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5)미래 먹거리 패러다임 전환] 못생긴 농산물 1억 g을 구출하다
[기획연재(5)미래 먹거리 패러다임 전환] 못생긴 농산물 1억 g을 구출하다
  • 박현욱 기자
  • 승인 2019.05.13 00: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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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급 생산을 A급 소비로"···재고 먹거리 활용
쪼그라드는 곡물산업 보며 언리미트 육류 개발
민금채 지구인컴퍼니 대표.
민금채 지구인컴퍼니 대표.

[팜인사이트=박현욱 기자] 2017년 9월 '지구인컴퍼니'가 설립됐다. 잉여 농산물에 대한 남다른 생각 때문이다. 농업에서는 상품으로의 가치가 떨어져 판매되지 못하는 비율이 상상을 초월한다. 맛과 신선함은 그대로지만 매끈하지 못해 생긴 외모 탓이다. 소비자들은 '못생김' 때문에 맛도 없을 거라 평가 절하한다. 이런 이유로 전 세계에서 버려지는 농산물은 40억 톤에 달한다. 외모만으로 이들을 평가하기엔 지구적인 낭비다. 민금채 대표를 비롯한 김주영·이현주 이사는 버려지는 ‘못생김’을 구출하기 위해 회사를 차렸다. 지구인컴퍼니를 공동 창업한 후 그들이 구출한 잉여 농산물은 1억 그램(g)에 이른다.


‘착한 소비’ 아닌 ‘합리적 소비’ 규정

"저희가 못생긴 농산물로 생각하는 상품은 외형적인 결함으로 인해 버려지는 농산물뿐만 아니라 시세 차이 때문에 판매하지 못하는 농산물, 유통과정에서 흠집이 난 상품들로 규정하고 있어요. 맛과 신선함을 따지면 건강한 먹거리인데 한 가지 흠이 있다고 해서 ‘B급’ 취급하면 억울하잖아요."

지구인컴퍼니는 지속 가능한 유통방식에 관심이 많다. 농산물 잉여를 새로운 상품으로 탈바꿈시키는 것 역시 지속 가능함을 고민한 데서 나온 결과물이다. 그렇다고 그들은 이를 ‘착한 소비’라 부르지 않는다. 합리적인 소비다.

"기업은 기본적으로 영리를 추구하죠. 철학만 가지고 기업이 존속될 수는 없잖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왕이면 세상에 도움이 되는 방식을 찾은 것이죠. 이 세상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이익을 추구하는 모습, 저희는 이를  합리적인 소비라고 불리길 원합니다.“

 

기존 가공식품과 차별화 규격화가 R&D 핵심

지구인컴퍼니의 먹거리 개발 기준은 '지구를 생각하다'이다. 원료부터 식품용기까지 친환경 제품을 고민한다. 특히 원료에 대한 공부와 탐구는 계속해서 하고 있다.

상품으로 가치가 떨어진 상품의 특징은 3가지. 매끈한 외형을 갖추지 못하거나 규격이 들쑥 날쑥인 상품, 당도가 천차만별인 상품들이다. 기존 가공 업체에서도 잉여 농산물로 가공식품을 만들지만 지구인컴퍼니에서는 이들의 부족한 부분을 메우는 작업이 핵심이라 말한다.

“기존 가공 업체들과 차별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많이 받죠. 예를 들어 기존 업체들에서는 당도가 떨어지는 귤들을 그냥 가공해 판매한다면 저희는 최대한 당도가 떨어지는 농산물의 규격을 균일화하고 당도를 끌어올리는 방법을 고민하죠. 묵은 쌀의 경우 잡내를 어떻게 잡느냐가 핵심이고요. R&D 부문에 많은 노력과 자본을 투자하고 공부를 하는 이유입니다.”
 

지구인컴퍼니가 출시한 제품 라인업.
지구인컴퍼니가 출시한 제품 라인업.


농가 재고 ‘0’, 지역단위 재고 제로에 도전

지구인컴퍼니에서 지난해 거래했던 농가는 9농가다. 농가 모두 지난 1년 동안 재고 ‘0(제로)’를 달성했다. 지난해 C2C(개인과 개인) 유통에 집중했다면 올해부터는 지역단위로 발생하는 농산물 잉여분을 해결할 계획이다.

“이번에 출시한 못생긴 분말수프는 충북 진천에서 발생하는 양송이버섯과 양파 재고분을 활용했어요. 개인 농가에서 발생하는 재고 처리를 넘어 지역단위에서 발생하는 농산물을 활용해 사업영역을 확장할 계획입니다.”

지구인컴퍼니는 올해 2천 톤 가량의 농산물 잉여분을 처리할 계획이다. 다양한 상품 라인업의 구축은 이 같은 청사진을 담기 위한 작업이다. 2017년 ‘못생긴포도즙’ 출시를 시작으로 ‘못생긴자두병조림’, ‘못생긴사과즙’, ‘못생긴귤스프레드’, ‘못생긴미니사과피클’ 등 매달 신제품을 출시하는 숨 가쁜 행보를 이어갔다. 지난해 10월에는 대한민국 친환경 푸드테크 베스트 3 업체에 이름을 올렸고 롯데백화점 입점이라는 성과도 이뤘다.


곡물시장서 비전 찾아 ‘언리미트 육류’ 출시

올해는 특별한 도전을 시작한다. 곡물을 활용한 대체 육류시장으로의 진출이다.

“처음부터 대체 육류를 생각한 것은 아니었어요. 재고 농산물을 탐색하다 곡물이라는 영역이 눈에 들어왔죠. 쌀 소비가 지속적으로 줄고, 농가뿐만 아니라 정미소에서 묵은 쌀이 많더라고요. 여기에서 힌트를 얻었죠.”
 

지구인컴퍼니에서 대체 육류로 만든 김밥과 샌드위치.
지구인컴퍼니에서 대체 육류로 만든 김밥과 샌드위치.

지구인컴퍼니에서는 지난 1년간 과일과 채소를 뛰어넘는 시장인 곡물시장에 전념했다. 식물성 대체 육류 간편식에 집중하기로 한 것. 지구인컴퍼니에서는 단백질 성형 압축술을 개발, 현미와 귀리, 견과류로 식물성 고기를 개발했다. 그렇다고 채식주의자만을 위한 개발은 아니다.

“저희는 소비자들의 선택의 폭을 넓힐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식물성 육류는 사람들이 많이 구매하는 김밥이나 샌드위치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기존 산업과 대결이 아닌 대안 식품으로써 틈새시장을 공략할 계획입니다.”

※ 본 기사는 '농장에서 식탁까지 4월호' 특집인 '비건 그리고 비거니즘'에 게재한 '식탁 혁명, 먹거리 반란의 시작 '푸드테크' 특집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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