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스테이크, 새로운 한우 소비방법으로 정착
[기고] 스테이크, 새로운 한우 소비방법으로 정착
  • 손종현 사무국장
  • 승인 2018.03.16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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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종현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 사무국장

우리는 육류 섭취에 대한 국민 정서가 있다. 돼지고기는 비 오는 날, 실의에 빠진 날, 한턱내는 날 등은 ‘소주에 삼겹살’, 닭고기는 흥을 돋우는 데는 ‘치맥’ 등이 그리고 몸보신에는 ‘삼계탕’이 생각나는 것 등이 보편적인 정서다.

나라마다 법이 있으나 우리나라는 때로는 법보다 앞서 우리 마음을 움직이는 ‘국민 정서’가 있다. 예를 들어 ‘한우’하면 생각나는 키워드는 무엇이 있을까? 민족, 긍지, 애국 등 가슴 깊은 무언가를 자극하는 단어들이 떠오른다. 이는 ‘한우’라는 단어가 마음으로는 국민 정서와 잘 연결되어 있다고 하겠다. 흔히 “한우 먹을까?” 하면 되돌아오는 말은 “정말 맛있지만 비싸서 못 먹는다”라는 답이다.

맛있지만 부담이 되어 쉽게 접하지 못하는 음식. 민족의 자부심을 가진 우리 대표 브랜드 한우의 현실 정서는 이렇듯 누구에게나 소비로 이어지지 못한다. 이젠 한우도 “좋다” “맛있다”를 넘어 대중에게 떠오르는 정서를 통해 소비경쟁력으로 이끌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스테이크는 서양의 전유물?

아시다시피 서양인들의 식탁 위에 가까이하는 것이 스테이크, 이게 우리에게 매우 익숙해져 있는 단어들인데 비프스테이크, 티본스테이크, 햄버거스테이크, 뉴욕스테이크, 치즈스테이크, 생선스테이크 등등 누구나 한번쯤 양식 레스토랑에서 고민해 본 메뉴일 것이다. 실제로 ‘스테이크’라 하면 우리나라 국립국어원 사전에 “고기를 두툼하게 썰어서, 굽거나, 지진 서양 요리”로 표기되어 있다.

사전적 정의에서 보듯 우리 생각 속에 스테이크는 서양 요리의 전유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는 우리가 접하는 매체의 영향도 크다. 소위 ‘먹방’예능은 물론 홈쇼핑, 대형할인점이나 집 근처의 유통매장의 홍보 영상을 보면 항상 스테이크의 서구적 품격, 격식을 강조한다.

개인적 취향이 존중되는 우리 사회에서 이 음식을 이렇게 저렇게 먹어야 제대로 즐기는 것이라고 강요할 수 없다. 스테이크도 마찬가지다. 식탁보를 정갈하게 깔고, 나이프와 포크로 반쯤 익힌 고기를 잘라 와인과 함께 먹는 것이 스테이크를 즐기는 단 하나의 방법이라 할 수 있을까?

 

한우숯불 구이의 국민 정서를 소비경쟁력으로

지난해 한우자조금이 전국에서 대 국민소비자들에게 소비촉진을 위해 많은 행사를 한 바 있다. 할인행사를 통한 유통업체 지원금에 61억원을 도·시군지역행사, 한우 맛 체험, 국밥 나눔 행사 등에 27억원을 지원한 바 있다. 이는 한우고기 잘 접하지 못하는 소비자에 부담을 덜어주고 한우고기 맛을 보라고 연간 88억을 지원했다는 이야기이다. 이게 한우고기의 국민 정서가 되어버렸다.

실제로 전국 각지에서 수없이 이루어지는 ’한우 숯불구이 축제‘가 그 대표적인 사례다. 한우 소비촉진을 위해 열리는 이 축제에는 가격이 저렴하고 숯불이 제공되기에 열광하는 것이다. 숯불 위에 한우를 굽고 일회용 접시에 담긴 구이를 먹기 바쁜 사람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앞서 스테이크를 서구식 문화의 전유물처럼 만든 환경을 지적했는데, 한우는 꼭 숯불에 구워 먹어야 한다는 소비방식을 우리가 강요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나름 축종마다 수입 축산물을 견제하면서 소비 전개가 치열하다. 우리 5천년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한우, 민족과 함께해왔다는 것을 누구나 다 알고 있다. 그러나 전통적 국민 정서만 가지고 농가들의 정성 어린 제품을 소비자들에게 어필하는 것은 한계가 왔다. 국내 육류 시장의 트렌드인 가성비 및 가정 간편식(HMR)을 이제 거스를 수 없다. 이를 극복하는 길은 시장에서의 치열하고 철저한 소통밖에 없다.

숯불을 지난해 쇠고기 수입량은 36만1천톤이었다. 이 중 13.8%가 등심이고, 또한 대부분이 냉동육이다. 우리가 스테이크라고 먹었던 거창한 식사 대부분이 수입육 등심이 아닌 부속 부위였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37.7%! 지난해 우리나라 쇠고기 자급률이다. 국민 한 명이 쇠고기 10번 먹으면 한우고기는 4번도 안 먹었다는 것이다. 많은 이들이 그게 사실이냐 묻는다. 터놓고 이야기해보자. 가끔 예식장 등에 갔을 때 나이프와 포크가 놓여있고 격조 있는 테이블에 품격 있고 먹음직한 스테이크(등·안심?)가 나온다.

입에서 살살 녹거나 맛이 있다고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그리고 이 스테이크가 한우인가를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예식장을 찾은 하객들의 대부분 스테이크가 질기고 맛이 퍽퍽하다는 말을 한다. 생각하면 억울한 생각마저 든다. 더 놀라운 것은 ‘스테이크’에 집중하느라 고기의 질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한우를 구우면 ‘한우 스테이크’가 된다

한우 소비 촉진에 대단히 반가운 소식이다. 외식하면서 비싸게 구워 먹어야만 했던 한우를 집에서 스테이크로 저렴하게 즐길 수 있다면?

지난 3월 중순, 한우자조금에서는 한우 등심·안심·채끝 외 일부 부위를 활용한 ‘한우스테이크’라는 용어를 내놓았다. 숯불 대신에 가정에 비치된 가스 불로, 수입육 대신에 한우 저지방 부위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 봄까지 이어진 숯불구이축제의 열기를 가정에서 이어가자는 취지에서다. 한우의 어떠한 부위를 이용해서라도 스테이크를 즐길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유명 백화점, 대형 유통업체 등이 관심이 계속되고 있다. 일부는 ‘한우 스테이크’를 이번 추석을 겨냥하여 상업화를 고려 중이라고 한다. 또한 텐더라이징(수십개의 침판으로 부드럽게 하는 과정 등)을 도입하거나 숙성 등을 통해 부가가치를 높여 한우 스테이크의 맛을 더 좋게 하는 시도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이제 우리나라에서 스테이크는 수입육을 활용한 서양 음식의 전유물이 아니길 바란다. 스테이크에 곁들일 거창한 와인은 소주로, 포크와 나이프는 우리 젓가락으로 바꿔보자. 스테이크가 가진 서구식 정서를 한우가 가진 국민 정서로 바꾸어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보자는 것이다.

‘한우 스테이크라는 용어’는 온오프에서 거스를 수 없는 단어가 되었다. 지난 대선 때 다음과 같은 음식업체 사이트에 패러디가 생각난다. ‘식사를 식사답게 고구마’, ‘당당한 서민 음식 홍어’, ‘국물이 이긴다 평양냉면’, ‘한우의 새 희망 스테이크’, ‘가격이 당당한 생선 고등어’…

“비관주의자 치고 별의 비밀을 발견해 낸 적도 없고, 지도에 없는 땅을 향해 항해한 적도 없으며 인간 정신의 새 지평을 열었던 적도 없었다.” 장애를 딛고 일어선 빛의 천사 헬렌 켈러(Helen Adams Keller)가 한 말이다. 낙관적인 생각이 변화를 선도하고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한우자조금은 한우고기 소비의 그릇을 채우려고 하기 보다는 그릇의 크기를 키우려 한다. 우리네 저녁 밥상에 스테이크가 찌개와 나란히 올라가는 모습을 상상해본다. 아울러 도심권 등에 ‘한우스테이크 전문점’이 여기저기 생겨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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