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내가 먹은 '한우곰탕' 진짜 '한우곰탕' 맞을까?
[진단] 내가 먹은 '한우곰탕' 진짜 '한우곰탕' 맞을까?
  • 옥미영 기자
  • 승인 2019.06.03 18: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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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만 국내산 사용하고도 버젓이 ‘한우○○탕’ 표기
소비자 착각 일으키는 '거짓 표기' 느는데 단속은 '기계적'
‘수입육’ 사용처에 유리한 음식점 원산지 표시제
제도 도입 시행 10년… 제도 보완·단속 강화 필요성 높아져
갈비탕
갈비탕

[팜인사이트= 옥미영 기자] 음식점 원산지 표시제도가 시행된 지 10여년이 흐르면서 달라진 현실에 맞게 제도를 보완·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특히 제도가 가장 먼저 시행된 쇠고기의 경우 시장개방의 여파로 음식점에서의 외국산을 원재료로 사용하거나 국내산과 외국산 재료를 혼합‧사용하고 있는 사례가 늘면서 보다 명확한 정보 제공을 통해 제도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더욱이 국내산을 일부만 사용하고도 모든 재료가 ‘국내산’인 것처럼 소비자를 현혹하거나 기만하는 사업 행태도 판을 치고 있지만 소비자 혼돈을 부추기는 '거짓 표기'에 대한 단속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면서 원산지 표시 단속에 대한 전면 재검토와 제재 강화의 필요성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음식점 입 맛 따라 표기하는 원산지표시제

쇠고기를 주원료로 하는 설렁탕과 곰탕의 경우 한우를 전용으로 사용하는 한우전문점을 제외하고는 수입육을 사용하거나 국내산과 수입육을 섞어 사용하는 사례가 많다.

진한 국물을 우려내 특유의 감칠맛까지 내야하지만 외국산 부산물은 한계가 있어 한우를 사용하되 원가 절감을 위해 수입 재료를 섞어 사용하는 사례 등이다.

하지만 현행 원산지 표시제도에는 재료를 혼합 사용할 경우 재료의 ‘사용 비율’에 대한 표기 사항이 의무화되어 있지 않아 대부분의 경우 ‘국내산 한우와 호주산 섞음' 또는 '국내산 육우와 미국산 섞음'처럼 음식에 사용된 재료의 원산지만을 표기하고 있다.

원산지가 다른 2개 이상의 동일 품목을 섞은 경우 섞음 비율이 높은 순서대로 표시하게 되어 있지만 음식점에서의 이를 준용하는 사례는 극히 낮다.

소비자의 선호도가 높은 국내산을 먼저 표기한 뒤 외국산을 표기하는 것이 일반화되어 있다.

결국, 국내산 사용 비율이 어느 정도 되는지, 외국산은 얼마나 포함됐는지 소비자들은 알 길 없는 '깜깜이' 정보나 다름없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원산지가 다른 2개 이상의 동일 품목을 섞은 경우, 섞음 비율이 높은 순서대로 표시해야하지만 대부분 식당들은 소비자 선호가 높은 국내산을 가장 먼저 표기한다.
원산지가 다른 2개 이상의 동일 품목을 섞은 경우, 섞음 비율이 높은 순서대로 표시해야하지만 대부분 식당들은 소비자 선호가 높은 국내산을 가장 먼저 표기한다.

한우 갈비는 없는 한우 갈비탕

재료를 섞어 사용하는 음식점에서 찾아볼 수 있는 또다른 문제점은 국내산 프리미엄을 전면에 내세워 마치 모든 재료를 '국내산'으로 사용한 것처럼 소비자들을 착각하거나 오인하게 만드는 것이다.

메뉴명은 '한우도가니탕' '한우갈비탕' '한우 꼬리곰탕'이지만 원산지 표시판을 자세히 뜯어보면 국물을 만드는 탕재료만 한우를 사용하고, 도가니와 갈비, 꼬리 등의 재료는 수입육을 사용하는 등의 경우다.

실제로 국내 유명 한우곰탕 프랜차이즈 전문점의 경우 일부 매장에서 '한우곰탕' '한우맑은(한우사골) 도가니탕' '한우맑은(한우사골) 꼬리곰탕' '한우맑은 왕갈비탕' 등으로 메뉴를 표기했지만 품목별 원산지를 자세히 살펴보면 곰탕의 육수만 한우를 사용하고, 나머지 소고기 재료는 모두 호주산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산지 표시를 품목별로 미처 확인하지 못한 소비자들의 경우 메뉴표시만 보고 메뉴의 모든 재료가 100% 한우고기를 사용하는 것처럼 오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유명 한우 곰탕 프랜차이즈 전문점의 서울 시내 매장 메뉴판. 한우갈비탕, 한우도가니탕, 한우꼬리곰탕으로 표기하고 있지만 실제 원산지 표시를 살펴보면 육수만 한우를 사용하고, 나머지 재료는 외국산을 사용하고 있다.
유명 한우 곰탕 프랜차이즈 전문점의 서울 시내 매장 메뉴판. 한우갈비탕, 한우도가니탕, 한우꼬리곰탕으로 표기하고 있지만 실제 원산지 표시를 살펴보면 육수만 한우를 사용하고, 나머지 재료는 외국산을 사용하고 있다.

외국산에 관대한 쇠고기 종류(품종) 표시

원산지 표시제는 2008년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논란이 거세지면서 소비자의 알권리 충족과 국내산 농축산물 이용을 촉진시키기 위해 쌀과 쇠고기에서 가장 먼저 도입됐다.

하지만 10여년이 지난 현재 일부 음식점에서는 원산지 표시제의 느슨한 단속을 이용해 국내산 사용 비중이 매우 낮거나, 혹은 일부를 사용할 경우에도 버젓이 '한우' 혹은 '국내산' 등을 표기하고 있어 제도 도입의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때문에 음식점 원산지 표시제도의 현실적 개편과 보완, 거짓 표시에 대한 단속 강화를 통해 제도 도입의 취지를 제대로 살리는 한편 간접적인 피해를 입고 있는 농가와 관련산업을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를 위해 현재 음식점 업계에 가장 만연되어 있는 국내산과 수입육의 혼합 표기의 경우 비율을 명시하는 방안과 함께 국내산의 경우 국내산 육우와 한우 등으로 ‘종류(품종)’를 표기를 하는 것처럼, 수입육 역시 ‘수입 젖소’ 혹은 ‘수입전용 육우’ 처럼 원산지 표시를 세분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국내산 쇠고기는 품종을 일일이 열거하게 되어 있는 반면, 수입쇠고기는 원산지만 표기하게 되어 있어 원산지 표시제도가 오히려 외국산을 보호하고 있다는 역차별 논란이 제기되고 있는 부분이다. 더욱이 그동안 쇠고기 수입이 호주와 미국 등 육우를 전용으로 사육‧수출하는 국가에서 덴마크, 네덜란드 등 낙농산업을 주요기반으로 하는 국가로 수입국이 다변화되면서 젖소에서 유례된 육우인지, 전용육우 인지 등에 대한 명확한 정보 전달의 필요성이 높아진 것도 법 개정 필요성의 배경이 되고 있다.

국내산 쇠고기의 경우 원산지와 함께 식육의 한우, 육우, 젖소 등 식육의 종류(품종)까지 함께 표시하게 되어 있어 외국산을 보호한다는 역차별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자료: 농산물품질관리원 음식점원산지표시 안내 전단지.
국내산 쇠고기의 경우 원산지와 함께 식육의 한우, 육우, 젖소 등 식육의 종류(품종)까지 함께 표시하게 되어 있어 외국산을 보호한다는 역차별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자료: 농산물품질관리원 음식점원산지표시 안내 전단지.

느슨한 단속 틈타 악용 사례 ‘활개’

특히 교묘한 방법으로 소비자들을 오인하게 만드는 거짓표시와 부당‧허위 광고 표시에 대해서는 관계기관의 단속과 지도강화를 통해 투명한 유통환경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선 원산지 표시제도와 공정거래법상 과당 광고를 금지하는 법령과 벌칙 등이 마련되어 있지만 적절한 단속이 이뤄지지 못하면서 음식점주들의 도덕적 해이를 부추기고 있다.

원산지 표시제 단속이 원산지의 올바른 표시와 미표시 등에 집중되어 있는 등 기계적 단속에 그치다 보니 거짓 표시나 허위‧과장 광고에 대한 적발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행 농수산물의 원산지표시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원산지 표시를 거짓으로 하거나 이를 혼동하게 할 우려가 있는 표시를 하는 행위' 등 거짓 표시 등을 금지하고 있으며, 이를 위반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이나 1억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사업자가 자기에게 유리한 정보는 허위‧과장하고, 불리한 정보는 축소시켜 왜곡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부당한 광고는 표시‧광고법에도 저촉된다.

하지만 일부 음식점 사업자들은 법망을 교묘하게 피하거나 이를 무시한 채 외국산을 사용하고도 100% 국내산인 것처럼 소비자들을 호도하며, 자신들에게 유리한 사업형태를 지속하고 있어 이처럼 '지능적인' 거짓 표시를 일삼거나 과장 광고에 대한 단속과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는 필요성에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

김홍길 한우협회장은 "원산지 사용에 대한 명확한 사용 비율이 명기 되어 있지 않은 데다 소비자가 혼동할 수 있는 표시에 대한 거짓 표기에 대한 제대로 된 단속이 이뤄지지 못하면서 한우산업과 농가의 피해가 늘어나고 있다"면서 "음식점 원산지 표시제도 단속의 허점이 드러나고 있는 거짓표시와 부당 광고에 대한 일제 조사 등을 통해 피해를 입고 있는 소비자와 한우 농가를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음식점 원산지 거짓표시 및 부당 표시·광고의 금지에 관한 법률과 처벌 사항.
음식점 원산지 거짓표시 및 부당 표시·광고의 금지에 관한 법률과 처벌 사항.

 

한편, 농수산물의 원산지 표시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제4조에선 원산지를 혼동하게 할 우려가 있는 표시 및 위장판매 범위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원산지 표시란에는 원산지를 바르게 표시했으나 포장재·푯말·홍보물 등 다른 곳에 이와 유사한 표시를 하여 원산지를 오인하게 하는 표시, 원산지 표시란에는 외국 국가명을 표시하고 인근에 설치된 현수막 등에는 ‘우리 농산물만 취급’, ‘국산만 취급’, ‘국내산 한우만 취급’ 등의 표시·광고가 이에 해당한다.

원산지 표시란에는 갈비-미국산 등으로 바르게 표시 했으나 '국내산 한우 육수 100%' 사용 또는 이를 기반으로 ‘한우갈비탕’ 등의 표시광고가 대표적인 위장판매에 해당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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