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칼럼] 농민운동 중심 품목단체로 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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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재민
  • 승인 2019.05.15 01: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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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운동의 성과 조직의 규모보다 연대의 질 더 중요한 변수로 작용
농정, 품목의 다양한 욕구 반영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하는데 관심가져야

[팜인사이트=김재민] 최근 농민운동의 이상 징후가 발견되고 있다.

한때 농민단체의 양대 기둥이나 마찬가지였던 한농연과 전국농민회가 조직의 규모에 비해 농업계에서의 발언권이 축소되고 있고, 여러 농축산단체의 연합체인 농수축산연대의 대표성이나 정치적 영향력도 과거와 비교했을 때 매우 낮아졌다.

한때 쌀 관련 문제에 있어서 주도권을 쥐고 있었던 한농연과 전국농민회의 경우 쌀전업농연합회가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자 전국농민회는 쌀 생산 회원을 중심으로 쌀생산자협회를 설립해 쌀 문제에 있어 발언권을 되찾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한때 같은 지붕아래 있던 품목들도 더 전문적인 조직으로 분화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종축개량협회 내에 있던 종돈업계는 종돈생산자협회 설립에 들어갔고, 양계협회도 종계부화, 산란계가 각각 전문협회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1990년대 후반 김대중 정부가 농협개혁을 추진하던 당시 협동조합 개혁방향으로 품목별 연합회의 필요성이 강력히 대두되었고 당시 통합농협법 내에 이를 실현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했지만 미완의 개혁으로 그친 바 있다. 이후에도 농협 개혁방향으로 품목중심의 개편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농협 내부에서 이러한 외부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농협 밖에서 각종 품목협동조합, 품목영농조합, 품목농업회사법인 등이 설립되면서 전업농 중심의 새로운 협동조합 운동이 탄력을 받고 있다.

협동조합 운동의 품목중심화 그리고 농민단체의 품목중심화는 우리농업의 전업화가 상당한 수준에 와 있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농민운동도 품목을 기반으로 하는 전문협회 중심으로 급속도로 기운 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향후에는 하나의 품목에 여러 협회가 경쟁하는 복수 생산자협회의 시대도 곧 올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쌀전업농연합회와는 별도로 쌀생산자협회가 만들어진 것처럼 기존의 단체가 담당하지 못하는 목소리를 담아내기 위한 조직들이 생겨난다는 것이다. 앞으로 쌀은 다양한 조직들이 탄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앞으로 농민운동의 성과는 조직의 규모 보다는 연대의 질이 더 크게 영향을 줄 것이다. 조직의 동질성은 연대의 질을 높여줄 것이고 동일한 목적을 이뤄내기 위해 치열하게 운동할 것이다. 조직의 동질성이 떨어지는 조직은 조직안에 마음 맞는 이들끼리 분파가 생길수 밖에 없고 내부 정치 놀음에 빠져 정작 결집된 목소리를 내기 힘든 구조가 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농정도 이제는 품목의 다양한 욕구를 해소해 줄 수 있는 전문성을 확보하고 시스템을 구축하는 쪽으로 전환될 필요가 있다.

최근 출범한 농특위가 농정개혁을 화두로 꺼내 들었다. 민원성 현안은 논의하지 않고 효율중심의 농정틀을 바꾸겠다며 농지개혁 등 굵직한 과제를 들고 나왔다. 하지만 개혁도 광범위한 지지가 바탕이 되어야 탄력을 받을 수 있는 법, 품목중심으로 전환된 우리 농업생태계를 고려하지 않는다면 어떤 개혁과제도 농민과 농민단체들의 무관심 속에 사장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협동조합 개혁도, 농민운동도, 농정도 지금은 품목의 시대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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