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①]쌀 생산조정제에 목매는 농림축산식품부
[기획연재①]쌀 생산조정제에 목매는 농림축산식품부
  • 연승우 기자
  • 승인 2018.03.15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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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가 참여 저조...쌀전업농 참여 독려

쌀값이 폭락하자 정부는 생산조정제에 목을 매달았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생산량을 줄이기 위한 수단으로서는 유일했기 때문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올해 1500억원의 예산을 들여 쌀생산조정제를 시행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올해도 참여 농가가 적어 정부는 각종 대책을 발표하고 있지만, 현장에서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 쌀 생산조정, 실패의 역사

쌀 생산조정제는 이미 2001년에 논콩 수매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시행을 했지만, 이중으로 적용되는 콩 수매가에 대한 농가의 반발과 논콩 재배가 늘어나 콩이 공급과잉 되는 상황까지 겹치면서 2003년에는 쌀 생산조정제라는 이름으로 시행이 됐지만 결국 폐기하기에 이르렀다.

2003년에 시행된 쌀 생산조정제는 2005년 쌀개방을 앞두고 추곡수매제 폐지, 공공비축미 도입과 함께, 쌀소득보전제와 생산조정제를 도입한 것이지만 2005년부터 2007년까지 연속으로 흉년이 들면서 쌀 생산량이 감소하자 생산조정제는 은근슬쩍 꼬리를 감췄다.

이렇게 사라진 쌀 생산조정제는 2008년 이후 대풍년으로 쌀 재고가 증가하자 정부는 2011년 논기반소득다양화사업을 도입했다. 논을 기본으로 소득을 다양화한다는 취지로 3년 한시로 도입을 했지만 2010년 이후 다시 흉년이 반복되면서 쌀값이 오르자 사업목표의 45% 수준밖에 달성하지 못했고 결국 1년 만에 사업을 대폭 축소하면서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한국에서의 가장 많이 생산되는 단일 작물이자 가장 많이 소비되는 주곡인 쌀에 대해 정부는 장기적인 대책보다는 발등에 떨어진 불부터 끄고 보자는 임기응변식의 접근을 해왔고 아무런 성과 없이 주기적으로 쌀값의 폭락이 반복되고 있다.

# 실패가 예견된 생산조정제

쌀 생산조정제는 한발 늦게 시행됐다. 2017년에 쌀 생산조정제를 도입하려 했지만 예산당국의 반대로 예산을 책정하지 못했고 농식품부는 예산 없이 지자체를 독려해 생산조정을 했지만, 예산이 받쳐주지 못해 성과를 내지 못했다. 역사에 만약은 없지만, 지난해에 예산이 반영됐다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지 가늠해볼 수 있다. 천만 다행히도 지난해 생산량이 감소했고 정부의 발 빠른 시장격리로 쌀값은 회복세를 보였다.

문제는 쌀값이 회복세에서 상승세로 넘어가면서 생산조정제는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사실 농가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소득이 보장되는 쌀 대신 콩이나 다른 작물을 심는 것 자체가 부담이었다. 여기에 쌀값마저 오르자 농가들의 참여는 저조할 수밖에 없었다.

농가 참여가 적자 정부는 쌀생산조정제 참가 신청기한을 애초 2월 말에서 4월 20일까지 연기를 하고 지원 제외품목이었던 인삼을 지원에 포함하는 등의 처방을 내렸다.

이런 처방에도 불구하고 참여율이 오르지 않자 농식품부는 3월 15일 추가 대책을 내놓았다. 이번 대책에서는 논 타작물 재배로 생산된 콩과 조사료의 판로를 정부와 농협이 책임지고 수매단가도 kg당 4100원에서 4,200원으로 인상하는 등의 대책을 발표했다.

이와 함께 쌀전업농이 논 타작물 재배 지원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한다는 방안도 포함됐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쌀전업농은 쌀 생산의 핵심 주체로 벼 재배면적의 58%를 담당하고 있으며 그동안 영농 규모화, 논 중심의 생산기반 정비, 기계화 등 정부 지원에 있어 중점 지원대상이었던 만큼, 쌀 수급균형을 위해 논 타작물 재배에 책임감을 느끼고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것.

#쌀전업농이 정책 대상이 돼야 하는가?

여기서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쌀 생산의 전문성을 가진 쌀전업농이 쌀을 생산하지 않는다? 쌀 공급과잉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게 정부의 주요한 논리다.

쌀전업농은 1994년 6월에 발표된 농어촌발전대책 중 하나인 전업농 육성사업에서 시작된다. 전업농 육성사업은 2004년까지 10년간 전문적인 가족 단위의 전업농 15만호를 육성한다는 계획이었다. 1996년에는 전업농 육성 목표가 일부 수정되어 2004년까지 쌀(5~20㏊) 6만호, 축산 3만호, 밭작물·채소·과수·화훼·특작 3만호 등 모두 12만호를 육성하도록 했다.

그러나 쌀을 제외하고는 참여가 저조했다. 국가기록원에 따르면 1995년부터 쌀전업농 육성에 사업이 집중되어 1999년까지 전체 전업농 선정 가운데 87%, 7만1529명이 쌀전업농이었다. 2000년부터는 쌀전업농만 선정하고 기타 전업농 선정은 중지했다.

이렇게 육성된 전업농은 초창기 5000만원의 자금을 융자로 지원했다. 이후 1999년부터는 쌀전업농에 대해서는 호당 평균 농기계 구입자금 2350만원(보조 20%, 융자70%, 자부담 10%)을 연리 3%, 1년 거치 4~7년 상환으로, 농지규모화 자금은 2560만원(융자 90%, 자부담 10%)을 연리 4.5%, 20년 균분상환 조건으로 지원했다.

쌀전업농은 쌀 농가의 규모화를 통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정부의 정책자금을 투입해 육성한 정예농가이다. 쌀전업농은 전체 벼 재배면적의 58%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규모화돼 있다.

정부의 정책자금을 투입해 쌀 전문 농가를 육성했지만 아이러니하게 그들에게 쌀농사를 줄일 것을 정부가 강요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쌀 생산조정제가 졸속으로 시행됐기 때문이다. 장기적 관점에서 생산조정이 아니라 단기적으로 생산을 줄여야 하므로 농사 규모가 큰 전업농이 생산조정의 정책 대상이 된 것으로 여겨진다.

즉 1~2ha의 소규모 쌀재배 농가를 설득해 생산조정제에 참여하게 하는 것보다 규모화된 전업농이 참여가 사업실적 확보에 유리했기 때문이다.

쌀전업농중앙연합회는 지난 14일 기자간담회에서 생산조정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다만 쌀전업농이 참여가 어려운 점도 있다는 것을 기자간담회에서 밝히기도 했다. 그 이유 중의 하나가 쌀전업농은 대형 벼농사용 농기계 등을 소유하고 있어 밭농사로 전작이 어렵다는 것과 쌀 재배만큼의 소득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정부의 정책자금 지원을 받아 이미 벼농사용 대형 농기계와 논을 보유하고 있는 쌀전업농에게 밭농사로 일부 전환하라는 것은 무리수이다. 그들이 가진 논과 농기계는 쌀을 생산하게 해야 하고 소규모 벼재배 농가들을 정부가 참여하게 유도하는 것이 맞다.

문제는 정부가 장기적인 관점을 갖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쌀생산조정제 예산이 내년까지만 책정돼 있다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는 지점이다.

오히려 이쯤 되면 정부의 쌀전업농 6만호 양성 정책이 성공한 정책이었는지 다시 한번 점검할 필요도 있다. 규모화 정책이 한국에서는 맞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정책평가를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양날의 검이 되어 버린 변동직불금

쌀 직불금은 쌀 생산 농가의 소득을 안정시키기 위해 도입된 제도이다. 변동직불금을 통해 가격을 보전함으로써 농가가 쌀농사를 계속 짓게 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초창기 쌀직불금의 설계목적에도 부합하고 있다.

문제는 쌀 생산을 유지하게 하는 변동직불금과 쌀 생산을 줄이게 하는 생산조정제 제도가 충돌하고 있다는 점이다. 농가는 쌀만큼 소득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다른 작물로 전환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쌀 생산조정제가 활성화되기는 어렵다. 하지만 정부는 생산조정제에 실적 올리기에만 급급해하는 모습이다. 변동직불금은 쌀 생산에 있어 양날의 검이 되어 버렸다.

여기에 쌀값마저 오르자 농가들은 생산조정제를 외면하고 있는 셈이다. 모내기 아니 볍씨 파종 전에 생산조정 참여 의사를 결정해야 하므로 정부로서는 더욱 조급해할 수밖에 없다.

#나가면서

쌀 문제는 한국인 모두에게 해당하는 문제지만 국민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 있다. 쌀생산 농가와 정부만이 고군분투하는 상황이다. 생산조정제의 목표는 수급조절이다. 문제는 쌀 생산을 줄이는 것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이다. 단기적 관점에서 벗어나 장기적으로 쌀 수급 정책을 세워야 할 시점이다. 벌써 세 번의 실패를 겪은 생산조정제를 또다시 꺼내 들었다는 것은 쌀의 장기적인 전망이 없다는 것을 입증하는 셈이다.

식량주권의 관점에서 장기적으로 필요한 쌀 수요량(수입쌀 포함)을 예측하고 이에 맞는 농지의 보전, 그리고 생산자를 육성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농업의 가치를 헌법에 반영시키는 것이 단순히 농업이 중요해서가 아니라 식량주권으로서 농업의 역할이 있기 때문이다.

농업농촌기본법에 따라 식량자급률 목표치를 설정하고 실천하는 것이 쌀 수급의 장기적 대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