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탈(脫) 가락시장] 도매시장 수난사
[프롤로그-탈(脫) 가락시장] 도매시장 수난사
  • 박현욱 기자
  • 승인 2019.06.19 06: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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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배추를 경매하고 있는 모습.
가을배추를 경매하고 있는 모습.

[팜인사이트=박현욱 기자] 도매시장은 메이저리그와 비슷하다. 전국 산지에서 출하된 상품이 일렬로 헤쳐모여 등수가 매겨지고 등수에 따라 가격이 책정되기 때문이다.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상품들이 도매시장에 모여 중도매인들의 선택에 의해 가치를 평가받고 무한 경쟁에 내몰린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좋은 품질의 농축산물을 찾으려면 도매시장에서 최고가를 받는 상품을 리스트 업(list-up) 하면 된다. 굳이 경매가 아니어도 유통인들은 품질 높은 상품에 좋은 점수를 부여하는 능력을 수십 년간 쌓아왔다. 좋은 상품에 가장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 역할은 도매시장 기능 중 하나다.

도매시장은 수요와 공급의 최적점을 찾는 곳이다. 산지에서 농축산물이 모여들고 소비지로 분산되는 장소인 동시에 가격을 발견함으로써 상품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해준다. 이때 도매시장은 환산된 가격을 생산자에게 지급하고 소비지에서 지불 받음으로써 상품과 돈을 매개하는 상징적인 곳이기도 하다.

이런 기능 외에도 출하할 방법을 찾지 못한 농민들에게 그들이 생산한 상품을 받아주는 기능도 도매시장이 제공한다. 또한 그동안 거래돼 왔던 유통 정보를 빅데이터화해 수급을 예측하고 시장에 신호(signal)를 줌으로써 시장 충격을 완화시켜주기도 한다.

수요가 공급보다 넘쳐나거나 산지가 대형화되고 교섭력이 커지면 도매시장과 같은 유통채널은 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기피의 대상이 된다. 산지에서 도매시장에 수수료를 주면서까지 출하할 유인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우량 출하자들은 굳이 판로를 확보하지 않아도 공급할 곳은 넘쳐난다.

가령 우리나라 돼지 유통은 산지 농가들이 대형화 규모화 됨으로써 도매시장 기능이 크게 위축됐다. 1년간 우리나라에 돼지 10마리가 출하된다면 1마리도 채 도매시장을 거치지 않는다. 민간 기업이 농민을 계열화한 생닭 시장은 도매시장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도매시장 기능이 축소되고 있는 대표적인 품목은 곡물산업이다. 산지의 규모화와 기계화, 소비지의 대형화, 쌀의 포장유통 등 다양한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도매시장을 축소시켰다.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존재하는 양재동 양곡시장은 존폐 위기까지 거론된다.

우리나라 최대 농산물도매시장인 가락시장에도 최근 심상치 않은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가락시장을 이용하려는 농민, 그리고 소비자가 갈수록 줄고 있어서다. 1999년부터 2013년까지 15년간 몇 차례 위기는 있었지만 꾸준히 성장한 가락시장은 2014년부터 기세가 한풀 꺾이더니 지난해에는 농산물 반입량이 큰 폭으로 낮아졌다. 가락시장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본지는 창간 3주년을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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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 총 5부작으로 기획연재를 시작한다. 

※ 본 기사는 <농장에서 식탁까지> 6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