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과 한우협회는 왜 갈등할까?
농협과 한우협회는 왜 갈등할까?
  • 김재민 기자
  • 승인 2017.12.04 10: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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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우산업을 이끌고 있는 두 축인 농협과 한우협회가 불편한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한우협회에서 농협중앙회에 어떤 사안에 대해 협조를 구하고, 농협사업에 한우협회 요구사항이 반영되지 않으면, 그에 대해 농협을 비판 하는 식으로 상황이 전개 된다.

한우협회가 농협에 요구하는 가장 대표적인 사안이 농협이 운영 중인 공판장에 누구나 소를 출하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과 농협사료의 가격인하 요구다.

사료가격의 경우 인하요인이 있을 경우 가격을 수시로 조정하고 있어 한우협회의 요구사항을 어느 정도 수용하고 있는 것과 달리, 공판장 출하의 경우 농협은 회원조합을 통해 예약된 물량 이외에도 받아주지 않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이 같은 농협의 요구 때문에 한우농가들이 농협의 축산물공판장 앞에서 대규모 시위를 했던 적도 있었다.

계속해서 농협에 무언가를 요구하는 한우협회와 달리 한돈, 양계, 오리, 낙농 등 다른 품목생산자 협회들은 농협에 한우처럼 집요하게 무엇인가를 요구하지도 않고 있고, 충돌하는 일도 거의 없다. 농협 입장에서는 다른 품목 대비 농협이 한우에 얼마나 많은 투자를 많이 하고 있는데 이렇게 매번 불만을 제기하냐며 불편한 감정을 가지기 시작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우협회는 여전히 여러 채널을 통해 민원을 제기하고 있다.

다른 품목단체들은 매우 신사적이고 합리적이어서 농협에다가 한우협회처럼 민원을 제기하거나 공개적으로 비판을 하지 않는 것일까? 다른 품목단체들이 농협에 민원을 제기하지도 않고 갈등하지도 않는 이유는 농협과 각 단체가 특별히 이해관계에 놓여 있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젖소사육농가들이 회원으로 가입해 있는 한국낙농육우협회를 한번 보자 낙농육우협회는 낙농진흥회와 불편한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낙농진흥회는 원유 거래 기준을 정하고, 농가가 생산한 원유가격을 조정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낙농가의 생업에 큰 영향을 끼치는 기능을 수행하다 보니 낙농육우협회는 낙농진흥회 입장에서는 이기적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민원을 제기하고 관철시키기 위해 압력을 가하고 있다.

원유가격 조정시기가 되면 낙농진흥회 사무실 일부를 점거하고 낙농가들의 안이 관철 될 때까지 압박을 가하기도 한다. 낙농진흥회 직원들은 낙농가들이 너무 이기적이라며 푸념을 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한돈의 경우는 전체 돼지의 90%를 유통하고 있는 육가공업계와 일반도축장과 불편한 동거관계를 맺고 있다. 한돈자조금사업이 시작됐을 때 이들 일반도축장들은 자신들의 도축장을 별로 이용하지도 않는 한우자조금은 적극 수납해 주면서, 한돈자조금 수납을 거부하며 극한의 갈등을 빚기도 했고, 육가공업자들하고는 기준가격 설정을 놓고 수년째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양계협회 육계농가들은 한국육계협회와 시장점유율 1위 닭고기 회사인 하림과 대립하고 있으며 하림의 김홍국 회장은 양계협회의 조직적 대응에 국정감사 증인으로 수차례 서야하기도 했다. 양계협회 산란계사육농가는 전체 계란의 70% 정도를 유통시키고 있는 계란유통상인과 이들을 회원으로 두고 있는 한국계란유통협회와 대립하기도 하고 때로는 협력을 하기도 한다. 이들의 주된 갈등은 계란가격 산정과 정산방법에 있다.

한우협회를 제외한 이들 품목별협회들이 농협에 비난성명을 발표하고, 농협의 사업장을 봉쇄하고 집회를 개최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다. 하지만 한우협회는 음성축산물공판장, 농협사료 각 지사를 봉쇄하고 집회를 개최하기도 하고, 농협중앙회장 취임식 당일 행사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최근에는 농협중앙회 앞에서 농협 적폐청산을 요구하면서 릴레이 집회를 개최하면서 농협을 압박했다.

이를 종합해 보면 결국 한우협회가 반복해서 농협에 민원을 제기하는 이유는 농협이 한우와 관련된 사업에서 큰 성과를 내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농협의 축산물 공판장은 한우농가들의 수취가격을 결정하고, 농협사료는 한우농가 대부분이 사용하는 주된 거래처다. 한우농가나 한우협회가 농협을 특별히 더 싫어하거나, 농협의 역할을 부정하기 때문이 아니라 너무나 자신들의 경제활동에 커다란 영향을 주고 실제 조합원으로서 참여하고 있기 때문에 나타나는 당연한 갈등이다.

농협이 신경 써야 하는 것은 한우협회가 농협에 너무 민원을 많이 제기하는 것에 대해 불편해 하기보다, 반대로 다른 품목들이 농협에 민원을 제기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농협의 역할이 관련 품목에서 미미하다는 것에 대한 걱정을 해야 할 것이다.

농협이 없어도 낙농가나 육계농가, 양돈농가들이 사업하기에 불편함이 없고, 농협과 특별히 이해관계가 없다면 해당 품목은 협동조합 중심의 조직화에 실패한 것이고, 농협이 농민에게 공급하는 축산자재, 농협이 실시하는 축산물공동판매 사업이 일반 민간기업들이 제공하는 서비스에 비해 훨씬 뒤쳐져 있다는 것을 이야기 하는 것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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