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이 되어버린 가축분뇨법
괴물이 되어버린 가축분뇨법
  • 연승우 기자
  • 승인 2018.02.22 14:57
  • 호수 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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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의 지속가능성 보장해야

2018년 2월로 일몰 시한이 다가온 가축분뇨의 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은 2006년 처음 제정됐다. 2006년 법이 제정되기 전까지는 가축분뇨는 자원이 아니라 폐기물이었고 가축분뇨를 다루는 법률도 ‘오수분뇨 및 축산폐수의 처리에 관한 법률’이었다. 법률 이름에서도 가축분뇨를 오수나 인간의 분뇨와 같은 재사용이 불가능한 폐수로 인식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사실 가축분뇨가 수질오염의 원인으로 지목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1990년대까지는 축산분뇨는 폐수로 인식됐고 이를 상수원으로 유입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오수분뇨 및 축산폐수의 처리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다.

국가적 차원에서 축산폐수를 자원으로 활용이 가능한 축산분뇨로 보기 시작한 것은 축산분뇨의 해양투기가 금지되면서부터다. 2009년 1월 우리나라는 폐기물 해양배출에 의한 해양오염방지에 관한 국제협약인 ‘런던협약96의정서’에 가입하면서 폐기물의 해양투기 금지가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다.

런던협약은 폐기물 배출로 인한 해양오염을 방치해서는 안된다는 국제적 인식이 확산하면서 1972년 런던에서 채택되고 1975년에 발효되었으며, 런던협약의 개정판 성격인 ‘96의정서’는 협약 당사국의 이행준수 강화 등을 위하여 1996년에 채택되어 2006년 3월에 발효되었다.

96의정서는 해양오염의 사전예방원칙과 오염자부담원칙을 도입하고, 8개 허용물질을 제외한 모든 물질의 배출을 금지하고 있다. 또한, 해상소각 금지, 덤핑·소각을 위한 폐기물 수출금지, 기타 폐기물 배출관리를 위한 당사국의 의무사항 등을 규정하고 있다.

#가축분뇨, 자원으로 법제화

런던협약에 2009년 가입을 했지만 2006년부터 협약에 가입하기 위한 준비가 시작됐다. 해양수산부는 2006년 2월 해양환경관리법령(해양오염방지법령)을 개정하고 환경부는 가축분뇨의 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가축분뇨법)을 제정했다.

가축분뇨법이 새롭게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기존에 있던 ‘오수분뇨 및 축산폐수의 처리에 관한 법률’에서 가축분뇨만을 독립해 제정한 것이다. 2006년 법 제정 당시 오수와 분뇨는 하수도법에 통합해 규정하고, 가축분뇨는 별도의 법률로 제정했기 때문이다.

당시 가축분뇨법 제정 이유에 대해 수질오염의 방지에 주안점을 두고 가축분뇨를 정화해 하천 등으로 방류하는 정화 위주의 법제로 운영했지만, 친환경 개념도 강화해 가축분뇨를 퇴비, 액비 등으로 자원화하도록 뒷받침하기 위해서라고 밝히고 있다.

축산업계에서도 가축분뇨법 제정에 대해서는 환영의 입장이었다. 폐기물로 취급받던 가축분뇨를 자원화하게 되면서 분뇨 처리비용 등을 절감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가축분뇨법이 제정되면서 축산분뇨의 자원화가 제도화됐지만, 가축분뇨에 대한 처벌은 더 강력해졌다. 가축분뇨를 불법배출 등의 행위에 대해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서 5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형으로 처벌이 강화됐다.

가축분뇨법으로 법이 바뀌면서 축산폐수에서 가축의 분뇨를 퇴비ㆍ액비 등으로 재활용하기 위한 자원화 개념이 도입됐다. 가축분뇨의 적정한 처리를 위하여 가축분뇨를 퇴비ㆍ액비 등으로 생산ㆍ이용할 수 있는 상태로 만드는 자원화 시설에 대한 지원도 제도화됐다.

특히 가축분뇨의 자원하에 대해 상대적으로 열악한 소규모 축산농가를 위해 지방자치단체에 공공처리시설을 설치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지만 지켜지지 않고 있다.

#가축분뇨 처리에 대한 공공성 강화

가축분뇨법은 별다른 문제 없이 시행되고 있었고 2010년 가축분뇨관리정책자문위원회를 폐지하는 내용으로 개정된 후 2011년에는 액비 살포 대상지를 확대하고 가축분뇨 공공처리시설을 소규모 농가뿐만 아니라 전체 축산농가로 확대하는 등 가축분뇨 자원화에 대해 공공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정됐다. 무허가 또는 미신고 배출시설을 이용하여 가축을 사육한 자에 대한 벌칙이 신설됐다.

가축자원화시설을 통해 만들어진 액비 사용을 확대하기 위해 비점오염원으로 작용하지 않는 범위에서 살포 대상지를 초지 또는 농경지 외에 시험림과 골프장으로 확대했다.

특히 축산농가의 전업화와 규모화가 진행됨에 따라 소규모 농가만 이용할 수 있었던 공공처리시설을 규모화된 농가의 축산분뇨도 반입할 수 있도록 법이 개정됐다. 당시 공공처리시설에서도 허가대상 농가의 반입량이 45%를 차지하고 있었기에 지방자치단체장의 공공처리시설 설치근거를 전체 축산농가로 확대하여 공공처리시설 운영 시 규모가 작은 배출시설에서 발생하는 가축분뇨를 우선 반입·처리하도록 단서 규정을 신설했다.

이와 함께 허가를 받지 않거나 신고하지 않고 설치한 배출시설을 이용하여 가축을 사육한 자도 처벌하는 벌칙조항도 만들어졌다.

# 규제와 처벌로 얼룩진 가축분뇨법

지자체에서 축산농가에게 발송한 폐쇄명령 공문서
지자체에서 축산농가에게 발송한 폐쇄명령 공문서

폐기물이라는 오명을 받던 가축분뇨가 순환자원으로 인정받도록 한 가축분뇨법은 축산업계의 환영을 받았지만, 규제 일변도로 정책이 변화하면서 농가들을 잡아먹는 괴물이 됐다.

그 서막은 4대강이었다.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4대강 개발로 인해 4대강 수질이 급속도로 나빠지면서 이에 대한 대책으로 환경오염원에 대한 규제가 강화됐다.

당시 정부는 4대강의 비점오염원으로 가축분뇨가 지명했다. 녹조 현상을 막기 위한 대책으로 4대강 수변에 대한 규제가 강화됐고 축산분뇨도 이제는 활용 가능한 자원이 아닌 오염원으로 신분이 전락했다.

2014년 개정안의 내용 중 이를 반증한 조항이 바로 가축사육제한구역의 확대이다. 제8조에 가축사육제한구역 지정 대상에 수변구역을 추가하고, 환경부 장관 또는 시, 도지사도 가축분뇨로 인해서 수질오염이 현저하게 악화되거나 악화될 우려가 있는 지역에 대하여 시장ㆍ군수ㆍ구청장에게 가축 사육제한구역으로 지정, 고시하는 내용을 추가했다.

특히 2014년 개정안에는 낙동강, 금강, 영산강, 한강 등 4대강 수변구역이 가축사육제한구역으로 지정됐고 이로 인해 상당수 축산농가가 폐쇄되거나 이전해야 할 처지가 됐다.

정부는 4대강 오염원으로 축산분뇨를 지목했고 이를 제거한다는 목적 아래 2014년 가축분뇨법을 규제 일변도로 개정했다. 처벌조항도 강화되고 행정규제까지 더해져 축산농가를 이중삼중으로 옥죄는 괴물이 됐다.

정부는 2014년 3월 가축분뇨법을 개정하는 이유로 관리의 사각지대에 있던 무허가, 미신고 축사를 특례 조치로 양성화해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현행법의 미비점을 보완한다고 내세웠지만, 가축사육제한구역을 확대하고 벌금형 강화와 고액의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개정하면서 축산의 지속가능성보다는 강력한 규제를 통한 축산업의 말살을 초래하고 있다.

규제 중심의 개정의 대표적인 것이 바로 사용중지 또는 폐쇄 명령을 내리는 행정처분의 도입이다. 행정처분이 실효성이 없을 경우를 대비해 과징금도 부과하도록 처벌을 강화했다.

즉 농가가 지자체의 폐쇄 명령에 응하지 않으면 명령을 대신해 1억원 이하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해 단속중심의 법률이 돼 버렸다. 2013년 법률 개정안을 놓고 축산단체들은 그동안 과징금 한도액 1억원은 너무 많다며 농가의 현실을 고려해 5000만원 이하로 낮춰 달라고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처벌조항도 강화됐다.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서 벌금형을 최고 5000만원까지로 높였다. 상습도박이나 명예훼손 등의 범죄보다 가축분뇨법 위반이 더 강력한 처벌을 받는 셈이다.

강력하게 처벌 위주와 행정규제 중심으로 법률이 개정되면서 축산농가의 반발이 커지자 정부는 가축분뇨법의 시행을 유예하는 것으로 축산농가를 달랬다.

당시 유예기간 설정을 놓고 환경부는 2년, 축산단체는 4년을 주장하며 팽팽히 맞섰지만, 최종적으로 통과된 법에는 일반농가는 3년, 소규모 농가는 4년으로 유예기한을 정했고 2018년 지금 그 시한의 만료를 앞두고 있다.

법이 개정되던 당시에도 영세 축산농가가 많은 국내 현실에서 축산농가가 합법적인 시설을 얼마나 갖출 수 있을지에 대한 문제 제기는 있었고 2017년 말까지도 적법화율은 매우 낮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어 법률의 현실성이 떨어졌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무허가축사는 가축분뇨법 이외에도 건축법, 하천법, 군사보호법, 학교법 등과 엮여있어 해결이 쉽지 않다.

# 가축분뇨법, 지속가능한 자원활용법으로 바뀌어야

가축분뇨 관리와 이용에 관한 법률 총칙 1조1항은 가축분뇨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를 보여준다. 1조 목적에는 가축분뇨를 자원화하거나 적정하게 처리하여 환경오염을 방지함으로써 환경과 조화되는 지속가능한 축산업의 발전 및 국민건강 향상에 이바지한다고 나오지만, 지금의 가축분뇨법은 가축분뇨를 순환시스템으로 만들기 위한 법률이 아니라 규제를 강화하고 처벌 위주로 법률을 제정함으로써 축산을 말살시키는 법으로 바뀌고 있다.

무허가축사를 단속으로만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축산업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면서 환경 문제를 풀어야 한다. 최근 가축분뇨법으로 인한 농가들의 불안 심리가 커지자 국회의원들이 법률 개정안을 발의하고 있다. 2018년 1월말까지 개정안 발의는 총 4명의 의원이 했지만, 모두 유예기한 연장만을 주요 개정내용으로 하고 있다.

당장 급한 것은 기한 유예이지만 가축분뇨법 개정의 핵심은 가축분뇨의 공공적 활용이다. 단속중심이 아닌 공공성 확보를 위해 축산업계가 머리를 맞대 개정안을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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