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돼지등급판정 시스템 도입한 ㈜민속LPC
첨단 돼지등급판정 시스템 도입한 ㈜민속LPC
  • 옥미영 기자
  • 승인 2018.03.05 18:50
  • 호수 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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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 설치부터 현장적용까지…2년의 기록을 찾아서
평가사에 의존하던 돼지등급판정 기계 판정으로 보완

국내 돼지 등급판정 제도는 소 등급판정과 역사를 함께 한다. 고품질 돼지고기 생산으로 수입육에 대응한 경쟁력을 높이자는 취지로 다양한 조사·연구와 이해관계자들의 실증과정을 거쳐 1992년 6월 마련했다. 이후 몇 차례 개정을 통해 지금의 판정 기준인 4등급(1+, 1, 2, 등외)으로 구분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현재 소 등급판정제도는 유통업자와 중매인, 소비자들의 구매 지표로 적극 활용되는 등 성공한 제도인데 반해 돼지등급판정 제도는 육가공업계나 소매단계에까지 침투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도축장의 박피 작업 중단 뒤 한돈협회가 등급제를 기본으로 한 가격 정산을 요구하고 있지만 육가공업계가 적극적으로 수용에 나서고 있지 않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맛에 의한 등급 차별화가 확실한 소와 달리 돼지의 경우 등급간 맛 차별이 크지 않고 오히려 삼겹의 상태나 돈이되는 부위의 정육률 등이 등급을 초월하는 변별력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의미에서 보면 시범사업으로 도입된 돼지 기계 등급판정 제도는 고품질 돼지에 대한 보다 명확한 구분이 가능해져 육가공업계와 농가의 적절한 거래 지표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평가사에 전적으로 의존해오던 기존의 등급판정방식에 도체 내부를 촬영하는 기계판정방식을 통해 도체의 품질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와 순수 고기생산율을 도출해냄으로써 육량과 육질에 대한 종합판단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2015부터 추진된 돼지 도체 기계 등급판정 사업이 어떻게 현장에 적용되고 활용되고 있는지 2년의 기록을 되짚어 보았다.

도체 등급판정 기계 국내에 들여오기 까지

돼지의 도체 기계 판정 사업은 영연방 FTA 체결에 따른 축산분야의 경쟁력 대책 일환으로 추진됐다. 평가사와 기계의 등급판정 영역을 적절히 배분해 비용은 절감하고 판정에 대한 객관성과 정확성을 높여 양돈산업과 도축 및 육가공업계의 체질을 개선하는데 목표를 두었다.

당시 국내에선 돼지고기 소비량 증가로 도축 두수가 크게 늘면서 과도한 업무량으로 인해 평가사들의 작업능률이 저하되는 사례가 빈번해졌고, 실제 일부 도축장에선 보조인력 운영이 불가피해지면서 인건비 상승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기계를 활용한 돼지등급 판정은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상용화됐지만 국내에선 돼지 등급판정제도가 활성화되지 못한 탓에 환영 받지 못했다.

정부는 돼지도체 판정 기계와 시스템 설치를 지원하기 위해 약 12억 원의 예산을 수립, 전국 도축장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갖고 신청서를 접수 받았다.

그러나 정부의 예산 지원 방침에도 희망 도축장은 나타나지 않았다. 독일산 최신식 기계를 지원받지만 한국형 돼지에 맞는 정육률을 조사해 산식을 개발하는 작업에는 인력을 대거 투입해야 하는 데다 도축 공정 가운데 기계 판정기 도입을 위한 공간 조정까지 참여 업체역시 강한 투자의지를 필요로 했기 때문이다.

우여곡절 끝에 2016년 2월 경북 군위에 소재한 ㈜민속LPC가 기계등급판정 시범사업 작업장에 참여키로 하고 심사를 통해 선정되면서 사업이 본격 시작됐다.

돼지도체 기계 등급판정 적용 과정 및 측정결과 값
돼지도체 기계 등급판정 적용 과정 및 측정결과 값

 

등급판정 정확성 제고…맞춤형 돼지 공급 시스템 갖춰

육질·육량 종합판단 가능해져 소매점·농가 모두 윈윈“

현실에 맞는 한국형 산식 개발에 심혈

민속LPC는 기존의 도축라인을 재조정하는 사업부터 착수했다. 도축 공정에 기계 등급판정 기기를 설치해야 했기 때문이다. 판정기계 설치를 완료한 이후에는 카메라 촬영으로 측정되는 이미지와 실제 데이터의 정확성을 높이는 작업이 진행됐다.

기계등급판정은 흑백 및 칼라 카메라 등 3대의 카메라를 활용해 돼지도체의 내부 이미지를 촬영하고 이를 이용해 부위별 및 전체 정육량을 산출해 내는 등 각 도체의 정육률을 추정해 자동으로 고기의 수율을 분석해 내는 원리이다.

화면으로 촬영한 이미지로 산출한 정육량과 실제 정육량의 오차를 줄이는 것이 기계 등급 판정의 ‘정확성’을 높이는 가장 중요한 과정이었다. 한국형 산식 개발을 위한 골발과 정육율 조사 작업은 장장 7개월이 소요됐다.

민속에서 가장 숙련된 돼지 가공 전문가 6명은 7개월간 암돼지 86마리와 거세돼지 88두 등 총 174마리를 해체했다. 이들은 실제 정육량과 기계가 이미지 촬영으로 계산해낸 정육량 차이를 보완하는 작업을 수행했다. 좌측의 도체는 완전히 분해하고 우측 도체는 거래 정육만 분할하는 방식으로 산식의 오차를 보완해 나갔다. 좌우도체 중량차이가 1% 이내를 유지할 수 있을 때 까지 작업은 지속됐다.

긴 시간의 노력 끝에 결국 최종 평가 결과 10개 항목에서 벨기에나 스페인 보다 정확도가 높은 프로그램을 개발해냈다. 김재영 민속LPC 양돈 사업부문 부장은 “돼지 기계 등급 판정의 한국형 산식 개발을 위해서는 데이터의 정확성을 높이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면서 “민속에서 가장 숙련된 전문가들을 선발, 참여시켜 뼛조각 하나하나까지 핀셋으로 발골하는 등 정확성을 기하는 데 최대한 집중했다”고 말했다.

좌반도체는 완전 분할 정형하고 우반도체는 거래정육으로 정형해 오차를 최소화하면서 한국형 돼지에 맞는 정육율 산술 계산법을 개발했다. 발골과 조사 작업을 위해 꼬박 7개월간 6명이 투입되어 결과를 얻어냈다.
좌반도체는 완전 분할 정형하고 우반도체는 거래정육으로 정형해 오차를 최소화하면서 한국형 돼지에 맞는 정육율 산술 계산법을 개발했다. 발골과 조사 작업을 위해 꼬박 7개월간 6명이 투입되어 결과를 얻어냈다.

고품질 돼지고기 선별·판매로 경쟁력 업그레이드

한국형 산식 개발과 전문가 협의회까지 마친 지난해 7월부터 민속LPC는 돼지 도체 기계 등급판정 방식과 이를 농가 정산에까지 활용하고 있다.

돼지 판정 기계 도입을 주저했었던 권혁수 민속LPC 대표는 “처음엔 모험이라는 생각도 했었고 작업 과정역시 쉽지 않았지만 기계가 설치가 완비된 지금 활용도가 매우 높아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돼지 도체에서 가장 중요한 4개의 등급판정 항목인 등지방두께와 삼겹살 상태, 비육상태, 지방부착상태를 기계판정으로 대체하면서 각 도체별 품질에 대해 명확히 알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권 대표이사는 “돼지를 가공해 판매하는 업체 입장에서 볼 때 돼지 도체 기계 등급 판정은 획기적인 기술”이라면서 “한국에 맞는 시스템을 개발해 완비하는데 까지는 어려움도 있었지만 돼지 사업부문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얻는 큰 성과를 얻었다”고 했다.

삼겹살, 목심, 갈비 등 돈이 되는 7개 부위의 정육율과 삼겹내 지방비율까지 돼지를 일일이 해체하지 않고도 도축과 함께 모든 정보를 확인할 수 있어 돈버는 사업이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권 대표는 “이전의 돼지 등급판정이 민간 의료기술로 따지자면 X-ray 수준이었다면 기계등급판정은 미세한 판독이 가능한 MRI에 해당된다고 본다”면서 “육가공업체와 소매점이 필요로 하는 돼지를 선별해 공급할 수 있고, 높은 품질의 돼지를 생산한 농가들에게는 높은 가격을 지급할 수 있어 농가와 육가공업계가 함께 윈 윈할 수 있는 지표로 활용가치가 매우 높다”고 밝혔다.

돼지 기계 등급 판정, 기대효과는

권혁수 민속LPC 대표이사.
권혁수 민속LPC 대표이사.

한돈에 대한 소비자들의 높은 신뢰와 선호를 감안할 때 향후 돼지사육두수가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신속성을 담보로 한 돼지의 기계식 등급 판정은 다른 작업장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커보인다.

주목할 만한 것은 돼지등급판정의 정확성과 신뢰도 제고부분이다.

돼지 도체의 중요한 평가항목을 카메라 촬영과 정육율 계산에 따른 시스템으로 도축 작업과 함께 즉각 도출해 내면서 육량과 육질을 모두 포함한 종합적 판단이 가능하다.

지방침착과 육색, 조직감 등 육안으로 판정할 수 있는 기준과 실제 시장에서 돼지의 평가기준이 되고 있는 삼겹과 목심의 양, 삼겹내 지방비율, 정육률 등을 기계 판정 방식과 구분·보완하면서 정확성을 높일 수 있게 된 것이다.

실제 민속LPC에 따르면 기계등급판정 결과를 유통매장이나 소매점이 선호하는 적정한 품질의 돼지를 공급하는데 활용하면서 소매 유통점의 만족이 크게 높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권 대표는 “식당 등 소매점에서는 고품질 돼지의 경우 가격 저항 없이 높은 구매 지불의사를 나타내고 있어 생산농가들의 순익 향상으로 이어지는 등 돼지기계등급판정 사업이 고품질 돼지 생산을 독려하는 시스템으로 활용되고 있다”면서 “고품질 돼지가 높은 가격에 거래되는 선순환 시스템으로 회사의 순익개선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기계등급판정은 향후 국내 양돈산업의 4차 산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기계식 등급판정은 도체중량 등 여전히 지급률이 중심이 되고 있는 돼지 거래 정산 방식에서 정육율과 품질을 확인 할 수 있는 거래방식으로의 전환을 가져올 수 있어 농가의 사육방법을 개선할 수 있는 피드백 자료로서 활용되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실제 성적과 거의 흡사한 각 도체의 성적은 종돈에 대한 빠르고 정확한 후대검정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종돈개량과 선발자료로서 활용도 기대 되고 있다.

김재영 민속LPC 부장은 “기계등급판정 사업을 위해 도입한 도체 인식용 갬블을 활용해 향후 암퇘지와 수퇘지 등 육질 특징별로 가공 라인을 자동·분리해 작업할 수 있는 시스템을 추진 중에 있다”면서 “기계등급판정사업을 바탕으로 작업효율을 개선하고 품질을 차별화할 수 있는 다양한 사업을 구상 중에 있다”고 말했다.

김재영 민속LPC 부장이 기계등급판정기기를 막 통과한 도체의 자료가 전송된 화면을 통해 돼지 기계 등급 판정 사업을 설명하고 있다.
김재영 민속LPC 부장이 기계등급판정기기를 막 통과한 도체의 자료가 전송된 화면을 통해 돼지 기계 등급 판정 사업을 설명하고 있다.

* 본 기사는 농장에서 식탁까지 2018년 1~2월호 통권 21호에 함께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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