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탐방]한국 재래돼지 복원 성공…“진짜가 나타났다”
[현장탐방]한국 재래돼지 복원 성공…“진짜가 나타났다”
  • 이은용 기자
  • 승인 2019.04.15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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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대째 이어온 노력 ‘송학농장’, 유전자 ‘순수 집단’ 형성
외래종과 비교 고기 질·맛·영양 차이나…상품적 가치 높아
한국종축개량협회, 국내 최초로 토종돼지 인정서 발급 예정

[팜인사이트=이은용 기자] 전 세계는 무한경쟁 시대이다. 어떤 품목이든 경쟁에서 이기지 못하면 살아남기 힘들다. 특히 좋은 먹거리에 대한 갈망이 높아지면서 ‘먹거리 경쟁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웰빙 건강식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욕구가 상승하면서 각 식품기업에서는 이에 맞는 먹거리를 개발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무엇보다 좋은 먹거리의 근본은 재료다. 얼마만큼 신선하고 품질이 좋으며, 영양학적으로 우수한지가 좋은 먹거리를 고르는데 크게 작용하고 있다.

특히 축산물의 경우 품종 선택에 따라 고기의 식감이나 맛, 영양이 달라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세계 각국에서는 자신만의 경쟁력을 가진 품종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단적인 예가 이베리코 돼지다. 이베리코 돼지가 세계 4대 진미라는 말이 퍼지기 시작하면서 이베리코를 찾는 소비자들이 많이 생기기 시작했고, 이는 국산 한돈 농가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기 시작했다.

이베리코 뿐만 아니라 국내에 들어오는 수입 돼지 때문에 한돈 소비가 줄고 자급률도 떨어지는 현상은 오늘과 내일에 문제만은 아니다. 그만큼 소비자들의 눈높이와 맛에 대한 평가는 아무리 우리 것이라고 해도 냉정하게 평가 받고 있다는 방증이다.

그렇기 때문에 신토불이만 믿고 안일한 생각에 경쟁력을 키우지 않고 시장에 나온다면 백전백패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송학농장에서 방목해 키우고 있는 한국 재래돼지 모습.
송학농장에서 방목해 키우고 있는 한국 재래돼지 모습.

송학농장, 변화의 흐름에 선제적 대응

사명감 가지고 한국 재래돼지 복원 나서

이에 경상북도 포항에 위치한 송학농장에서는 맛과 질, 영양학적으로 외래종과 차별화 되는 한국 재래돼지 복원을 위해 2대째 노력을 해오고 있고, 조금씩 성과의 열매를 거두고 있다.

한국 재래돼지는 개량종 돼지에 비해서 체구가 작고 야생의 성격이 강하다. 특히 생산능력이 열등하다는 이유로 농민들이 사육을 기피하기 시작하면서 일제 강점기였던 1900년을 전후로 사라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시대 흐름의 변화에 따라 소비자들의 욕구에 맞는 고유의 옛 맛과 우수한 육질의 특성을 가지고 있는 한국 재래돼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다시 한국 재래돼지를 복원하기 위한 움직임이 많아지고 있다.

이한보름 송학농장 부대표(농학박사)는 “우리나라 고유의 유전자원인 재래돼지의 유전적 복원으로 우리의 고유한 옛 맛을 살려내 소비자들의 기호에 맞는 축산물을 공급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면서 “특히 한국 재래돼지의 가치를 높인다면 당연히 농가소득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아버지와 함께 복원 작업에 나서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한보름 부대표가 한국 재래돼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한보름 부대표가 한국 재래돼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전국 흑돼지 수집…외형 특징 가진 돼지 선발

더불어 유전적 특징 가진 재래돼지 집단 구성

송학농장의 한국 재래돼지 복원 사업은 아버지 이석태 대표 때부터다. 1992년 제주와 남원, 고성, 지례 등 전국 흑돼지 산지에서 흑돼지를 수집해 학술적 기록에 나타난 한국 재래돼지의 외형적 특징을 바탕으로 모색, 얼굴 형태, 몸 형태, 후구 및 다리에 대한 외형적인 특징을 가진 400여두의 재래돼지 집단을 일차적으로 선발하면서 복원사업이 시작됐다.

이어 이 집단을 계획적인 교배체계를 구성해 5세대 동안 털 색깔이 다르거나 재래돼지 특징에 벗어나는 가계나 후대를 제거하면서 한국 재래돼지의 외형적 특징을 가지는 재래돼지 집단을 구성하게 됐다.

이후 영남대 축산학과 유전학 연구실과 산학협동을 체결해 한국 재래돼지 고유의 DNA표식을 찾아내 유전적으로 고유한 한국 재래돼지를 선발하게 됐다.

특히 지속적인 선발로 외형적, 유전적으로 고유한 한국 재래돼지 집단을 국내 최초로 형성했으며, 현재 지속적인 개량을 하고 있다.

이한보름 부대표는 “외형적인 선발만으로 복원하는데 한계가 있어 외형적인 선발과 더불어 유전적인 특징을 가진 개체를 선발하기 위해 유전적인 특성에 대한 연구도 병행하게 됐다”면서 “현재 DFP, RAPD, AFLP, PCR-RFLP 등의 방법을 이용해 총 7개의 한국 재래돼지 특이 DNA 마커(marker)를 개발했으며, PCR-RFLP DNA 마커는 한국 재래돼지 특이 DNA 마커 및 이를 이용한 한국 재래돼지 판별방법으로 국내 최초로 특허 등록을 했다”고 밝혔다.

27년 동안 외부 돼지 유입 없이 복원·개량

포항 지역 재래돼지순종 집단 구축 성과 올려

이런 노력의 결과, 현재 송학농장의 한국 재래돼지는 1992년 외형선발로 도입한 재래돼지집단을 27년 동안 외부 돼지의 유입 없이 유지 복원 및 개량을 수행했다.

무엇보다 외래품종은 물론이고, 제주 재래돼지와도 유전적 차별성을 지닌 경북 포항 지역의 재래돼지순종 집단을 구축하는 성과를 올렸다.

이한보름 부대표는 “오랜 기간에 걸친 선발을 통해 여러 형질의 유전적 고정이 다양한 염색체 상에서 진행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으며, 이중 육질 및 면역과 연관된 유전적 특징들에 대해 집단 내의 고정을 확인했다”면서 “이는 유전적 특이성을 지닌 하나의 품종으로서 특징을 가지는 집단을 구성했다는 증거다. 앞으로도 유전적 특이성 중 면역학적 인자들의 분석을 통해 유전적 다양성을 확보하고, 산업 측면에서의 이용에 대한 추가적인 연구를 수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영양학적 우수성 나타나는 표 자료.
영양학적 우수성 나타나는 표 자료.

한국 재래돼지 영양학적으로도 ‘우수’

지방·콜레스테롤 함량 개량종 비해 낮아

이와 함께 송학농장 한국 재래돼지는 유전적 특징뿐 아니라 영양학적으로도 우수하다는 평가(표 참고)를 받고 있다.

이한보름 부대표는 “고기질의 감미를 나타내는 당의 함량이 저급육인 다리살에서 재래종이 개량종보다 월등히 높아 개량종과 달리 다리살을 구이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면서 “특히 지방과 콜레스테롤의 함량이 개량종에 비해 낮고, 고기의 질과 영양을 나타내는 척도인 포화지방산과 불포화지방산의 상대적 비율에서 재래종이 개량종 보다 2배 높아 웰빙 식품으로서 높은 상품적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최임수 한국종축개량협회 종돈개량부 등록심사팀 팀장이 송학농장을 방문해 토종돼지 인정 심사를 하고 있다.
최임수 한국종축개량협회 종돈개량부 등록심사팀 팀장이 송학농장을 방문해 토종돼지 인정 심사를 하고 있다.

종개협, 송학농장 방문 토종가축 인정 현지 심사

이에 한국종축개량협회는 지난 9일 송학농장을 방문해 토종가축 인정 현지 심사에 들어갔다. 토종가축 인정제는 정부가 국내 가축유전자원을 보호하는 한편, 소비자들에게는 올바른 구매지표를 제공할 수 있도록 토종가축 인정기준 및 절차 등을 제정해 지난 2014년 1월 2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토종가축 인정을 받고자 하는 농가는 해당 인정기관에 구비서류를 갖춰 제출하면, 심사를 거쳐 인정기준에 적합할 경우 인정서를 교부 받을 수 있다.

토종가축으로 인정된 축산물은 축산물위생관리법 제6조 제1항에 따라 토종가축으로 표시해 판매할 수 있다.

돼지와 한우 토종가축 인정기관인 종개협은 이달 안으로 심사를 마무리하고 송학농장 한국 재래돼지에 대해 인정서를 교부할 예정이며, 이는 국내 최초로 토종돼지로 인정받는 것이다.

건조숙성 가공공장 건립해 재래돼지 가치 높일 것

이한보름 부대표는 “종종 농장 직원들이 재래돼지 돈사를 비우자는 이야기를 합니다. 그만큼 아직 갈 길이 멀고 험난하지만 사명감과 무한한 가능성을 보고 계속 앞으로 전진 해 나갈 것”이라며 “현재 농장 인근에 재래돼지를 건조숙성 할 수 있는 가공농장을 5월 중 건립할 예정이고, 이곳에서 셰프들과 재래돼지를 활용한 요리 개발 및 체험장으로 이용해 재래돼지의 가치를 높이고 많은 소비자들에게 더 많이 알릴 수 있게 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