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5)쌀 산업 미래는]농민이 변한다…새로운 돌파구 찾기 몰두
[기획연재(5)쌀 산업 미래는]농민이 변한다…새로운 돌파구 찾기 몰두
  • 이은용 기자
  • 승인 2019.05.01 14: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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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방식 버리고 맞춤형 전문생산단지 조성해 경쟁력 향상 나서
국내 시장 한계 극복…스스로 미국 시장 개척해 현지서 인정받아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노력 통해 새로운 동력 찾아

[팜인사이트=이은용 기자] 그동안 쌀 산업 종사자들은 타성에 젖어 있었다. 예전 방식대로 농사를 지으려고 안주했고, 변화에 대한 두려움이 컸다. 하지만 본격적인 쌀 불황시대가 도래했다.

변하지 않고는 살 수 없는 구조다. 그래서 일부 농민들을 중심으로 새로운 돌파구 찾기에 나서면서 서서히 변화의 모습이 감지되고 있다.

가장 변화된 모습은 예전의 방식에서 벗어나 특성에 맞게 농사를 지으려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고품질쌀 전문생산단지, 수출용쌀 전문생산단지, 가공용쌀 전문생산단지, 조사료 전문생산단지 등 세분화 시켜 거기에 맞는 맞춤형 생산방식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최근 소비자들의 먹거리에 대한 눈높이는 매우 높아져 경쟁력이 떨어지는 식품은 바로 퇴출 당하는 시대다. 쌀도 마찬가지다. 더욱이 쌀은 소비가 줄면서 소비자 관심에서 벗어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예전의 품질로는 소비자들의 관심을 불러올 수 없다.

이에 각 지역마다 경쟁력이 높은 고품질쌀 전문생산단지 조성과 기능성쌀 전문생산단지 조성에 나서며 차별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

여기에 농식품부가 쌀 수급조절을 위해 시행하고 있는 쌀 생산조정제(논 타작물 재배지원 사업)가 잘 시행될 수 있게 거기에 맞는 조사료 전문생산단지 조성 등도 이뤄지고 있다.

미국 현지에서 판매됐던 백제미.
미국 현지에서 판매됐던 백제미.

더 나아가 정부와 농협, 지자체에서 추진해오던 쌀 수출을 농민들이 직접 수출전용단지를 만들어 추진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쌀 생산자로 임종완 서산간척지영농조합법인 대표는 이런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새로운 돌파구 찾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충남쌀협동조합을 조직해 최소 1000ha 규모에 맞춤형 전문생산단지를 만들어 소비자가 원하는 쌀을 생산할 계획을 세우고 추진 중이다.

무엇보다 가장 어렵다고 하는 쌀 수출을 지난 2017년부터 하고 있다. 임 회장은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 위해 정부 도움 없이 미국 시장에 아직은 크지 않지만 쌀 수출에 나서서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민간이 우리 쌀을 정부나 지자체, 농협에 전혀 도움을 받지 않고 수출을 한다는 것은 매우 어렵고 불가능한 일로 여겨지고 있다.

왜냐면 농산물을 다른 나라에 수출하려면 매우 까다로운 절차(검역, 관세 등)를 밟아야 하고 특히 현지 유통업체를 뚫기가 하늘에 별 따기보다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대부분의 쌀 수출은 정부나 농협 위주로 이뤄지는 경우가 태반이다. 민간이 주도하기에는 너무도 많은 난관이 존재하기에 쉽게 수출을 할 수가 없다.

문제는 그동안 쌀 수출은 정부나 지자체, 농협에서 일회성이나 보여주기 식 행사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실제로 성과로 이어지지가 않았다.

단지 쌀을 보여주기 용으로만 홍보하다보니까 현지에서는 행사 때만 잠시 관심을 가지고 볼 뿐 행사가 끝나면 우리 쌀에 대한 관심은 사라져 지속적으로 알리고 판매할 수 없는 상황으로 전개돼 왔다. 지금까지 국산 쌀이 미국시장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신 이유다.

미국에 쌀을 수출하기 위해 컨테이너에 쌀을 넣는 모습
미국에 쌀을 수출하기 위해 컨테이너에 쌀을 넣는 모습

하지만 임 대표는 안정적이고 고품질 쌀을 지속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으며, 수출용쌀 전문생산단지를 조성해 더욱 수출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이를 위해 같은 지역에 새들만영농조합법인 등과 조합을 구성해 단지 조성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고, 맞춤형 생산, 품종·품질·재배의 단일화를 위해 표준화 작업에 나서고 있다.

임 대표는 “우리는 민간으로서 처음으로 쌀 단일품목을 아무런 도움 없이 자체적으로 미국 시장에 진출해 수출하고 있다”면서 “현재는 국내 가격 문제로 잠시 중단돼 있지만 올해 모내기가 끝나면 미국으로 가서 가격과 수량을 체크해 수출을 재개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임 대표는 특히 “미국에 일주일에 2회 이상 통화를 하고 메일을 주고받고 있는데 한국 쌀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구입하고 싶어도 없어서 못 팔고 있다는 반응을 들을 때 기분도 좋고 무거운 책임감도 든다”면서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말이 있듯이 미국 수출이 재개될 수 있도록 더 많은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의지를 나타냈다.

실제로 임 대표가 미국에서 판매했던 백제미는 갤러리마트나 한남체인, H마트 등 6개 미국현지 마트와 월마트, 코스트코에서 비교적 높은 가격에 팔리며 눈길을 끌었다.

이처럼 일부 쌀 생산자를 중심으로 예전의 방식을 버리고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동력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앞으로 더욱 많아질 것이다.

이를 통해 국내 쌀 산업은 새로운 돌파구를 찾게 될 것이고, 지속가능한 발전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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