리 등 주요 작물의 우량 종자를 안정적으로 생산하고 보급하는 것을 ‘국가가 해야 할 역할’로 정하고 있는 법률이다. 이에 따라 일본의 지방자치단체는 보급해야 우량 품종(장려 품종)를 선정하고 그 원종과 원종·일반 종자의 생산과 안정적인 공급을 하고 있다.

일본의 종자법은 품종보호와는 차원이 다르다. 이는 민간에서 개발한 품종을 보호하기 위한 법률이 아니라 국가가 주식인 쌀, 콩, 보리 등 식량작물의 종자를 생산해서 보급하도록 한 법률이기 때문이다.

한국에도 1962년에 주요농작물종자법이 제정됐다. 당시 제정 이유나 내용이 일본의 법률과 유사했다. 그러나 한국은 1997년 주요농작물종자법과 종묘관리법을 종자산업법 하나로 통합했다. 당시 농식품부는 종자산업법을 제정하면서 종자관리체계를 일원화하고, 세계무역기구 무역관련지적재산권협정의 이행과 관련된 식물 신품종 육성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품종보호제도를 도입했다. 이와 함께 각종 규제를 완화해 민간에서의 종자산업 진출을 꾀했다.

# 어떤 영향이 생기나?

일본의 주요농작물종자법은 쌀, 콩, 보리 등의 식량 종자를 국가와 지자체에서 보급하는 일이었기에 정부 기관에서 개발한 쌀 품종을 저렴하게 구매해 농사를 지을 수 있었다. 한국에서도 매년 봄이 되면 국립종자원에서 식량 보급종을 지자체를 통해 농가에게 보급하고 있다. 그러나 2012년부터 감자와 옥수수를 보급품종에서 제외하는 '감자·옥수수 정부보급종 지자체 이양계획'을 확정해 시행하면서 감자는 강원도로 옥수수는 충청북도에서 보급하고 있다.

일본에서 가장 우려하는 사안은 다국적 기업의 식량 종자를 사용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일본의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일본 종자법에 따라 일본의 지자체가 지역에 맞는 양질의 종자를 농가에 보급할 수 있게 농업 시험장 운영과 보급비 등 각종 비용을 국가가 책임지고 해왔지만, 앞으로는 민간에서 종자 보급을 주도하게 될 전망이다.

정부에서 예산이 끊어지면 재정이 어려운 지자체에서는 자체적으로 우수 품종을 개발하거나 보급하는 것을 포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식량작물의 종자에 대한 공적 보호 정책이 포기되면 주요 농작물 종자의 안정적인 생산과 공급이 불안해진다는 점과 함께 벼 등의 종자가 다국적 기업에 독점될 수 있다는 점에서 반대 의견이 높았다. 특히 식량 주권의 위협과 함께 지역의 종자 품질 향상과 안정 공급 체제가 붕괴한다는 지적도 있다.

# 종자법 폐지하는 이유는?

일본 농수산성은 종자법 폐지의 근거로 국가가 종자를 관리하는 구조가 민간의 신품종 개발 의욕을 저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종자 생산 비용이 국가의 재원으로 조달되고 있는 등 도시와 민간 기업과의 경쟁 조건이 대등하지 않다는 것이다.

문제는 민간 기업의 진출을 위해 규제를 완화하는 속내이다. 종자법 폐지가 일본에서 추진했던 TPP(환 태평양 경제 동반자 협정)과 RCE (역내 포괄적 경제 동반자 협정) 등 세계화를 추진하는 가운데, 기업 활동을 저해하는 규제를 완화하는 조치의 일환이라는 시각도 있다.

일본의 종자법이 민간의 참여를 금지한 것은 아니지만, 종자법을 없애고 진입장벽을 더 낮추는 것은 민간 기업, 특히 외국 기업의 진출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려는 의도라는 것이 일본의 여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