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천 사랑말한우를 찾아서
홍천 사랑말한우를 찾아서
  • 옥미영 기자
  • 승인 2019.05.08 18: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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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농가 60명이 쏘아올린 ‘신화’
지난 해 소 1천 마리 팔아…농가형 식당 ‘1위’
“농사꾼일수록 소비자 니즈에 귀 기울여야죠”

[농장에서 식탁까지=옥미영 기자] 한우의 고장이라 하면 사람들은 으레 ‘횡성’을 떠올린다.

인구 수(4만5천명) 보다 한우(5만두) 숫자가 많은 곳.

일반 한우와의 차별화를 시도하며 일찍이 한우고기의 브랜드화에 나선 횡성한우는 품질 좋고 맛좋은 한우의 대표 브랜드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횡성한우’의 아성에 버금가는 맛과 품질, 여기에 가격적 매력까지 갖춘 신흥강자가 나타났다. 혜성처럼 등장해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순식간에 전국 최고의 반열에 올라 화제가 된 한우.

한우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횡성한우를 능가하는 새로운 한우 브랜드의 이름을 떠올릴 만하다. 바로 ‘홍천 사랑말한우’다.

사랑말은 홍천의 북방면 5개 마을(화동리, 북방 12리, 성동 12리)을 아울러 부르는 말로 '말'은 ‘마을’의 지역 방언이다.

강원도 이 작은 마을의 한우농가들이 식당을 개점해 판매한 한우가 지난해 1천 여두를 넘었다. 매출로 따져도 무려 130억 원에 달한다. 이정도면 자체 식당을 경영하는 지역 농·축협과 한우협동조합, 영농조합법인을 통틀어 단연 전국 최고 수준이다.

높은 품질에 합리적 가격, 화려한 인테리어를 겸비하고도 적자에 허덕이며 문을 닫기 쉽상 인 농가형 한우식당 현실에서 홍천사랑말한우는 어떻게 최고의 위치에 올랐을까.

사랑말한우 나종구 대표는 “변화하는 시장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을 경우 지금까지의 성공은 물거품으로 끝날 수 있다”고 말했다. 사랑말한우는 2년전부터 드라이에이징 한우 연구를 본격화한 끝에 올해부터 판매를 본격화한다.
홍천사랑말한우영농조합법인 나종구 대표.
나그네가 쉬어가는 마을 ‘사랑말한우’

홍천의 북방면은 지리적으로 인제, 양평, 춘천 등지에서 오가던 나그네들이 쉬어가는 길목으로 이들이 머물면서 ‘사랑방’ 역할을 하던 마을이라 해서 ‘사랑말’이라고 불려졌다.

홍천 사랑말한우는 북방면 5개 마을에서 한우농사를 짓던 60여명의 한우농가가 모여 영농조합법인을 만든 것이 시작이다. 당시는 미국과의 FTA 체결이 끝나 한우사업의 미래와 전망이 암울함으로 뒤 덥혔던 데다 금융위기까지 겹쳐 농가들의 불안감이 극에 달했던 2008년이었다. ‘혼자로는 도저히 살아남아 앞으로의 미래를 헤쳐가기 어렵다’는 생각의 끝은 ‘하나로 뭉쳐 뭐라도 해보자’는 결의로 이어졌다.

농가들에게 가장 큰 부담은 생산비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사료값’이었다. 결국 60여의 농가가 모여 사료를 공동구매하기로 하고 공장을 짓기로 했다.

영농조합법인대표를 맡은 나종구 대표는 사료 배합 전문가들의 도움을 구했고, 품질은 뒤처지지 않으면서 가격은 합리적인 TMR사료를 2010년부터 본격 생산하기에 이르렀다. 농가들 스스로 발품을 팔아 어렵게 지은 사료공장이지만 자금여력이 나은 축협이 인수해 운영해 주길 희망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이문이 크지 않은 일에 조합은 선뜻 나서주질 않았고, 결국 농가들이 공장 설립부터 사료 이용과 경영 모두를 책임지게 됐다.

사랑말한우 나종구 대표는 “변화하는 시장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을 경우 지금까지의 성공은 물거품으로 끝날 수 있다”고 말했다. 사랑말한우는 2년전부터 드라이에이징 한우 연구를 본격화한 끝에 올해부터 판매를 본격화한다.
사랑말한우영농조합인이 직접 운영하는 농축산물복합문화센터의 정육 판매점 모습.
예기치 않은 소 값 폭락 그리고 식당 개점

물 맑고 공기 좋은 천혜의 요건을 갖춘 홍천에서 농가들이 직접 생산한 사료를 먹고 자란 한우는 전보다 질병도 낮아졌고, 등급출현율도 높아졌다. 어렵게 시작한 사료사업도 순항하면서 모든 것이 순조로운 듯 했다. 하지만 조합이 공동생산한 사료를 먹인 소가 본격적으로 출하시즌을 맞은 2011년 한우사육두수 과잉으로 소 값이 폭락사태를 맞았다.

전국의 한우농가들이 소 값 하락으로 직격탄을 맞은 당시, 사랑말한우 농가들도 어려움을 피해갈 순 없었다. 사료 값도 건질 수 없는 상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농가들이 더욱 가슴을 치고 분통할 수밖에 없었던 건 산지 소 값은 하락하는 가운데서도 소비자 가격은 요지부동이어서 도무지 소비활성화를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사랑말한우 농가들이 직접 식당 개점을 결심하게 된 이유였다.

강원도 산골에서 소만 키웠던 나종구 대표와 조합원들은 식당 운영을 위해 당시 전국으로 불붙기 시작한 농가형 정육식당들을 직접 찾았다. 특히 예천 지보 한우마을은 농가가 키운 한우를 직접 판매하면서 지역민들의 일자리를 창출과 한우를 맛보기 위해 지보면을 방문하는 관광명소로 키운 곳으로 사랑말한우 농가들은 지보한우마을에서 사랑말한우의 미래 모습을 찾았다.

사랑말한우 복합문화센터 2층에는 카페와 공방 그리고 사랑말한우의 스토리가 담긴 다양한 설명과 조형물들이 구비되어 있다.
사랑말한우 복합문화센터 2층에는 카페와 공방 그리고 사랑말한우의 스토리가 담긴 다양한 설명과 조형물들이 구비되어 있다.

 

합리적 가격에 품질까지 갖춰 ‘대박 신화’ 일궈

 

1등급 등심 100g에 5천원. 돼지고기 보다 외식비 부담이 적은 한우식당이 개점했다.

나종구 대표는 홍천군 북방면에서 오래전부터 농민운동을 해오면서 익히 알려진 인물로 그가 직접 식당을 차리고, 저렴한 가격에 한우를 판다는 소문에 마을 주민들이 몰리면서 첫날부터 식당은 ‘대박’이 났다. 부담 없는 가격의 한우고기 여기에 등급과 양을 속이지 않는 정직한 판매는 식당 개점 이후부터 지금까지 성장을 지속해온 동력으로 작용했다.

특히 사료를 공동 생산해 사양방법을 일원화한 ‘사랑말한우’의 균일한 맛과 향, 품질은 전국의 농가형 식당에서 사랑말한우식당이 가장 높은 매출을 기록하는 배경으로 꼽힌다.

나종구 대표는 “어떠한 철학이 있어서도, 남들보다 뛰어나서 사랑말한우가 잘된 것이 아니다. 사랑말한우의 탄생부터 지금까지의 스토리는 한우역사의 운명과도 같았다”면서 “먹고 살기 위해 시작한 사료공장 운영으로 사랑말한우의 맛과 품질을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었고, 소 값이 크게 하락해 어쩔 수 없이 개점한 한우식당은 앞서 노력했던 품질관리 노력들이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기회이자 저렴한 가격에 한우를 판매할 수 있는 기회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욕심을 내려놓다
 

사랑말한우에서 운영중인 북방면 한우식당은 일반 한우소매점 보다 약 20% 이상 저렴한 가격에 한우를 판매한다. 이는 유통에서의 마진을 ‘ZERO(0)’으로 두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전국의 영농조합법인들이 공동 생산·판매를 통해 얻어진 이익을 배분하는 것과 달리 사랑말한우는 조합 설립당시부터 ‘소를 판 이익 외에는 가져가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웠다.

사이좋던 조합원들이 하루아침에 갈라서고, 의견조율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결국엔 조합이 해체되는 사례까지 지켜봐왔던 사랑말농가들은 일체의 이익을 나눠 갖지 않기로 하고 발생한 이익금은 한우판매가격을 더욱 낮추고 직원채용과 복지, 지역 환원에 쓰기로 했다.

다만, 조합은 조합원들이 정성들여 키운 한우가 가장 좋은 가격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완비했다. 도매시장에 출하하는 시기나 요일별로 차이가 나는 소 값의 걱정을 덜기 위해 조합은 음성공판장의 석달 평균치를 적용해 정산한다. 여기에 1등급이상 한우와 친환경 한우에 대해선 추가 장려금을 지급해 조합원들은 전국 농가에 비해 마리당 120만원의 추가 소득을 얻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전국 최초로 생산비 보장을 위한 ‘생산안정기금’을 2016년 1월부터 적립해 소 값 폭락에도 걱정 없이 사육에 전념할 수 있게 했다.

사랑말한우 나종구 대표는 “변화하는 시장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을 경우 지금까지의 성공은 물거품으로 끝날 수 있다”고 말했다. 사랑말한우는 2년전부터 드라이에이징 한우 연구를 본격화한 끝에 올해부터 판매를 본격화한다.
기존의 한우판매장에 강원도 각 지역의 특산물을 함께 구비해 판매하고 있는 사랑말한우복합문화센터의 매장 전경.

 

새로운 한우의 도전 ‘드라이에이징’
 

농가형 한우식당으로는 전국 최고 매출이라는 성적표를 받아들고도 사랑말한우는 새로운 도전을 준비 중이다.

2년 전 부터 준비 준비한 건조 숙성육 ‘드라이에이징’ 한우의 본격 출시가 그것이다.

사료공장과 식당 사업까지 순로롭게 진행되어 왔지만 현재의 성공에만 안주할 수 없다는 생각에서다.

나 대표는 “소비자들이 원하는 맛과 품질, 그리고 변화하는 유통환경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을 경우 지금의 성공은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에 항상 긴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골에서 농사만 짓는 농사꾼이기에 더욱 그럴 수밖에 없단다.

‘드라이에이징’ 작업 역시 새로운 상품을 도입하기 위한 노력으로, 우선 질기고 맛이 덜해 저품질 한우로 분류됐던 다산 암소를 원재료로 활용했다.

사랑말한우의 드라이에이징 사업은 정부의 향토육성사업으로 지정돼 30억 원의 자금을 지원받게 되면서 더욱 탄력을 받을 수 있었다. 전용 가공공장을 짓고, 전문가들의 도움을 통해 2년간 수차례 시험과 시식을 거쳤으며 올해부터 새로운 상품군으로 출격을 준비 중이다.

나 대표는 “솔직히 드라이에이징 한우의 고수라는 서동한우를 따라갈 순 없지만 소비자들 반응이 좋고, 굳이 숯불이 아니더라도 집에서 후라이팬에 구워먹어도 깊은 맛을 낼 수 있는 데다 마블링 높은 한우와 비교 시식에서도 오히려 선호도가 높아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사랑말한우 나종구 대표는 “변화하는 시장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을 경우 지금까지의 성공은 물거품으로 끝날 수 있다”고 말했다. 사랑말한우는 2년전부터 드라이에이징 한우 연구를 본격화한 끝에 올해부터 판매를 본격화한다.
사랑말한우 나종구 대표는 “변화하는 시장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을 경우 지금까지의 성공은 물거품으로 끝날 수 있다”고 말했다. 사랑말한우는 2년전부터 드라이에이징 한우 연구를 본격화한 끝에 올해부터 판매를 본격화한다.

 

직원과 이웃 그리고 또다른 나눔을 생각하다
 

사랑말한우영농조합법인은 농가법인 최초로 ‘사회적 기업’으로 등록했다.

소만 키우던 농가들이 사료사업과 유통사업까지 영역을 확대하고 모든 사업에서 승승장구하면서 적지 않은 이윤을 냈지만 이를 조합원들이 독식하지 않고 환원하자는 취지에서다.

우선은 새롭게 건축한 한우복합문화센터에는 한우만을 팔던 판매장에 지역의 농산물을 입점시키는 것으로 첫발을 뗐다.

입점수수료를 최대한 낮춰 사랑말한우 식당을 찾는 소비자들에게 로컬 브랜드를 홍보하는 등 사랑말을 한우뿐만 아니라 농산물 소비 확대의 거점으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연 매출 170억 원의 웬만한 중소기업 회사의 사업 규모로 성장한 조합에는 현재 70여명이 넘는 직원들이 고용되어 있다. 이들은 현재 모두 정규직으로 채용되어 있다.

2017년부터는 식당직원 할 것없이 한 사람도 예외 없이 주5일 근무제로 일하고 있다.

나종구 대표는 이와 관련해 ‘원가’의 개념을 대입해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원가라고 하면 지육의 매입 가격만을 말하지만, 사랑말은 원료 매입가격에 가공비와 임대료, 재료비 그리고 인건비까지 모두 포함시켜 산정한다.

직원들의 인건비를 결코 ‘비용’으로 산정하지 않는 다는 것이었다.

나 대표는 “지역발전을 위해 ‘고용’은 꼭 필요한 사업이며, 직원들은 피고용인인 동시에 소비자이며, 우리와 이익을 같이 나눌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전국에선 보기 드문 농가주도형 나눔과 환원사업도 주목을 끈다.

지난해 지역사회 환원은 기부 금액만 1억 원에 달한다.

한우고기 등 물품을 통한 나눔 행사는 수시로 이뤄진다.

나 대표는 “돈이 생기면 오히려 분란이 생기게 마련이어서 사회적 기업으로의 역할을 다짐했다”면서 “모두가 각자의 욕심을 내려놓으면서 오히려 더 행복한 한우를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고객들이 남긴 사랑말 한우 시식평
고객들이 남긴 사랑말 한우 시식평

 

※본 기사는 농장에서 식탁까지 2019년 2월호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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