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업계 프라이빗 서비스의 등장 '한우 오마카세'
외식업계 프라이빗 서비스의 등장 '한우 오마카세'
  • 옥미영 기자
  • 승인 2019.05.08 19: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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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식 오마카세 한우고기에 접목해 새로운 가치 창출

[농장에서 식탁까지=옥미영 기자]

마케팅의 대부라 불리는 필립 코틀러(Philip Kotter)는 시장의 진화를 3단계로 설명했다.

1단계는 시장이 성장하는 산업화 시대로, 공급이 부족한 시기다. 이 시기엔 상품을 잘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2단계는 공급이 넘쳐나기 시작하는 단계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것이 중요하다. 소비가 뒷받침 되지 않을 경우 생산품의 가격과 가치가 크게 하락할 수 있다.

마지막 3단계는 ‘가치주도’의 시대다. 산업과 기업들은 소비자를 이성과 감성, 영혼을 지닌 인간으로 바라봐야 한다. 필립 코틀러는 이 시대에는 “고객의 기본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은 기본이고 공감과 소통, 참여를 통해 영혼까지 감동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양한 재료로 다양한 스시를 선보이는 ‘스시오마카세’(사진; 인터넷 블로그 Which will be my poem?)
다양한 재료로 다양한 스시를 선보이는 ‘스시오마카세’(사진; 인터넷 블로그 Which will be my poem?)
‘가치주도’시대…진화를 거듭하는 한우소비

필럽 코틀러의 마케팅론은 국내 한우산업의 성장기와도 맥락을 같이 한다.

일소로 쓰이던 한우가 고깃소로 본격적인 공급을 시작했던 1990년대 한우업계는 어떻게 하면 높은 품질의 쇠고기를 생산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였다. 수소의 육질의 부드럽게 하기 위해 거세 기술일 본격화됐고, 근내지방도 침착을 위해 장기 비육이 이뤄졌다.

몇 번의 파동을 거친 한우산업은 2000년대 들어 사육두수도 안정되고 품질고급화의 목표도 어느 정도 이루면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데 몰두했다. 농·축협과 영농조합 등 생산주체들까지 나서 산지 혹은 도심권에 직접 식당을 개설해 판매하는 농가형 한우식당 창업이 붐을 이뤘다.

2010년대 후반에 들어선 한우산업의 소비는 이제 단순히 한우고기를 구워 먹는 방식에서 좀더 프라이빗한 공간에서 부위별 한우에 대해 다양한 설명을 듣고 맛보며, 소통하는 방법으로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최근 외식업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한우 오마카세 시장’이 그것이다.

다양한 재료로 다양한 스시를 선보이는 ‘스시오마카세’(사진; 인터넷 블로그 Which will be my poem?)
한우 오마카세 식당에서 서빙 되는 한우고기(블로그 BEST BRAND VALUDE 시크한 애미).
오마카세는 스시에만 있다?

오마카세(おまかせ)란 타인에게 맡기는 것을 공손하게 표현한 일본어다.

외식업계에선 주방장 특선 정식을 말하는 것으로 일반인들에겐 ‘정통일식의 정점’으로 통한다.

주방장이 그날 가장 신선하고 맛있는 재료를 선택해 각 부위별 생선회나 스시를 제공하는 일식 오마카세가 한우고기에 접목된 것이라 할 수 있다.

투풀러스 등급(++)의 최고급 한우고기를 부위별로 제공하며 설명을 곁들이고 이에 어울리는 다양한 코스 요리 등을 선보이는 형식을 취한다.

소비 트렌드 분석 전문가에 따르면 선진국을 중심으로 소수를 위해 특별한 요리를 제공하는 ‘프라이빗’ 식당이 늘고 있다. ‘프라이빗 식당’이란 단지 배고품을 달래거나 식사를 하는 목적이 아니라 좋은 추억을 남기는 공간으로 재포지셔닝한 것으로 요리재료로선 최고급에 해당하는 ‘한우고기’의 다양한 맛을 보다 멋지고 세련된 나만의 공간에서 소통하면서 즐기고자하는 소비자자들의 요구에 부합한 것으로 해석된다.

 

1인당 30만원 넘어도 예약전쟁 ‘후끈’
 

요즘 파인다이닝(고급식당)의 성장은 한우 오마카세 식당이 선도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2015년 본앤브래드가 개점한 이후 다양한 형태의 한우 오마카세 식당이 속속 문을 연 이후 각기 개성 있는 방식으로 한우고기를 요리해 제공하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한우 오마카세 식당은 고급 식당가가 밀집해있는 서울 강남가와 이태원 등에 주로 자리를 잡고 있다. ‘모퉁이우’ ‘현담원그릴’ '구전동화' ‘우라만’ ‘수린’ '우월' ‘온도’ ‘꿰뚫’ '비플리끄' '설로인' 등은 현재 인터넷 블로그와 카페, 맛집 어플에서 인지도 높은 한우 오마카세 시장으로 꼽힌다.

한우 오마카세 식당의 특징은 미쉐린으로부터 인정받은 유명 셰프가 직접 운영하는 식당부터 외식프랜차이즈 회사가 운영하는 식당 등 다양한 형태로 운영 중인데 최소 5~10부위를 제공하며 각 부위에 맞는 두께와 조리법을 연구해 한우의 맛을 최고로 끌어 올린다.

블로그와 카페의 후기에는 ‘내 인생 최고의 한우고기를 만났다’는 후기가 줄을 잇고 있다.

한우 오마카세 식당은 최고급 재료인 한우를 활용하는 식당의 이미지와 정찬 요리 제공으로 1인당 비용이 최저 14만원에서 30만원 이상을 호가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개월에서 6개월까지는 예약이 모두 차있을 정도로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오마카세 식당의 또다른 특징은 '한우'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재료의 풍미와 맛을 최대한 살려 제공하는 한편, 전채요리와 중간 중간 한우와 어울리는 재료들을 활용한 이태리나 서양식, 혹은 한국식 메뉴 등 ‘특별한’ 요리를 함께 제공한다는 것이다.

한우 오마카세의 가장 큰 특징은 한우고기를 제공하는 특화된 ‘서빙’에 있다.

부위별 특성을 고려한 숙성방식, 굽는 방식, 같이 곁들일 소금 등을 전문가가 일일이 알려주면서 한우고기의 맛에 대한 이해도를 한층 높여준다.

식당 ‘이모님’이 가져다주는 한 부위를 그저 무작정 구워먹는 이전의 방식과는 완전히 다른‘신개념’의 한우고기 소비패턴이다.

 

한우 오마카세 돌풍, 무엇을 의미할까

“한우협회장이 되고 나서 가장 곤혹스러울 때는 도무지 가격이 너무 비싸서 먹을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가격을 낮춰주면, 얼마든지 먹겠는데 가격의 문턱이 너무 높아서 사먹기가 곤란하다는 겁니다. 이럴 때면 정말 난감합니다. 나름대로 ‘고급화’다 ‘명품화’다 해서 정성을 다해 3년 가까이 길러 시장에 내지만, 정작 소비자들은 너무 비싸다고 아우성이니 말입니다.”

김홍길 전국한우협회장의 말이다.

김 회장은 “생산자단체 대표로서 가장 난감할 때가 한우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원망을 들을 때”라고 했다. 그는 “이럴 때처럼 난감한 적이 없다”고 토로한다.

지금까지 한우는 너무 비싸서 접근하기 어려운, 그래서 대중화가 어려운 음식으로 분류되어왔다. ‘가격이 너무 비싸서’ 수입육에 잠식당하고, 그래서 자급률이 하락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때문에 ‘국민 누구나’가 저렴한 가격, 합리적인 가격에 접근할 수 없을까에 매진해 왔다.

하지만 한우고기 소비시장은 오히려 다양한 방식으로 진화하며 더욱 소비가 공고해 지고 있다. 실제로 한우가격이 크게 상승한 2018년 한우의 총 공급두수는 73만6천두로 가격이 폭락했던 2011년 총 공급량은 71만8천두에 비해 약 2만두가량 많았다.

이는 전에 비해 한우소비가 더욱 확대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우가격이 높아, 수입육으로 모두 돌아선 것이 아니라 한우 소비자와 수입육을 찾는 소비자 모두가 늘었음을 반증한다.

그런 의미에서 한우 오마카세 시장은 수입육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차별화, 명품화에 성공해온 한우고기를 활용한 ‘새로운 소비시장’으로 분류된다.

그야말로 ‘명품’에 걸맞는 최고급 요리재료로서 조명 받고 있는 것이다.

물론 여전히 합리적인 가격의 한우고기 식당은 소비자들로부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한우 오마카세 식당의 인기는 단순히 한우고기 가격은 더욱 낮아져야 하며, 비싼 가격으로는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고, 소비자들로부터 철저히 외면 받을 것이라는 예상과는 거리가 있다.

국민소득 3만불 시대, 개인적 취향과 다양성이 존중되는 최근의 소비트렌드에서 한우 오마카세 시장은 단순히 한우고기 구워먹는 것을 떠나 ‘즐거움’과 ‘소통’ 그리고 ‘나만의 특별함’을 찾는 다양한 요구를 충족시키고 있다.

이제 소비자들의 취향은 어느 것 하나로 정의 내리기 어려운 시대가 도래 했다.

적당한 가격의 값 싼 쇠고기 소비를 추구하는 소비자가 있다면, 높은 가격을 지불하고 그에 상응하는 서비스와 스토리, 맛과 질을 추구하는 소비자 역시 존재한다.

이것이 맞고 저것이 틀린 맞고 틀림의 문제가 아니라, 이제 한우고기 소비시장에도 ‘다름’과 ‘다양성’의 시대가 도래 한 것이다.

다양한 재료로 다양한 스시를 선보이는 ‘스시오마카세’(사진; 인터넷 블로그 Which will be my poem?)
한우 오마카세 식당에서 서빙 되는 한우고기(블로그 BEST BRAND VALUDE 시크한 애미).

본기사는 농장에서 식탁까지 2019년 2월호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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