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②]쌀전업농 겨냥 쌀생산조정제 약발은 '글쎄'
[기획연재②]쌀전업농 겨냥 쌀생산조정제 약발은 '글쎄'
  • 박현욱 기자
  • 승인 2018.03.16 10: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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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 타작물 재배 지원사업 시작부터 삐걱
마감기한 연장 농가 참여율 20% 못미쳐
높은 쌀값 참여 걸림돌…지속성 우려도

쌀 공급과잉에 대응하고 쌀에 집중된 투자 재원을 완화하고자 정부에서 시행하고 있는 생산조정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논 타작물 재배 지원사업이 당초 2월 28일이 마감 기한이었으나 3월이 지나도록 사업에 참여하는 농가가 총 계획량의 20%조차 넘어서지 못하고 있어서다. 정부에서는 마감 기한을 2개월 늘려 잡으며 일선 농가의 참여 독려에 나서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2010년 농가들의 참여 저조 등으로 목표량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논 소득기반다양화 사업의 전초를 밟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쌀생산조정제는 논에 벼 이외의 다른 작물을 심을 경우 정부에서 보조금을 주는 사업이다. 예를 들어 논에 조사료를 심으면 ha당 400만원을 농가에 지급하는 식이다. 풋거름작물은 340만원, 콩 등 두류는 280만원이다. 정부는 올해 목표면적으로 5만ha로 계획하고 농가들은 물론 쌀전업농 등 생산자조직을 독려하고 있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다. 전년과 비교해 올해 쌀값이 높아 농가들이 굳이 다른 작물을 재배하는 위험부담을 감수하지 않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3월 5일 기준 산지 쌀값은 16만7천(80㎏)원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0% 가까이 올랐다. 또한 올해 쌀목표가격 인상과 같은 쌀산업에 호재가 있어 농가들 사이에서 사업 신청을 꺼리고 있다는 게 업계 전언이다.

충남에서 10만평 규모의 쌀농사를 짓는 권모(62)씨는 “지금 쌀값이 좋은데 위험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다른 작물을 지으라고 하면 누가 짓겠나”라고 반문하면서 “혹여 밭작물로 전환하더라도 재배방식이 달라 비용(농기계 등)이 들기 때문에 작목 전환이 생각보다 만만한게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지자체에서는 다른 작물 재배를 유도하고 있지만 올해 쌀목표가격 인상에 대한 기대감이 있어 농가들은 눈치만 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정부 정책의 지속성을 우려하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타작물 재배지원 사업으로 작목 전환 후 향후 1~2년 안에 사업이 종료되면 소득 보장을 담보해 줄 수 없어서다. 단기적인 대책은 농가들이 사업 참여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주저하게 만든다. 대표적인 예가 과거 2010년 논 소득기반 다양화 사업이다. 과거에도 논에 다른 작물 재배시 인센티브를 제공했지만 2010년 9월 발생한 태풍 곤파스의 영향으로 식량자급률이 곤두박질 치면서 목표량의 절반도 채우지 못하고 사업이 우야무야 중단됐다. 당시 작목을 전환한 농가들은 다시 벼농사로 회귀하는 등 실효성에 대한 논란이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정책 방향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단기적인 대책은 농가들을 독려하는데도 한계가 있다”고 지적하며 “정부에서 내세우는 목표량을 채우려면 어차피 쌀전업농들이 따라줘야 하는데 지금의 해법으로 목표량을 채울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고 비판했다. 이어 "어떤 정책이든 자발적 참여가 중요한데 일방적인 목표량만을 정해놓고 따라오라는 식이면 곤란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정부에서는 콩과 조사료 판로 보장, 시도별 공공비축미 물량 배정시 논 타작물 재배사업 실적 반영 등 당근과 채찍과 같은 추가 대책 등을 내놓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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