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 역사속으로] 마블링과 쇠고기 등급제 한우산업 혁신 이끌다
[팜 역사속으로] 마블링과 쇠고기 등급제 한우산업 혁신 이끌다
  • 김재민
  • 승인 2019.04.30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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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의 전용 비육으로 전환기 쇠고기 산업정책 그리고 결과

 

 1990년 한우 왜 마블링이었을까? 

 

쇠고기 등급제도는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이 타결을 앞둔 1992년 시범 도입되어 1994년 본 사업이 시행된다.

당시 한우는 농우에서 비육우로 전환을 앞둔 시기였고, 시장개방 압박을 강하게 받고 있던 터라 변화가 필요했다.

하지만 한우는 한반도에서 일소로 도입된 이후 계속 농우로 활용이 되었기 때문에 비육우가 갖춰야할 미덕을 전혀 가지지 못해 1970~1980년대 한우를 바라보는 전문가들의 시각은 매우 부정적이었다. 덩치도 크고 고기 맛도 좋은 외국의 전용육우품종을 들여와 한우를 개량해야 한다는 의견이 팽배했고 1980년대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수입 전용육우가 국내로 많이 도입됐다.

하지만 국내 고유 유전자원인 한우를 포기하기에는 국내 사육되고 있는 한우 숫자가 매우 많았고 많은 농민들이 한우에 기대어 생활하고 있었다. 소비자들도 한우에 대한 설명할 수 없는 정서가 있었기 때문에 수입전용육우로의 전환이나 한우와 수입육우와의 교잡 대신 한우를 육우로 개량하기로 가닥이 잡힌다.

한우의 개량목표는 미국과 일본의 전용 비육우처럼 마블링스코어가 높은 쇠고기 생산한 적합한 품종이었는데, 국립종축원을 비롯한 개량기관들은 1980년대 우수유전자원확보와 보급에 많은 공을 들였고, 더불어 1992년 품질중심의 쇠고기도체등급제도를 도입해 중량 중심의 쇠고기 거래를 육질 등 품질 중심으로 전환하기 위한 노력에 들어가게 된다.

199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쇠고기는 도체 품질이 아닌 육량 중심으로 거래됐기 때문에 지금과 같이 도축장에서 도체 품질을 확인하고 거래가 이뤄지지 못했고 농장의 문전도나 우시장에서 소의 거래가 이뤄졌다.

당연히 이 같은 중량 중심의 거래는 소에게 물이나 사료를 잔뜩 먹여 중량을 불법으로 늘리려는 악습이 만연하게 하는 원인이었고, 품질과 상관없이 거래가 이뤄지다 보니 외국의 저가 수입육이 쉽게 한우로 둔갑판매 되는 문제를 가지고 있었다.

 

등급제 정착 이전 한우의 이용

 

등급제 도입 이전 쇠고기의 이용은 어떻게 이뤄졌을까?

농우로 오랜 시간 사육이 된 탓에 고기는 매우 질겼다. 쇠고기의 연도는 소의 운동 양에 반비례하게 되어 있다. 전용 육우로 사육되는 지금의 한우도 앞다리과 뒷다리쪽 부위는 질겨 구이나 스테이크 용도로 부적합했는데 과거의 한우가 어떤 맛이었을지는 쉽게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당시 질긴 한우고기는 종잇장처럼 얇게 저며 불고기로 이용하거나, 칼로 곱게 다져 떡갈비로 만들거나, 물에 장시간 끓여 최대한 부드럽게 만들어 먹어야 했다. 과거 한우고기가 들어간 탕과 국 요리가 많았던 데는 질긴 한우를 부드럽게 먹기 위한 방편이었다.

우리 한우고기는 씹는 맛이라는 이야기가 있었지만, 쇠고기를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은 스테이크나 구이로 이용하는 것이다. 과거 한우 중 구이로 이용할 수 있는 부위는 갈비, 안심, 등심 뿐이었고 그나마 등심도 지금의 한우 등심과 비교하면 매우 질겨 지금처럼 두툼하게 썰어 육즙을 즐기며 먹지는 못하였다. 한마디로 당시 한우는 지금 기준으로 보았을 때 고깃소로서 가치가 낮았다는 것이다.

 

정부 인센티브제도, 한우 고급육 시장 견인

 

마블링스코어가 높은 한우고기가 맛있다는 사실은 현대인들에게는 상식 중의 상식이지만 1990년대만 해도 기름기 없는 정육을 불고기나 국, 탕 용도로 주로 이용했기 때문에 등급제 도입 초기 1등급 이상 고급육에 대한 인기는 그리 높지 못했다.

농가나 유통업계도 과거 타성에 젖은 사육방식, 유통방식, 스펙을 고집하면서 한우가 전용 육우로 전환되는 것은 어려워 보였다.

소비자들이 1등급 이상 쇠고기를 맛만 보면 소비는 금방 늘어날 것 같은데 맛좋은 고기 생산이 거의 없다 보니 선순환이 일어나지 않았다. 일본이나 미국의 쇠고기 산업을 시찰했던 몇몇 선도농가들이 마블링스코어가 높은 한우를 생산했다가 오히려 공판장과 도매시장에서 불이익을 받는 일까지 일어나기도 했다.

그래서 정부가 나서 거세장려금을 농가에 지급했고, 1등급 이상 고급육을 생산하는 농가에 인센티브를 지급하기 시작했다.

정부 시책에 따라 거세를 시작하는 농가가 이후 하나둘 생겨나기 시작했고 외환위기를 어느 정도 극복했던 2000년을 전후해 서서히 고급육에 대한 수요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1등급 이상 쇠고기에 대한 수요 또한 크게 증가하면서 정부의 인센티브가 아니더라도 시장의 힘에 의해 고급육의 가격은 높아졌고 결국 거세장려금, 고급육생산장려금 지급 중단에도 여전히 농가들은 거세우 생산이나 고급육 생산에 집중할 수 있을 정도의 시장이 형성됐다.

마블링 스코어가 높은 1등급 이상 쇠고기는 거세우의 경우 사육기간이 30개월까지 길어졌고 그로 인해 생산비용이 증가하기는 했지만, 정육 중심의 황소고기 보다 소비자들이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하였기 때문에 농가들도 비용 증가를 감수하며 1등급 이상 쇠고기 생산에 전략을 다할 수 있었다.

 

쇠고기 등급제 한우산업의 혁신 기여

 

이상의 스토리는 우리 한우가 농우에서 전용 비육우로 전환되는 과정을 설명한 것이다. 1992년부터 시작된 새로운 제도의 도입, 정부와 농가의 투자와 도전이 구이나 스테이크용으로는 부적합하다는 평가를 받던 한우고기가 지금처럼 구이와 스테이크 중심으로 소비되는 반전을 가져왔다. 그리고 시장이 개방되면 곧 사라질 것처럼 여겨졌던 우리 한우는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에 따른 1차 시장개방, 한미 FTA 이후 2차 시장개방이라는 악재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건재하다. 오히려 시장개방 이전보다 한우사육 두수는 늘어 공급량은 증가했고, 가격 상승이라는 호황을 10년간 누리게 된다.

쇠고기 도체 등급기준은 생산농가에게는 표준적인 사육 목표가 되었고, 소비자에게는 쇠고기에 대한 구매 판단 기준이 되었다. 농가는 등급 간 가격 차이를 보고 소비자의 욕구를 알아차릴 수 있게 됐고, 소비자는 구매하는 쇠고기의 품질을 판단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정보의 비대칭성이 해소가 되니, 우리 한우고기에 대한 신뢰는 상승하게 됐다. 고급육 생산 활성화는 수입육과 한우고기를 완전히 다른 카테고리의 상품으로 소비자들이 인식하게 할 정도로 매우 혁명적인 결과를 낳았다.

가짜가 많다고 인식되었던 한우고기는 이제 소비자들도 육안으로 한우고기와 수입고기를 구분할 수 있을 정도로 차별화 되었고 수입육과 한우의 가격차 또한 크게 벌어지는 결과로 이어졌다. 특히 등급제 정착 이후 쇠고기의 거래 기준이 중량에서 도체상태로 전환되면서 그 동안 고질적 폐단이었던 물 먹인 소가 자취를 감추게 된다.

그리고 올 12월 시행예정인 개정 쇠고기 등급제는 1++ 등급에 마블링스코어를 병행 표기함으로써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혔고, 마블링 스코어에 따른 맛의 차이를 미세하게 즐길 수 있도록 배려했다. 정보공개의 폭을 넓혔기 때문에 또 다른 쇠고기 소비문화가 만들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2010년대 들어 몇몇 주류언론과 맛 칼럼리스트라 불리는 사람들이 마블링과 마블링 중심의 쇠고기 등급제에 부정적 견해를 쏟아 내고 있지만 쇠고기 도체등급제는 농우였던 한우를 맛있는 전용 육우로 전환시켰고, 시장개방 시기 경쟁력이 없어 보호를 해줘야 하는 한우를 수입 쇠고기와 당당히 경쟁하는 품목으로 만들었다.

마블링은 부정적인 용어가 아니다. 소비자에겐 쇠고기의 맛을 보장해 주고, 생산자에겐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준 우리 한우산업 혁신을 이끈 신의 한수였음을 알 필요가 있다.

 

(보너스) 2019년 이후 한우 트렌드
 

이렇게 끝을 낸다면 마블링 예찬론자나 생산자 편에서만 이야기한 매우 편협한 글쓰기라 이야기할 것 같아서 2019년 이후 한우고기 트렌드에 대해 잠시 이야기하려 한다.

2010년대 들어 국내 쇠고기 시장은 조금씩 분화해 나가기 시작한다.

마블링 중심의 쇠고기 소비패턴이 2000년 이후 본격화 되었다고 보았을 때 10년이 지난 시점인 2010년을 전후해 마블링 스코어가 높은 한우고기는 특별함에서 평범함으로 그 위치가 바뀌게 된다. 높은 한우가격 때문에 아직도 마블링 스코어 높은 한우고기를 충분히 먹어보지 못한 사람들이 많아 여전히 1등급 이상 쇠고기에 대한 수요는 높게 유지되지만, 한우고기 주 소비층에서는 1등급 이상 쇠고기에 대한 기대감이나 만족감은 낮아지기 시작했다.(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쯤으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2010년 이후 새로운 트렌드가 선보이기 시작하는데, 유기사료를 급여해 키운 한우고기, 청보리를 먹인 한우고기, 조사료를 발효시킨 사료를 급여한 한우고기, 100% 풀만 급여해 사육한 한우, 쇠죽을 쑤어 급여하는 화식 한우 등 이전에는 시도되지 못했던 다양한 스펙의 쇠고기가 등장하기 시작한다.

또 건조숙성기술이 적용된 숙성한우고기가 2016년을 전후해 인기를 끌었고, 구이에 밀려 빛을 보지 못했던 한우스테이크가 여기저기 선보이기 시작한다. 다양한 한우요리와 부위를 즐길 수 있는 한우오마카세 같은 극강의 서비스를 앞세운 식당들도 나타나기 시작한다.

2010년대 초까지만 하더라도 한우고기는 비싸다는 가격 저항 때문에 이른바 정육점형 식당이 대 유행을 한다. 한우고기의 품질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고객에서 제공하는 서비스의 질을 낮추는 방식으로 가격 부담을 덜어주는 방식이다.

생산자단체(축협, 영농조합 등)들이 유통단계 축소를 통해 소비자에게 저렴한 가격에 한우고기를 판매하려고 직접 판매장과 식당을 운영하는 사례 또한 늘어났다. 이 같은 가격 중심, 가성비 중심의 한우고기 소비는 가치 중심의 소비로 전환이 시작된다.

과거에는 풀 내가 난다하여 선호하지 않았던 조사료 중심으로 사육한 한우고기를 더 비싼 돈을 지불해가며 사먹는 이들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과거 한우사육방식을 재현한 화식 한우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도 많아지고 있다. 2등급, 1등급 쇠고기를 고도로 숙성시켜 마블링 보다는 쇠고기의 감칠맛을 즐기려는 소비자들도 늘고 있다.

국립축산과학원과 농협한우개량사업소가 독점하는 종축 선발과 한우유전자원 검정 및 유통구조도 각 지자체 중심으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는 등 획일적인 한우산업의 구조가 다양성 시장으로 나가려는 움직임이 여기저기서 포착되고 있다.

새로운 스펙의 쇠고기의 등장, 그리고 시장의 분화는 국민소득 증가가 주된 원인으로 지목된다.

앞으로 한우시장은 마블링 스코어만 따지는 기본 한우고기가 한축을 담당하고, 다양한 이력, 다양한 스토리를 가진 한우고기가 또 다른 한우고기 시장의 한축을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생산자 중심의 획인적 쇠고기 시장이 소비자 개성이 중심이 되는 시장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생산자와 소비자가 상호 소통하면서 발전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본 기사는 축산물품질평가원 소식지(2019년 5월호)와 농장에서 식탁까지(2019년 4월호) 함께 게재된 원고를 보완하여  게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